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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2-39화> 프로젝트 발동

바다의기억 |2006.04.01 22:48
조회 18,636 |추천 0

비가 옵니다.

 

이렇게 부슬부슬 내리는 밤비를 보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울적해 지네요.

 

차라리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나기였으면 좋겠습니다.

 

========================== 과유불급이란 말도 모르냐 ===========================

 

 

김군이 소개팅을 수락하고 3일이 흘렀다.


내일로 예정된 소개팅을 앞두고


연극 연습이 한창인 연습실 한 쪽에 모여 앉아


머리를 맞대고 있는 김군과 박군.



박군

- 누나가 스타일은 그래 보여도


깔끔한 사람을 좋아해요.


좀 쿨~ 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김군 - 음... 쿨한 느낌. 옷도 깔끔하게 입어야겠네.


박군

- 식사도 국 같은 거 말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곳.



김군 - 레스토랑 같은 데? 돈 많이 들 텐데...


박군

- 아, 싼 곳도 상관없어요.


이미지 관리상 그런 것 뿐이니까.


집에선 감자탕이건 뭐건 다 잘 먹어요.



중간 중간 메모까지 해가며


박군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김군.


일전에 잠깐 본 것뿐인데도 이렇게 열성인 걸 보면


박양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다.


취향 특이하네...



박군 - 은근히 징크스나 그런 것도 많이 믿고...


김군 - 흐음... 우연의 일치나 뭐 그런...



김군의 사진을 박양에게 보여주고


착수금 2만원에 성공적인 만남 시 3만원 추가 지급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받은 박군 또한

(김군이 하는 짓이 그래서 그렇지 생기긴 좀 생겼다)


이번 소개팅에 사활을 걸고 임하고 있다.



영 뜬금없는 곳에서 강한 결속을 보이며


급속히 상황을 호전시켜 가는 두 사람의 모습에


김군Love박군 프로젝트의 진행을 맡고 있던 연출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실제 한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회계로부터 받은 예산은


식비를 비롯한 각종 명목으로 스실스실 소진,


현재 딸랑 4만원을 남겨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태를 놓고 고민하던 연출은


회의중이던 김군을 불렀다.



연출 - 김군아, 잠깐 이리 와봐라.


김군 - 예?


연출 - 너 내일 소개팅 한다며?


김군 - ...예.


연출 - 이거 얼마 안 되지만.... 보태 써라.


김군 - 예?


연출

- 그리고 혹시나 나중에 회계가


내가 얼마 줬냐고 물어보거든....


5만원 쯤 줬다고 해.



김군

- ..... 아니 주시니까 받기야 받겠지만


그건 또 왜 그런데요?



연출 - 어허..... 다시 줄래?


김군 - 아뇨, 잘 쓰겠습니다.



연출의 ‘묻지마’ 식 협상에


낼름 3만원을 받아들고 사라지는 김군.


...... 예산 결손액 6만원에서 4만원으로 감소.



이 뒷거래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의 능숙한 횡령 수법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분식회계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연출

- 자, 그동안 우리도 잘 먹고 잘 놀았으니


이제 할 일은 해야지.


박양과 김군을 잘 되게 도와주는 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길이다.



남은 예산 1만원.


김군Love박군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발동되는 순간이었다.



연출

- 자, 이제부터 작전을 설명하겠습니다.


김군으로부터 입수한 진로를 따라 함께 이동하면서


특별한 이벤트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줍시다.


제일 먼저 만나는 식당에선....



다음날.


예정대로 박양과 김군의 위험한 만남이 시작되었다.


이 장소까지 쫓아오는 데


7명의 차비로 5천원 소모...


남은 예산 5천원. 메워야할 결손액 4만원.



연출, 어깨, 덩치, 민아, 기억, 김양, 안군까지..


연극부 주요멤버 대부분이


이번 프로젝트의 실행요원으로 나섰다.


조용한 식당에서 첫 대면을 가진 김군과 박양.


돈가스 1인분이 5천원인...


김군이 맨 정신이라면 결코 들어오지 않았을 평범한 레스토랑.



김군 - 처음 뵙겠습니다, 김군이라고 합니다.


박양 - 박양이라고 해요. 박군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그 순간, 김군의 얼굴에 복잡한 긴장감이 스쳤다.


과연 박군이 자신에 대해 뭐라고 지껄여 놨을까?


소개팅 결의 후라면 좋은 말만 주구장창 늘어놨겠지만


이전 관계를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인간 말종으로...



박양 - 어디 불편하세요?


김군 - 아아뇨, 그냥.... 이렇게 박양 앞에 앉아있으니 꿈만 같아서....


어깨 - 풉! 쿨럭, 케헥...


박양 - 응? 지금 무슨 소리가...


김군 - 누가 물마시다 사레가 들렸나 본데요.



박양의 말이 단순한 인사성 멘트임을 간파한 김군은


단순한 안도에 멈추지 않고


감히 상상 못할 느끼함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근처에 앉아 그들의 대화를 훔쳐듣고 있던 우린


샘솟는 개기름에 서로의 피부를 쥐어뜯으며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받아야 했다.


김군... 보통이 아니다.



박양 - 김군씨는... 취미가 뭐예요?


김군 - 음... 음악 감상이나... 시를 쓰는 건 좋아합니다.


박양 - 어머, 너무 로맨틱하다...



거짓말을 떠나 범죄의 레벨로 접어드는


김군의 자기 미화와 느끼한 멘트....


그 대화를 듣고 있던 어깨는


치미는 분노에 주먹을 부르 떨었고


덩치는 버터를 임신한 듯 헛구역질을 해댔다.



덩치 - 우욱.... 우우우욱...


연출

- 덩치야, 참아. 더럽고 치사해도 참아!


그게 세상이야 인마!



어째서 우리가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는 걸까...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먹어왔던 치킨과 피자 조각 따위가


혈액 속에서 스며 나오는 듯한 촉감이


온 몸을 싸잡아 괴롭혔다.



연출 - 자, 아무튼 이때다. 안군 출격!



고통에 신음하는 부원들을 뒤로 하고


미리 준비되었던 연출의 시나리오를 따라


바이올린을 들고 테이블로 다가서는 안군.


난데없는 안군의 등장에 박양은 짐짓 당황한 듯 했지만


곧 시작된 야상곡 연주에 분위기는 금방 누그러들었다.



민아 - 안군오빠 진짜 잘 한다...


김양 - 허구한 날 저것만 끼고 도는 데 못 치면 바보지.


연출

- 김양아, 넌 왜 그렇게 세상을 삐딱하게 보냐.


잘 하는 건 잘 하는 거지....



김양 - 난 솔직히 저 새끼 싫어.



지금 내 심정을 대변해주는 듯한 김양의 말에


난 안군을 살짝 비꼬아보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


괜히 이런 곳에서 속내를 비출 필요는 없다.



곧 안군의 연주가 끝나고


식당 안엔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사이 김군은 자연스럽게 지갑에서 2만원을 꺼내


안군의 앞에 내려놓았다.



김군 - 잘 들었어요.


안군 - 아닙니다, 두 분의 첫 만남에 이 연주를 바칩니다.



그렇게 말을 마치고 물러나는 안군을 보며


박양은 가벼운 탄성을 자아냈다.



박양 - 여기 괜찮다.... 센스도 있고.


김군 - 하하, 제가 잘 아는 곳이에요.



낼름 꺼냈던 돈을 다시 지갑에 넣고


박양밖에 믿지 않을 허세를 떠는 김군.


거의 황홀경에 빠진 듯한 박양의 표정에


난 당장이라도 자리를 떨치고 나가


=당신은 지금 속고 있는 거야!=라고 외치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연출

- 잘했어, 안군은 우선 식당 밖으로 나가 있어.


자 그럼 곧 다음 장소로 이동할 텐데...



슬슬 죄책감을 느끼는 부원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연출이 다음 작전을 설명하는 동안


식당 한쪽 테이블에서 웨이터를 불렀다.



남 - 웨이터, 여기도 연주 부탁해요.


웨이터 - 예? 아... 저... 그게....


남 - 뭐해요? 바이올린 연주자 불러 달라니까.


웨이터 - ....죄송하지만 저희 식당엔 그런 서비스가 없습니다.


- 뭐요? 아니, 지금 장난합니까?


저쪽 테이블에서 친 건 바이올린이 아니라 해금인가?



웨이터 - 그... 그건 저희로서는...


남 - 아니 사람 차별도 정도가 있지! 얼마야? 얼만데 사람 무시해?


여 - 어머 뭐 이런 데가 다 있어?


웨이터 -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 지배인께...


남 - 지배인 말고! 바이올린 치는 사람 데리고 오라고!



점점 식당 전체로 퍼져나가는 소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박양과 김군도


이쪽 상황에 주의를 돌리기 시작했다.



연출

- 일났네... 안군! 다시 들어와 봐.


연주 한 건 더해야겠다.



점점 커져가는 소란에


웨이터가 지배인을 찾으러 간 사이


연출은 핸드폰으로 밖에 있는 안군을 불러들였다.


곧 다시 식당으로 들어온 안군.



안군 - 예, 무슨 일이에요?


연출 - 저쪽 테이블 가서 연주해주고 팁 받아와.


안군 - 예?


연출 - 에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얼른!



이 상황에서 누이는 누구고 매부는 누구야?


계획에 없던 연출의 지시에


안군은 마지못해 뒤쪽 테이블에 가서 연주를 시작했다.



잠시 후, 연주가 끝나고...


안군은 얼마의 팁을 받아들고 우리 테이블로 돌아왔다.



연출 - 오케이 잘했다. 얼마 받았어?


안군 - 3만원이요.


연출

- 좋아, 안군 넌 여기 대기하고 있다가


콜 들어오면 나가.



안군 - 예?


연출

- 거참, 도랑치고 가재 잡고 뭐 그런 거지.


가게엔 내가 잘 말해줄 테니까, 알았지?



현재 팀 수익 3만원.


아무래도 방금 전 한 방으로


프로젝트의 목표가 변경된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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