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분명 내 눈에 들어온것은 오빠가 결혼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준서는 티비앞에서 굳어있었다. 눈에 불을 이글이글 태우며 화면을 노려보고 있었다.
[기자] 그럼 언제 결혼하시는겁니까??
[시후] 날짜는 아직 잡진 않았는데 올 가을에 할 생각입니다.
[기자] 지금 상황에서 결혼 발표를 하는건 인기에 굉장한 타격이 있을걸로 예상되는데요
소속사나 멤버들간에 얘기가 있으신겁니까?
[시후] 가수라는 직업이 인기에 먹고사는 거지만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팬들도 이해해 줄꺼라고 믿구요.
더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면 된다고 봅니다.
물론 소속사에서나 멤버들도 다 축하해 주는 부분입니다.
[기자] 그래도 시후씨의 용기에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거의 끝나가는 분위기여서 앞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모르겠다.
도대체 오빠가 누구랑 결혼한다는 거지?? 나...?
[기자] 여자친구분은 언제 보여주실 생각입니까?
[시후] 그동안 언론에 너무 시달려서 당분간은 좀 쉬게 두고 싶습니다.
요즘 언론때문에 저한테 신경질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하하하!
결혼하게 되면 다 아시게 될테니깐 그때까지 좀 참아주세요
[기자] 그럼 어떻게 만나게 된건지 말씀이나 해주세요.
[시후] .....제 남동생 과외선생님이었어요...첫눈에 반했죠..
[기자] 아니 남동생이 있습니까?? 고등학생인가요?? 어느 고등학교 다니죠??
그들은 오빠에게 남동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었던 모양이었다.
남동생 준서 이야기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후레쉬가 다시 펑펑 터졌다.
"말하면 안돼..."
준서가 조용히 뇌까렸다..
[시후] 담에요...동생이 언론에 노출되는걸 굉장히 꺼려해서요.
[기자] 동생분은 지금 과외선생님과 사랑에 빠졌다는걸 알고 있나요..?
[시후] 물론이죠...그런데 많이 예민해져있어요. 동생도 선생님을 좀 좋아했었나봐요..
그 나이때는 선생님 좋아하고 막 그럴때잖아요..
그치만 어쩌겠어요.. 분명! 저를 이해해 줄껍니다.. 하하~
세상에...오빠는 기자들에게 하는 말이 아녔다.
그건 분명 준서에게 하는 말이었다. 학생때야 한두번쯤 선생님 좋아하고 그런때가 있으니..
준서도 지금 그런거라고...준서가 나를 사랑하는 감정을..너무 쉽게 정의하고 있었다.
"이런 신발!!!!!!!!"
준서는 폭팔하기 일보 직전처럼 소파를 손으로 내리쳤다.
"준..서야..?"
"형이 미쳤어!! 미쳤다고!!!! 제정신이 아냐..완전히 돌았어!!"
"이제 어떡해.."
"가만 안있을꺼야...형이고 뭐고 다 필요없어..."
"그러지마.."
"안그러면!!! 그럼 형하고 결혼할래????"
"지금 그런말이 아니잖아!!"
"에잇!!"
준서는 가방을 들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준서야~!!!!"
따라나가봤지만 계단으로 내려갔는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저렇게 화만 내면 어떡해..해결책을 함께 찾아봐야지..
베란다로 가서 아래를 보니 오토바이는 이미 저만치 가고 있었다.
전화가 울려댄다.. 수경이였다.
"수경아~~ ㅠ.ㅠ"
[야! 뭐야? 방금??? 갑자기 무슨 결혼이야?? 얘기 끝났다며??]
"모르겠어...오빠가 왜 저러는지.."
[오빠 진짜 너무하는거 아니냐? 사랑한다는데 그냥 놔줄수는 없대??]
"나도 미치겠다..준서까지 열받아서 가버렸어.."
[근데..오빠말처럼...준서가 우리 학교때 선생님 좋아하는 것처럼..그렇게 그냥 너를
좋아하고 있는거 아니냐? 괜히 지 감정 확대해석해가지고 사랑한다고 느끼는거 아니냐고?]
"야! 이수경!!"
[아니 뭐..그럴수 있지 않겠냐 싶어서 말이지..괜히 어린애 감정에 니가 놀아나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야!! 끊어!!"
와..이것도 친구라고....정말 눈물난다 눈물나..
내가 그런 소소한 감정과 사랑하는 감정을 구분못하는 바보인줄 아는거야 뭐야??
너무 열받아서 오빠에게 전화를 했다. 그치만 역시 받질 않았다.
계속계속 받을때 까지 전화를 해도 신호만 갈뿐 응답이 없었다.
준서에게 전화하고 싶지만 운전중일꺼 같아 꾹 참고 있었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멍청히 꺼진 티비만 노려보고 있으려는데 문이 달각거리며
빈우가 들어왔다.
"왔....어? 늦었네.."
내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채 쾅~ 하는 문소리와 함께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제발...그러지마라 빈우야...언니도 미칠거 같은데..너마저 그러면 어째...
거실에서 빈우가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지만 방안에서 나올생각을 않았다.
씻으러 욕실도 가야 할텐데..나때문에 못나오고 있는건가..?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오자 거실을 왔다갔다 하는 빈우소리가 들렸다.
나가서 얘기하고 싶지만 또다시 방으로 도망칠까 싶어 계속 방안에만 있었다.
전화가 울려댔다. 준서였다.
"여보세요.."
[화내서 미안해..너한테 그럴려고 그런게 아닌데..]
"알아..난 괜찮아.. 집이니?"
[아니..]
"그럼 어디?"
[너네 집 바로 밑에...]
"아까 가는것 같던데 언제 왔어..?"
[가다보니깐 내가 바보같이 군거 같아서..]
"내려갈께.."
조심스럽게 거실로 나가자 빈우는 방에 있는지 없었다.
살금살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아래로 내려가자 준서는 어깨를 추욱 늘어뜨린채
오토바이에 걸터앉아있었다.
"어깨 펴..그런모습 싫어.."
"왔어...?"
애써 웃어보이려는 준서모습에 가슴이 아푸다..
"아까 인터뷰 말야...신경쓰지말자...준서야.."
"............"
"오빠가 그런다고 해서 내가 달라질껀 없어...언론에 이미 얘기되었다고 해도..
내가 아니면 그만이잖아.. 그러니깐 너도 그냥 잠자코 있어..
그냥 우리 당분간 조용히 지내자..오빠는 내가 설득할테니깐..
넌 괜히 욱하는 감정으로 오빠 대하지 말라고.."
"..........."
"준서야...?"
"어..."
"날 정말 사랑해..?"
"무슨 소리야?"
"아니...그냥.."
"너..설마..아까..형이 한말 때문에 지금 그걸 물어보는 거야?
내가 널 사랑하는 마음이 고작 유치한 감정일꺼라는 생각을 하는거냐구!!???"
"그게 아니라..."
"어떻게 그래??? 너 내가 그동안 힘들어하는거 못봤어?? 내가 너때문에 죽을껏 같이
힘든거 못봤냐구??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형이고 뭐고 다 필요없는 이 마당에..
지금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거야??!!!!"
"준서야...아니야...내가 잘못생각했어.."
미친년!! 김연우 미친년!!! 그 질문을 입밖으로 뱉는 순간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가뜩이나 힘든 준서에게 아예 죽어버리라고 무덤을 파는 꼴이라니..
"미안해 준서야..."
"됐어!"
"나..겁이나서 그런거야....난 지금 니가 너무 좋은데..
힘들게 선택한 니가 나중에 변해버릴까봐..그래서..미안해.."
바보같이 또 눈물이 난다...왜 난 준서앞에서만 이렇게 찔찔이가 되는건지..
그런 나를 준서가 포근히 감싸 안았다.
"바보야..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그런 쓸떼없는 생각같은거 하지마..
난 죽어도 너만 사랑해..내 속엔 난 없어..온통 너야.."
"준서야..."
"울지도 말구...너 우는거 싫다고 그랬잖아.."
준서 품안에서 한참을 그렇게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보니 ..오빠였다. 그 이름만 봐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오빠!! 어떻게 그래요!!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요??"
[미안하다 그럴수 밖에 없었어..]
"그럴수 밖에 없다뇨!! 취소하신다고 그러셨잖아요..근데 결혼이라뇨!!"
그때 준서가 냉큼 내 전화를 가로채어 갔다.
"형 미쳤어??? 정말 이렇게까지 하고 싶은거야??? 날 아주 안볼작정이야??"
준서는 전화에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난 연우 포기못해..형이 뭐라고 떠들고 다녀도 난 연우 사랑해..연우도 그렇고..
그러니깐 제발 우릴 그냥 나둬!!!!"
그러더니 전화를 끊어버리는 준서..
"끊었어??"
"응..."
"오빠가 뭐래..?"
"말을 안하고 듣고만 있어.."
"니가 말할 틈을 주기냐 했어? 혼자서 다다다다 따발총만 쏴대더니.."
"화가나니깐 그렇지.."
"이제 집에 가봐...나도 올라가야해..혹시라도 형 오면 열부터 내지 말고 조용히 얘기해.."
"알았어.."
"너 폭력으로 해결하면 안돼!! 알았지??"
"알았다니깐..."
"어서 가봐... 운전 조심하고.."
하며 준서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 주었다. 할때마다 이 기분은 정말 뭐라고 해야하나??
"야야야~~!!!"
"히히~ 얼른가.."
그나마 준서가 기분이 조금 풀린듯 환하게 웃으면서 부웅하고 시원하게 달려나갔다.
어쩔땐 오빠같고..어쩔땐 철없는 동생같구...귀여운 녀석...
다시 집으로 올라온 나는 다시 살금거리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방에 있을줄 알았던 빈우는 거실소파에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나와..있었네..?"
"......."
어색하다...뭐라고 말을 꺼내야 하는데 할말이 없다.. 일단 방으로 들어가자..
"아파트 안에서 그러고 싶어???"
내방 손잡이를 막 열고 들어갈려는데 빈우의 낮은 목소리가 내 발목을 붙들었다.
"어...?"
"쪽팔리지도 않냐?? 교복입은 준서오빠랑 아파트 안에서 껴안고 부비고 그렇고 싶냐고!!"
언제 본거야...? 내가 나가자마자 방에서 나와서 다 본건가??
"빈우야.."
"제발 다른 사람들을 좀보라구..시후오빠랑 나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
우리 심정을 조금도 헤아릴수가 없는거야??"
"나도 알아..안다구!!"
"알아?? 아는 사람이 시내에서 손 붙자고 하루종일 돌아다니구 것도 모자라서 동네사람들
왔다갔다하는 아파트 안에서 그러고 있냐??"
"빈우야..제발 언니를 이해해줘...언니 정말 준서 사랑해.."
"다 필요없어!!"
빈우는 차갑게 내 손을 뿌리치고는 방으로 다시 들어가버렸다.
내가 어떡하면 좋니...? 어떡하면 날 이해할수 있어..?
다음날 아침에 새벽같이 일어나 빈우 아침을 챙겨주려 했지만 도대체 몇시에 나간건지..
빈우는 없었다.
기집애...언제까지 그럴꺼야...?
학교에 가야하나..? 결혼발표까지 터진마당에 무엇이 겁나랴~~~~
씻고 화장하고 있으려니 준서에게서 전화가 울려댄다
[뭐하고 있냐?]
"학교가려구 준비중이다~
[혼자?? 수경이 누나가 데리러 안와??]
"삐짐모드 중일꺼야.."
[왜?]
"그럴일이 있다..수업안하냐?"
[아직 수업전이야 볶지마.!]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뭘 볶지마??"
[담탱왔다. 나중에 전화할께]
준서는 후다닥 끊어버린다. 역시 고딩은 고딩이다 담임때문에 벌벌 떨고...
'딩동딩동'
핸드폰을 보면서 흐뭇해 하고 있는데 현관에 벨이 울렸다.
수경인가?? 히히..기집애..역시...
하지만 인터폰을 보자니 수경이가 아니었다. 준호오빠가 멀뚱히 우리집 현관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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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인가 봅니다~
만사가 다 귀찮구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