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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미래, 그리고 ...사랑 (3)

러브테라피 |2006.03.21 14:24
조회 584 |추천 0

“뭐야? 나만빼고 다들 아는 눈친데…”

 

명재를, 혁재를 차례로 쳐다보지만 나쁜놈들.. 외면이다.

혜린아…

 

“나중에 말해줄게… 냅둬두 되는거야?”

 

나에게 짧게 말하곤 남자애들에게 따라나가보라고… 눈짓한다.

 

“냅둬. 한대피고 들어올꺼야.”

 

혁재의 대답을 들으며… 뭔가 않좋은 기운이 느껴진다. 불길한 예감같은거…

여자의 직감이랄까?^^ 암튼간 녀석의 기분을 좌우우지 할 수 있단 것 만으로도 그녀의 출연은 나에게는 반갑지 않은 사건이다.

 

“속이 영… 나 약좀 사먹고 올게.”

 

슬쩍 자리에서 일어선다.

 

“사다줘?”

 

명재자식… 그래도 남자라고…ㅋㅋㅋ

 

“아냐~ 나 먹는약 있어. 금방 갔다올게~”

 

출구쪽으로 천천히 걸으며 난 호프집을 휘~ 둘러본다.

아, 저기있다. 청량한 목소리의 그녀… 대여섯의 친구들과 함께다. 웃는 모습이 참.. 이뿌다..

 

왠지모르게 주눅이 드는 웃음이라고 생각하며 문을 밀고 나가니… 그녀석이 서있다.

문을 등지고 담배를 피우다가 내가 나오자 흘끗 본다.

 

“속이 영… 약좀 사먹으려고.”

 

말없이 끄덕인다.

지금이 기회다. 뭔가.. 뭔가 말을 해야 한단 말이다~~

 

“안들어가? 애들 기다려.”

“……”

 

젠장… 씹혔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랴… 그냥 포기하고 정말 약이나 사올 양 걸음을 옮기는데…

 

“그 이불…”

 

‘……?’ 이불??

 

“뭐?”

 

돌아보니 그녀석 괜히 뻘쭘해하고 있다.

 

“그… 이불말야. 버렸어.”

 

아~ 그… 흔적!!

 

“…버렸다구?”

“…빨아도 지워지질 않잖아~”

 

순간 혼자 낑낑대며 쭈그리고 앉아 이불을 빠는 그녀석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찬물로 빨았어야지~ 피는… 잘 … 안빠져.”

“젠장, 손이 시려운데 어떻게 찬물로 해?!”

“ㅋㅋ… 니가… 빨래를 했단 말야?”

 

이 상황에서도 역시 피식 웃음나는 대목이다^^

 

“그럼 빨아주고 가든가~…”

 

자식^^ 이럴땐 귀여운 구석이 다 있네…

 

“…… 그래서… 정말 버렸어?”

“그래., 누나한테 술 엎어서 버렸다구 했다가 병신취급 받았다구.”

“…ㅎㅎ 미안해.”

 

뭐가 미안한지… 내가 대체 뭐가…? 그런데도 미안하단 말이 흘러 나왔다

 

“넌… 괜찮냐?”

“? …뭐가?”

 

괜찮냐니? 혹시 뭔가 아는건가 싶어 놀랐지만 이내 떠오른다..

‘…처음이었어?’ 라는 말…

 

“……”

“……”

 

너무 뻘쭘해서 그만 돌아서고 말았다.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다. 그냥 정말 약국을 찾아 뛰어버린다.

 

‘날 걱정해줬어. 처음인데 괜찮냐고…’

 

괜스레 눈물이 나려다 우뚝 그자리에 멈춰선다.

미친년.

이상황에서도 그녀석 말 한마디에 가슴이 무너지는 모자란 년.

그만… 주저앉아 울고 싶다. 앞으로야 어찌됐든 지후에게, 부모님에게 사실을 말해버리고 싶다. 그냥 안겨서 울어버리고 싶다… ? 꺼이~꺼이~

 

한동안 거리를 배회하다 보니 정신이 들었다. 춥고, 배도 고프다^^

이렇게 세상 고민 혼자 다 짊어진 듯 고민해 봐야 답은 정해져 있다…

 

터덜거리며 돌아온 호프집 앞. 얼른 들어가 뭐라도 먹어야 겠단 생각에 문을 열려는데…

 

“…그래서?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녀석 목소리다. 잔뜩가시 돋친 우리 그녀석 목소리…

슬그머니 문을 놓고 비상구쪽으로 다가간다. 가시돋친 말의 상대는… 청량녀다.

 

‘아까는 존대말이더니…’

그래… 그녀석은 지금 청량녀에게 반말을 하고있다. 대체 무슨 사이길래…

 

“그렇게 잔뜩 화가나 있는 사람한테 내가 무슨말을 해야하니?”

“그럼 그냥 지나침 되잖아.”

“……”

“또 어린애 취급하고 설교 따위 늘어 놓을 생각야?”

“……”

“필요없다구. 내앞에서 일부러 어른처럼 구는거 재수없어.”

“일부러 어른처럼 군적 없어. 니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건 니가…”

“글쎄 싫다잖아. 모르는 척 해줘요. 나도 그럴 테니까.”

“그럼…”

“……”

“그럼 혼자 그런 표정으로 서 있지마.”

 

허… 저 여자… 대체 모야??

 

“니 눈이 슬픈게 내 탓같아서 싫어. 19살 치곤 너무 슬픈 눈이잖아.”

“… 혼자있어두… 아는 척 마요. 당신때문인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갑자기 지후가 걸어온다. 헉~!! 먼저 도망가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어쩔줄 모르고 삐적대는사이 다리가 긴 녀석은 어느새 성큼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 슬픈 눈은… 날 보지 못하고 들어가 버렸다. 마치 아무것도 안보이는 사람처럼… 키가 큰 그녀석은 내 곁을 스쳐 사라져 버렸다. 혼자 남겨졌을 청량녀가 궁금하다. 빼꼼히 고개 내밀어보니… 그녀는 난간에 기대 작은 한숨을 쉬고 있다.

 

테이블로 돌아갔을 때. 그녀석은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녀 말마따나 19살 치곤 슬픈 눈이다… 조금전 이불을 버렸다고… 손이 시려웠다고 말하던 19살 소년은 없어지고 슬픈 눈의 남자가… 술을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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