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가 오냐 오냐 하는 사이, 광고가 아예 프로그램을 차고 앉고 있다.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을 만들랬더니 슬그머니 ‘화제의 드라마’ 하며 자기 자랑이나 잔뜩 늘어놓는 TV들. “누가 자랑하랬냐” 했더니 이번엔 고작 사극 장면에 청바지 등장한 걸 ‘옥에 티’라고 호들갑을 떨며 간접광고를 해대는 게 요즘 TV의 ‘옴부즈맨 프로그램’이다.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자사 드라마 주인공을 만나러 다니고, 다큐멘터리에서는 그런 드라마의 배경을 역사적으로 추적하고, 메인 뉴스에서는 드라마가 인기여서 시청자들이 난리났다고 호들갑이다. 그러더니 결국 예고편이 프로그램 한 코너로 자리잡고 말았다. 25일 아침 SBS ‘생방송 모닝와이드’는 프로그램 끝무렵 자사 드라마 예고편을 연달아 내보내면서 “많이 기대해달라”고 했다. 이것은 그 프로그램의 일부인가, 자사의 드라마들을 선전하는 광고인가. ‘생방송 모닝와이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이렇게 자사 프로그램 예고편으로 한 꼭지를 만들고 있다.
“이런 걸 준비했으니 많이 봐달라”는 것은 명백히 광고일 뿐,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래서 드라마 예고편은 광고 시간에 따로 방영돼온 것이다. 이는 방송사가 새 직원을 모집한다거나 무슨 공연을 주최한다든가 하는 내용을 ‘광고’로 분류해 내보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방송법 제2조 21항은 ‘방송광고는 광고를 목적으로 하는 방송 내용물’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예고편은 분명 ‘프로그램 광고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같은 법 제73조가 규정하는 대로 방송사는 “광고와 프로그램이 혼동되지 않도록 구분”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시청률을 높이려면 온 정성을 다해 프로그램 만들고, 점잖게 ‘시청자의 심판’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예고편은 광고시간 잘라서 내보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방송사들은 그 광고시간도 아까운지, ‘제 살’인 다른 프로그램 시간 깎아먹으며 광고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