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무소릴 듣지 못했어요, 어제 좀 피곤해서 그냥 곯아 떨어졌거든요." 경찰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다시 질문하였다. "현장 검진 결과 힘이 보통 센 사람이 아닌가 싶어요. 여자를 그렇게 처참하게 살해한 것을 보면..."
그 말을 듣자 궁금함이 밀려왔다. 대체 어떻게 사람을 죽였길래, 사람을 처참하게 죽였단 걸까... "아랫층 여자가 어떻게 된거지요?" 경찰은 담배를 물더니 말을 이었다. "사방은 피투성이고 여자는 둔기에 온몸이 구타당했지만, 아마 죽고 나서 때린것 같소. 근데 죽기 전에 심한 공포에 사로잡혀있었는지 아님 심장마비인지 저항한 흔적이 없고.. 더 이상한 것은 손부분이 잘려서 어디론가 사라진거예요. 내참, 경찰 생활 25년째지만 이렇게 미친놈의 광적인 살인은 첨이네." 난 더이상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런 아리따운 여자가 그렇게 살해당할 수 있을까... 경찰은 담배를 끄면서 일어났다. "혹시 나중에라도 생각나는 거든지 있으면 연락이나 주쇼."
경찰을 보내고 도무지 잠이 들 수가 없었다. 자꾸 엘리베이터에서 마추친 아랫층 여자의 얼굴이 머리를 꽉 채우고 나를 괴롭혔다. 근데 갑자기.. 어제, 살인이 있었던 날 밤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가 본 것이 문득 생각나 경찰이 준 명함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예. 강력계 조00입니다." "네, 저 아까 전화하라고 하셨던 사람인데요. 제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예, 뭐든지 말씀하세요.." 경찰이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은 어제 퇴근할 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문을 열려는데, 담배 냄새가 중앙 통로에서 나더군요. 누가 담배를 피나 보다 하고 문을 따려는데 아래층 계단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았죠. 그래서 학생들이 부모 몰래 담배 피우는 거구나 생각하고 누군가 보려고 하니, 학생은 아니고 머리는 짧은 어른이었어요. 밤색 세미정장을 입은 듯한 걸 보니 학생은 아니구나 싶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