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입니다.
요즘 일이 워낙 바빠서 그런지
주말이 지나도 별로 아쉬운 게 없네요.
다만 안타까운 점이라면
며칠 째 피아노 학원을 못 나가고 있다는 점?
============================ 대체 안 하는 짓이 뭐냐 ==============================
어깨 - 어제 어떻게 잘되셨어요?
김군
- 그래, 어둡기만 하던 내 인생이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럴게 아니라 우리 음료수나 한 잔씩 할까?
김양과의 소개팅 이후
정신이 붕가붕가된 김군으로 인해
연극부의 분위기는 한 층 좋아졌다.
박양에게 나란히 뻗어버린 우리로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도리가 없었지만
분명한 건 김군에게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연습실 한 쪽 벽에 기대 앉아
아직도 욱신거리는 갈비뼈를 어루만지며
김군의 동태를 눈여겨 보고 있을 때
박군이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박군 - 어? 매형!
김군 - 어이구 처남, 우리 음료수 마시러 갈 건데 같이 갈래?
박군 - 매형이 쏘시는 거예요?
김군 - 당연하지~ 내가 어떻게 처남한테 얻어먹겠어.
....... 언제 처남 매형 사이까지 간 거야?
단 하루 사이에 급격히 가까워지다 못해
친인척으로 묶여버린 두 사람의 모습에
사람들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어젯밤엔 무슨 일이 있었는가?
박군에게 전해들은 사건의 전말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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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 - 허억.. 허억.... 이정도면 되겠죠?
박양
- 에이씨, 왜 도망쳤어요!
그런 놈들은 완전 박살을 내줘야 하는 건데!
=따끔하게 혼을 내준다.= 가 아닌
=완전히 박살을 내준다.=
박양의 위험성을 실감하게 해주는 멘트였다.
김군 - 허억....하아... 그래도 무사해서 다행이예요.
박양 - 뭐가 무사해요! 그렇게 얻어 맞고!
김군 - 하아.... 저 말고... 박양이요.
기름이 쪽 빠지게 맞은 다음에도
결코 수그러들지 않는 김군의 느끼함에
완전히 튀겨져버린 박양.
포장종이 바깥으로 번져오는 기름기처럼
잔잔한 느끼함에 코팅되어 있던 박양은
잠시간의 침묵 뒤에 입을 열었다.
박양
- 확실히 마지막에 남아있던 그 녀석.....
뭔가 암수를 쓸 것 같은 분위기였어요.
아니거든? 정말로 아니거든?
난 그냥 평범하게 발로 흙이나 찰 생각이었는데...!!
이런 나의 애타는 항변과는 무관하게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김군 - 아무튼.... 다행이예요.
박양 - ..... 맞은 덴 괜찮아요? 어디 봐요.
김군 - 아, 괜찮아요. 전 워낙 이골이 나서....
박양 - 예? 평소에도 이렇게 맞고 다녀요?
김군
- 아... 아뇨, 그게 뭐랄까... 이.... 세상이라는 게
때리는 사람이 있으면 맞는 사람도 있고....
김군의 진실된 모습을 봐버린 박양의 얼굴에
동정과 연민 이상의 어떤 감정이 스쳤다.
박양
- 그러면서 뭘 믿고 그렇게 덤볐어요!
칼이라도 가지고 있었으면 어쩌려고!
비록 모양새는 엉망이었지만
박양은 김군의 마지막 공격에 내심 감동 받았던 것 같다.
박양
- .... 나 이대론 마음이 안 놓일 것 같아요.
내가 김군씨를.... 강한 남자로 만들어줄게요.
김군 - 예? 아뇨 뭐 그러실 것까진....
예상 밖의 전개에 당황한 김군이
박양을 만류하려 다가선 순간
박양은 능숙한 동작으로 김군의 움직임을 봉쇄한 뒤
강제로 입을 맞췄다.
휘릭, 파파팟, 슈팍! 쪼옥....
김군 - ?!?!...!!
기습키스에 놀란 김군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박양의 압도적인 힘과 테크닉 앞에
이내 포기하고 그녀의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김군 - .... 나, 나 강해질게요. 박양을 지켜줄 수 있을 만큼.
그렇게 김군은 박양의 손에 이끌려
험난한 수련의 길에 올랐다는 감동적인 비하인드 스토리.
하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의문점.
대체 박양의 정체는 무엇인가?
연출 - 박군아, 너희 누나 무슨 운동하셨냐?
박군 - 아, 어려서부터 특공무술을 조금....
아하, 요즘은 팔꿈치 치기 한 방으로 사람을 실신시키고
여차하면 핸드백에서 삼단봉을 꺼내드는 정도를
=조금= 이라고 하는 거구나....
그렇게 선크림과 바디오일로 얼룩진
김군Love박군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이제 남은 일은 연극 준비 뿐.
기나긴 표류 끝에 내 역할은 결국 사이코 박사로 결정이 났다.
안군 - 결국 그쪽으로 굳어지는 거냐?
기억 - 선배가 걱정할 일은 아니죠.
안군 - 누가 걱정한다고 했나, 그냥 비꼬는 거지.
기억 - 무지하게 심심하신가 봐요?
내가 역할을 맡기 전부터 계속되어온 안군의 시비질은
이후 한층 그 수위를 높여갔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가 얻는 게 대체 뭔지는 몰라도
분명한 건 무시가 상책이라는 거다.
안군 - 잘해봐.
기억 - 말 안 해도 그럴 생각입니다.
안군 - 안 그러면 우리도 무대에 나갈 수가 없잖아.
기억 - 알긴 아시네요.
정말 이 내용을 녹음이라도 해서
=충격르포! 안군의 실체를 까발린다!=
는 제목으로 퍼트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안군의 배후세력이 연극부의 60%에 육박하는 지금
(연극부원의 여성비율이 이정도 된다.)
굳이 더 큰 화를 자초할 이유는 없었다.
기억
- 제 생각엔 안군 선배가
이 역할을 했어야 하는데 말이죠.
사는 것 자체가 완전 키메라잖아요.
안군 - 내가 미쳤냐?
기억 - 예.
오케이, 이번 건 크리티컬이었다.
안군에게 한 방 제대로 먹였다고 판단한 난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따고 배짱=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아... 이거 안 웃으려고 해도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네.
본격적인 연습 시작 4일 째.
기세 좋게 사이코역을 맡은 나였지만
그 난이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연출
- 몇 번을 말해야 돼,
이 연극의 핵심은 사이코 박사의
리얼리티에 달려 있는 거라니까!!
순간순간 훼까닥 돌아가는 그 느낌을 살려 봐!
이번 연극에 나오는 박사 역은 사랑과 집착에 미쳐
정상적인 자아와 분열된 자아 사이에서 갈등하는
골룸과 스미골 같은 인물로
대사 중간 중간 나타나는 인격의 변화에
극히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모두가 적합한 인물상이라 입을 모았던 만큼
각각의 인물을 연기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문제는 빠르게 두 인격이 교차하는 부분들...
기억
- 크크큭.... 아아알잖아? 이미 늦었어...
얼마 안 남았다고... 어, 어차피.... 어차피...
연출 - 그래! 그거야 완벽해! 거기서 정상 모드로 휙 돌아오는 거야!
기억 - 안돼, 안돼...!! 이제 더 이상은... 크크큭....
연출 - 그게 아니라니깐~!! 뒤에 크크큭은 뭐야!
기억 - 아.... 저도 모르게.
처음엔 잘 오락가락 하다가도
어디서부턴가 중간모드로 섞여버리는 연기.
심심하면 지금 좌우를 번갈아서
아수라 백작이나 골룸 흉내를 내 봐라.
골룸과 스미골의 평균, 혹은
트랜스젠더 아수라백작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연출 - 안돼.... 이대론 절대 안 돼!
답답함을 참다못한 연출이
머리털을 쥐어뜯으며 절규하고 있을 때
연습실 문을 열고
혜성처럼 등장한 한 사람이 있었다.
유니 - 오랜만에 나타나... 헬로 에브리바디~.
연출 - 어? 유니 선배.
유니 - 연극 준비는 잘 되가?
연출 - 예 뭐, 그럭저럭....
유니 -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기억이는?
이미 들어올 때 봤으면서
뭘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야?!
기억 - 여기요.
유니 - 당연하다는 듯...이번에 사이코 박사역 네가 맡았지?
기억 - 조금 화가 나서... 그게 왜 당연한 데요?
유니 - 킥.
...... 전염되고 있다. 유니균에 전염되고 있다....!!
유니 - 조금 얼굴을 붉히며.... 널 생각하면서 만든 인물이니까.
남의 생각하면서 이상한 캐릭터 만들지 말아!!
그것도 왜 =얼굴을 붉히며=야?!
유니 - 어때? 어렵지?
기억 - ..... 예, 뭐. 조금 그러네요.
유니
-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래서 내가 특훈을 생각해 왔지.
특훈이라.... 왠지 불안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