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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미래, 그리고 ...사랑 (5)

러브테라피 |2006.03.22 11:59
조회 516 |추천 0

다음날…

밤 새 뒤척였음에도 7시 반에 눈이 떠졌다.

난 수험생이다. 오늘… 성적표가 나온다.

 

“대체 요새 왜그러는건데~? 어제는 또 어딜 그렇게 쏘다니구 다니셨을까… 아침부터 나가서는??”

 

엄마는 언제나 처럼 벌써 밥을 차리고 있다.

 

“그래도 고3 양심은 남았냐? 성적 나오는 날이라구 일찍 일어나셨네~?”

 

씻고 나올동안 계속 잔소리 중이시다

 

“받으면 곧바로 들어와. 오빠랑 아빠랑 다 일찍 들어온댔어.”

“…왜?”

“왜는 이기지배야~ 작전을 짜야될꺼 아냐~? 니 성적이 어디 들이밀면 무조건 붙는 점수냐? 니 말대로 잘 봤다고 쳐도… 원서를 어떻게 넣느냐에따라 인생 급이 틀려지는거야, 이기지배야.”

 

엄마의 잔소리를 뒤로하며 학교로 향한다. 교복… 이젠 이걸 입을 날도 얼마남지 않았군…

그나저나 병원엔 언제가야 하는걸까? 집에 들렀다간 식구들에게 잡혀 다시 나오기 힘들테구… 며칠간은 면담과 원서접수로 정신이 없을텐데… 큰일이다. 자꾸 자라고 있을텐데…

 

“이형주!!”

 

귀에 익은 부름… 혜린이다.

 

“속은 괜찮냐?”

“응-.”

“그렇게 가버리고… 요새 너 이상하더라-?”

“이상하긴… 아푸니까 그랬지.”

 

또 혜린이에게 거짓말을 하게되는건가? 어제도 지후를 만났다고 말해야 할까?

 

“숨기는 것도 많은 것 같고…”

 

내 맘을 읽은 듯… 기지배, 정곡을 찌르고 지랄이다

 

“내가 뭘?”

“그날 지후랑 일… 왜 말 안했어?”

“……”

 

아무말이 없자 삐친듯한 눈치다.

 

“정말 기억이 안났어. 실은… 며칠 지나니까 뜨문뜨문 기억이 나긴 했는데~ ...그땐 이미 너한테 아무일 없이 집에 데려다 줬다고 말한 뒤였으니까… 그냥 말하기가 쫌 그래서…”

“…치~”

 

아직 덜 풀린 듯… 이걸로는 부족하다.

 

“실은 말야…”

“?”

“어제도 잠깐 만났어, 민지후…”

“뭐? 언제?”

 

금새… 삐친 얼굴이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너랑 헤어지고 집에 거의 다 왔는데 전화가 왔잖아…”

“민지후한테??”

 

난 순순히 고갤 끄덕였다. 혜린인 잔뜩 궁금한 모양이다.

 

“만나자고?? 그래서… 만났어??”

“응… 집 앞이라 다시 나가기 곤란하다고 했더니, 집앞으로 왔어.”

 

혜린인… 뭔가 잔뜩 자존심이 상한 얼굴이다.

 

“…왜?”

“... 응?”

“왜 너를??”

 

ㅎㅎ 그래… 나도 궁금한 부분이다. 왜 나를인지…

 

“글쎄, 그건 잘 몰라. 안그래도 그거땜에 싸우고 헤어졌어.”

“싸워-??”

 

어떻게든 그녀석과 안좋은 쪽으로 몰아가려는데 그 대목이 혜린일 더욱 자극했나보다.

 

“싸우다니, 왜?? 너랑 민지후가 싸울 껀덕지가 뭔데??”

“,,,,,,

“야, 이형주!! 빨리 말 안해??”

“너…혹시…”

“…?”

“너 혹시 민지후 좋아하냐??”

 

내 물음에 혜린인 잠시 말이 없더니…

 

“내가 미쳤냐~…!! 그 바람둥일…”

 

하고 딴청이다. 그러더니…

 

“이형주, 너 조심해라~ 민지후가 이번엔 널 타겟으로 삼은 걸 수도 있어.”

“…무슨소리야?”

“무슨소리긴…? 순진해 보이니까 한번 건드려 볼 심산. 남자애들은 그런거 있거든. 너 조심해라~ 달콤한 말 몇마디에 흔들렸다가는 바루 넘어가는거야~”

“바루… 넘어가?”

“그래~ … 그렇게 한번 자구나면… 그걸로 넌 그냥 끝인거지. 그게 걔네들 세계야.”

 

그런거야? … 한번의 대상. 자존심이 상한다.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뭐?”

“그런걸 어떻게 그렇게 잘 알어?”

“이그… 순진하긴. 남자애들은 그런걸 자랑처럼 떠들구 다닌다구~. 쟤 내가 삐리리했어. 어땠어? 죽이더라. 등등… 알겠냐?”

 

그럼…!!

역시 명재랑 혁재에게 말한걸까? 나와의 일에 대해서도…?

 

‘어디 가쓰나가 겁두없이 몸을 맡겨??’

‘걱정마~ 지후가 잘 데려다 줄텐데…’

 

키득대던 녀석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글쎄…? 난 기억이…’

 

얼버무리던 내모습. 얼마나 바보같고 가증스러워 보였을까…?

 

“야!! 뭔생각해?”

 

혜린이 툭, 등을 친다. 그제야 난 생각에서 깨어난다.

 

“어, 아니 그냥… 하지만 나에게 달콤한 말 같은건 하지 않았는데…?”

 

난 이미 기가 죽은채 얼버무린다. 머릿 속은 벌써 온통 수치심으로 가득하다.

 

“싸우긴 왜싸웠는데?”

 

기지배... 여전히 궁금하긴 한가보다.

 

“그여자… 윤서영에 대해서 물어봤었거덩…”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 여자에 대한 질문이 화두가 된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왜? 충고라도 하시게?’ , ‘여자들은 왜 하나같이 똑같냐’

 

그애의 말투… 이제 생각해보니 계단에서 그여자에게 했던 것과 비슷하잖아…

온통 뒤섞인 느낌이다. 어디부터 풀어야 할까…?

 

“서영 선배에 대해 물었다구??”

“응-.”

“ㅋㅋ 기지배, 사고 쳤네… 됐다, 야. 걱정할 꺼 없어.”

“뭐? 뭘… 걱정하지 말란거야?”

“두번다시 너한테 연락 안 올 테니까 걱정말라구~”

 

다시 유쾌해진 목소리… 왠지 기분 별루다…

 

“니가 아킬레스 건을 건드렸다구~ 어찌 해보려던 맘 싹 가셨을 테니 걱정 놔~”

“…그래? 그런거야?”

“아마 학교에서 마주쳐두 쌩깔걸? ㅋㅋㅋ”

 

지지배 정말 날 걱정했던건지 의문이다

 

“그렇게… 지독해? 그 선배에 대한 기억이?”

“민지후에게 서영선배는… 음~ 왜, 그런거 있잖아~… 드라마에서 흔히…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에 대한… 증오 같은…”

 

이루어지지 않은…첫.사랑??...

 

“넌 어떻게 민지후에 대해 그렇게 잘 아냐~?”

“응?”

“좋아하지두 않는다면서 완전 빠삭하네…? 신기하다, 야.”

 

괜히 혜린이에게 심통을 부린다.

 

“너 설마… 민지후한테 은근히 기대했던거야?”

 

전혜린… 만만찮게 사람 염장 지르는데…?

 

“공개적인 자리에서 데려다 주고, 둘이서만 술먹고, 게다가 사적인 전화에 집앞에 달려와주기까지 했으니… 순진한 우리 형주 흔들릴 만 하네~”

“… 그런거 아냐.”

 

딱 잘라 말해버린다. 정말 그런건 아니다… 난, 그저 그러기 훨씬 전부터… 그녀석이 좋아져 버렸다. 혼자서…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암튼 앞으로도 조심해, 기지배야~ 그게 다 바람둥이의 기본이야~”

 

참나… 넌 아는거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참 많겠다^^

그쯤에서 우린 ‘민지후론’을 마치고 교실로 들어간다.

 

이 순간만큼은… 민지후도, 뱃속의 생명도 뒷전이다.

난 고3이다. 이 순간만큼은 숙연해 져야 한다…

 

“전혜린~”

 

호명을 받은 혜린이도 잔뜩 긴장해보인다. 앞으로 가 성적표를 받고 돌아서는 얼굴이 창백하다.

 

“이형주~”

내 차례다. 혜린의 굳은 얼굴을 걱정스레 보며 앞으로 나간다.

 

“수고했다..”

 

성적표를 쥐어주는 담암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스치는 것 같다. 그래… 정말 예상대로인거지?? 설레는 맘으로 성적표를 쳐다본 난…

 

 

“이게 뭐니? 잘봤다고 그렇게 큰소리 뻥뻥 쳐놓고…”

집에는 아빠도, 오빠도... 다들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정도면… 형주 평소실력보다는 잘봤네, 뭘.”

 

성적표는 엄마를 떠나 오빠손에 가 있다.

 

“차라리 말이나 안했음 기대도 안했지~!! 운 좋게 찍은게 다 정답같다고 큰소리 뻥뻥 친게 누군데?”

“아, 당신은… 지난번 형주 모의고사 점수를 생각해봐라~… 수고했어, 우리딸^^ 그래, 이제 우리 다같이 작전을 한번 잘~ 세워 보자고^^”

 

역시 아빠다^^

엄만 여전히 심통난 모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친구들에게 죄다 우리 형주는 시험을 잘 본 모양이라고 잔뜩 떠벌이고 다녔으니…^^

 

마루에는 무슨 학원에서 나온 점수별대 지원대학표가 넓찍하게 펼쳐지고… 오빤 인터넷을, 엄마와 아빤 성적표와 표를 비교해 가며… 완전 몰입이다^^

 

‘다행이다 이형주… 넌 너무 좋은 가족들과 함께구나…’

 

새삼 눈물이 나려고 한다. 아빠 미안해… 내 뱃속에… 아빠가 알면 기절할 일이 있어.

 

“저놈 지지배 봐봐, 저거!! 남일이야?? 왜 거기 그러구 앉았어? 빨리 일루 안와?!!”

 

엄마의 구박도 정겹게 느껴진다. 오늘만큼은 그냥 막내이고 싶어진다. 다 잊은채…

 

“국문과는 어때? 나중에 임용고시 치면…”

“선생 되라구?? 아, 싫어~!!”

“어머, 얘좀봐? 여자 직업으로 선생이 얼마나 좋은데~?!!”

“난… 여기.”

“여기? 여기 뭐야… 광고홍보학… 참나, 좋기야 좋지, 이년아~ 되냐~??”

“아, 이사람은… 근데 형주야, 쪼~끔 높긴하다, 응?

 

우리의 작전 회의는 밤이 세는 줄 모른다. 가족곁에서… 오늘만큼은… 좋다^^

 

 

“부모님은 어문학 계열을 원하시는 것 같던데…”

 

그노므 선생타령… ^^

교무실… 담임과 면담 중이다. 오늘 오전에 엄마가 다녀갔다.

 

“그치만 전… 광고나 신문 방송계열이…”

“ㅎㅎ 니들은 어쩜 그렇게 다 비슷비슷하냐~? 그치만 이놈아… 그쪽 방면이 꽤 치열해. 보다시피 성적도 좀 모자라고… 정 그쪽을 원하면 학교를 낮춰야 해.”

 

조금만 더 잘봤으면 좋았을 껄… 새삼 후회스러운데…

어라…? 저녀석…?!!!!

 

저만치 문에서 그녀석이 들어온다. 잠시 나와 눈이 마주치곤 곧장 저희 담임에게로 간다.

그녀석도 면담인 모양이다. 점수는 얼마나 나왔을까? 어디에 지원할까…?

 

“응? 말해봐~ 학교선을 낮추더라도 그쪽이 좋아?”

“…모르겠어요. 하지만 집에서 통학이 안되는 곳은 힘들꺼 같은데…”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 이지경에도… 난 흘끔 그녀석을 본다. 근데…

그녀석 뭔가 신호를 보내고 있다.

 

‘…??’

 

뭐라는거야?? 녀석은 저희 담임 말을 들으면서 연신 입모양으로 뭐라고 말하고 있다. 그 모양이… 기..다려? 기다리라구??

 

“선생님 생각은 이렇다. 아침에 어머님과도 상의 한 부분이구… 한번 봐.”

담임이 가리킨 곳에는 가,나,다,라, 4곳의 학교가 적혀있다. 3곳은 안전빵. 한곳만 맘에 드는 과다^^

 

“알겠어요~”

 

종이를 받아들고 꾸벅 담임한테 인사를 하며 돌아서는데… 녀석 또 흘끗… 신호다.

난 도통 무슨말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해 보이며 나와버렸다. 뭐라는거야?...

 

“야, 이형주!!!”

 

교실로 돌아가는데 복도 저 끝에서 부른다. 돌아보니 교무실 앞에 녀석이 서 있다.

 

“…?”

 

녀석은 내가 가만히 서있자 뛰어온다.

 

“하, 정말… 야, 너 왜그렇게 눈치가 없냐? 기다리란 말 몰라??”

“……?”

“쪽팔리게 진짜… 상담도중에 뛰어나와버렸잖아~!”

 뭐?”

“암튼 기다려~. 할말 있으니까. 상담 곧 끝나. 알았지?”

 

녀석은 다시 교무실로 뛰어 들어간다.

난… 잠시 영문을 모른채 서있다가 다시 교실로 발을 옮긴다. 가방도 가져와야 하고…무엇보다 혜린이가 기다리고 있을텐데…

 

“정했어?”

 

역시 혜린이 날 기다리고 있다.

 

“응.”

“어디어디야?”

“그냥… 안전 빵. 넌 어때?”

“후-… 지방이 두군데나 돼. 한쪽은 천안이구, 한쪽은 안산이야.”

“그정도면 통학할 수 있을꺼야.”

“휴~ 조금 더 열심히 할걸…”

 

혜린이 가방을 맨다. 난처하다.

 

“가자.”

“어, 저기…”

“…?”

“먼저 가.”

“왜?”

“저… 엄마가 아직 교무실에 계셔. 같이 가게.

 

또 거짓말을 해버린다. 지후일로 혜린과 투닥거리긴 싫었다.

 

“아직두?”

“응. 같이 가자고…”

“그래, 그럼… 이따 통화하자~”

 

혜린인 별 의심없이 터덜터덜 발을 옮긴다. 좀 미안해 진다.

 

서둘러 가방을 매고 다시 교무실 쪽으로 가는데 저만치 그녀석이 보인다. 두리번 거리는게 날 찾고있는 눈치다. 쪽팔리게…

 

“야! 이형주!!”

 

발견한 녀석은 신경질 적으로 날 부른다. 주위 학생들이 쳐다본다. 우리학교에서 민지후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쪽팔리다… 얼른 그녀석에게로 다가간다.

 

“기다리랬지?”

“가방가지러 갔었어. 무슨 상담이 그렇게 빨리 끝나냐?”

“됐어. 가자.”

 

녀석은 뭐가 그리 급한지 서두른다.

 

“너… 가방은?”

“안가져왔어.”

“뭐?”

“수업도 없는데 건 왜메고 다니냐? 애같이…”

 

녀석은 내 가방을 툭 쳐보이곤 성큼성큼 걸어간다.

 

“어디가는데?”

“일단 따라와.”

“무슨일인데?”

 

녀석이 우뚝 걸음을 멈추더니 돌아본다. 시끄럽단 뜻이다..

 

“알았어… 빨리 가.”

 

난 … 넘 소심해서 탈이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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