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광복절 특사'
노래 <분홍 립스틱>이 문제였다. 분홍 립스틱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사태가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그녀는 <분홍 립스틱>에 그렇게 열광했을까. 하긴 ‘숟가락’도 만만치 않다.
밥 먹는 숟가락이 한 사나이가 6년간 집념을 불태우는 도구로 쓰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기가 찰 노릇이다. 물론 그래서 웃긴다.
연말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코믹영화 <광복절 특사>(감독의 집, 김상진 감독)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등의 김상진 감독-박정우 작가 콤비의 야심작이자, 차승원 설경구 송윤아라는 A급 스타들이 호흡을 맞춰 제작 기간 시선을 모았던 <광복절 특사>는 ‘역시!’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러닝타임 1시간 58분이 짧게 느껴진다.
▲부지런한 코미디
<광복절 특사>에선 네 가지 사건이 짜임새 있게 전개된다. 우선 광복절 특별 사면 대상인 줄 모르고 탈옥했다가 다시 감옥으로 들어가려는 설경구와 차승원의 ‘난리 블루스’가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분홍 립스틱>을 멋들어지게 부르는 경찰 유해진에게 반해 변심한 송윤아의 마음을 돌리려는 설경구의 노력과 두 죄수를 잡으려는 유해진의 사생결단이 보태진다. 그 사이에 국회의원들이 특별 방문한 교도소에서는 폭동이 일어난다.
영화는 더 이상 꼬일 수 없는 지경까지 등장 인물들을 내모는데, 솜씨 좋게도 차근차근 매듭을 풀어가며 상황을 정리해낸다. 김상진-박정우 콤비는 “<광복절 특사>가 우리의 최고 역작”이라는 자신들의 말을 증명해보이며, 아귀가 딱딱 맞는 코미디를 만들어냈다.
‘왜 이렇게 점잖지?’ ‘생각보다 덜 유치한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슬랩스틱 코미디나 비속어를 이용한 무작정 웃음은 배제했다.
그래서 실망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완성도가 높은 코미디를 만난 느낌이 훨씬 반갑다. 참 부지런했다.
▲꽉 찬 코믹 연기
영화의 처음 5분을 책임지는 차승원은 ‘나 이제 코믹 연기는 자신 있어’라고 몸으로 말한다. 목발 짚은 거지 차림으로 빵을 게걸스럽게 훔쳐먹다 경찰에게 끌려가는 불운한 남자.
게 걸음으로 우스꽝스럽게 도망치는 폼도 그렇고, 무성영화 시대의 변사처럼 능청맞게 풀어내는 내레이션도 차승원의 연기가 완전히 물 올랐음을 보여준다.
설경구? 그의 촐싹대고, 가볍고, 시끄러운 연기는 배꼽을 잡게 한다. 변심한 송윤아 때문에 눈 뒤집힌 그의 모습은 익살스럽기 그지 없다.
설경구와 차승원은 꼬리에 불이 붙은 두 마리 생쥐처럼 옮기는 걸음걸음과 표정 하나하나에서 내공을 과시했다.
코믹 연기에서 진짜로 우는 여배우를 본 적이 있는가. 송윤아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웃음을 선사하는 연기다운 연기를 선보였다.
뭇 남자들을 홀리게 예쁘면서도, 경박스러운 변두리 식당의 아가씨. 산만한 퍼머 머리와 촌스러운 복장이지만 연기력만큼 예뻐 보인다.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