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우리집은 너무 가난해서 동화책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난 집에 동화책을 책꽂이에 꽂아 놓고 보는 아이들이 너무너무 부러웠다...
그 무렵 당시 꼬마애들에겐 "바이오맨" 같은 SF어린이 영화나
미국 프로레슬링 같은 것이 한창 유행이였던것 같다...
그러나 우리집엔 비디오가 없었다.. 구식 흑백tv 만 있었을 뿐이었다...
아직도 애들 말로만 들어본 달러맨이나 홍키통키맨 이 누군지 잘 모른다...
그럼 난 어렸을 적 뭐하고 지낸거지?...
곰곰히 생각해 보니... 책을 좋아했었다는게... 기억이 난다...
집에 동화책이 없었기에... 교과서가 새로 나오면 난 제일 먼저 교과서에 나오는 재미난 이야기를 읽고 또 읽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빈칸에 집어 넣는 낱말 넣기가 내 유일한 낙이었고..
그걸 다한 다음에 이제 이야기를 외울 정도가 되면...
으흐흐~
거기 나온 철수랑 영희 그림은 금방 도깨비로 변해 버리곤 했다...
그리고 딱지 치기 할 때 나는 헌 신문지로 딱지를 접어 오는데
어떤 아이는 빳빳한 칼라종이로 만든 동화책을 찢어서 만들어 오는 것이 이해가 안됐고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그것을 따냈던 기억도 난다...
내게 돌아온 그 칼라종이의 두꺼운 딱지는 바로 다시 펼쳐져서 그 글자들은 내 눈에 읽히고 그 그림들은 나의 좋은 그림공부가 됐다.
하지만 그렇게 낫장으로 보는 찟어진 종이의 책의 글귀와 그림들은 어린나의 호기심을 더욱더 자극했고 그후 아쉬움으로 남기 일쑤였다...
그러던 나에게 작은 행운이 찾아 왔다
학교에 "학급 문고" 라는게 생겼던 것이다...
교실에 작은 책꽂이를 놓고 반 아이들이 집에 있는 책을 몇권씩 갖다놓고 다같이 보자는 의도로 만들었던 것 같다..
나는 그때 집에 있던 줏은 낡고 낡은 공상과학소설책 한권을 넣어놨던 기억이 난다... 그때 초등학생이 읽기엔 글씨도 작고 어려운 내용이었기에... 나도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다른 아이들이 다 꽂아놓고 학급문고장부에 이름을 적어 놓는데...
나만 안내면 엄청 창피 할 것 같아서 그리고 그때 반의 부반장이라서 그냥 꽂아 놨던것 같다...
뭐 근데 아무도 그것에 대해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난 그 학급문고가 너무 좋았다... 어릴적 너무 소심했던 나는...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면서도 뭘 빌려달라는 말을 잘 못했다...
그런데 이제 이게 생겼으니 몇권 안돼지만... 마음껏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그 책들은 학교에서만 볼 수 있었다...
학교에선 수업하기에 바빴고 아이들과 뛰어놀기 바빴기 때문에... 읽을 시간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난 몰래몰래 책을 책상에서 읽는척 하다가 가방에 집어 넣어 집에 가져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집에서 몰래 꺼내서 읽는 것이었다...다보면 얼릉 갖다놓고 다른것으로 바꾸고...
그러던 얼마 후...
그 형식상이지만 만들어 놓은 학급문고가 자꾸 훼손돼고 없어지고 그렇게 되니... 선생님이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이다...
분실되지 않게 장부정리도 하고 책의 앞모서리엔 책을 가져온 사람의 반번호 이름 스티커가 붙게 되었다.
아 이제... 집에 가져가서 못보는구나... 하고 낙심 하고 있던 때에...
내게 다시한번 행운이 찾아왔다...
그 장부 정리와 관리를 부반장인 내가 어떻게 맡게 된 것이다.
어떻게 맡게 됐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조용하고 그냥 앉아서 책만 보는 나를 선생님이 좋게 보신것 같다...
그 학급 문고라는 것을 거의 읽는 아이들은 없었다...
분실 위험때문에 집에 가져가는 것이 안됐지만...
나의 책 도둑질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머니 가게 돈통에서 50원~100원 훔쳐본 이후로 최대의 도둑질이었으니... 어린마음에 심장이 얼마나 뛰었던지...
'혹시나 갑자기 선생님이 문고 검사를 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 소심했던 놈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제일 떨렸던 때는 학기가 끝나고 방학하기 전에 대청소를 하고 나서 방학이 시작돼는데
선생님은 "학급문고에 있는 책 주인은 책 도로 가져가도록 하세요"라고 말씀 하신 것이다...
'이런 큰일났네!! 아직 집에 책 몇권이 있는데...' 조마조마 쿵쾅쿵쾅
없어졌다고 애들이 말하면 어쩌지.. 관리하는 사람은 나인데 ㅠㅠ
그런데 이게 왠일??? 수업끝 종이 치자마자 아이들은
"방학이다!!!" 하고 우당탕 뛰어나가기 바빴고...
아무도 그 책을 가져가는 아이는 없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쉰 나는 선생님께 말씀 드렸던 것 같다...
이책들 방학동안 집에가서 봐도 돼냐고...
선생님은 흔퀘히 허락하셨고 방학 끝나면 주인이 있는 책이니까 꼭 가져다 놓으라고 말씀 하셨다...
나는 한보따리 읽었던책 안읽었던 동화책 그림책을 작은 가방에 그리고 양손에 끙끙 거리고 집까지 와서 쌓아놓고 엄청 행복함을 느꼈고... 정말로 느긋하게 볼 수 있었다...
그 후로 어떻게 됐냐구? 다음 학기가 시작돼면 또 다시 형식상 만들어지는 학급문고가 생겼고... 아이들은 책을 다시 꽂아 놓았고...
난 또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린마음에 너무나 가지고 싶었던 책은 집안구석의구석에 내가 몰래 숨겨 놓았던 기억이 난다...
뭐 그래봐야 단칸방인 우리집에 숨길만한 곳은 이불장이나 tv다이 아래였지만...
이런 일을 기억하는 나의 어린시절 친구들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마도 완전범죄? ㅎㅎㅎ;;;
나도 잊고 살아갈 정도였으니까....
"금도끼 은도끼" 동화책 한권에 행복을 느꼈던 그때처럼...
이 마음 간직하고 싶다...
나도 한때는 비행기 조종사가 되어 하늘을 날고
이쁜 백설공주님을 만나고
톰소여와 미시시피 강에서 수영을 하고 외계인과 우주선을 타고...
그런... 멋진...
공상과학 소설가가 꿈이었는데 말이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