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토요일
그 녀석이 우리 집에 온 첫 날입니다.
초등학교 남동생이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사왔답니다.
우리 엄마 : 야이, 짜식아 뭐 사먹으라고 용돈 줬드니 병아리를 사오고 그래~ !!
그럴 만도 하시지요, 우리집엔 달팽이, 귀뚜라미 ,, 온 갖 생명체의 집합소 같거든요
그래두 이 병아리 너무 귀엽네요, 노란 솜털이 뽀송뽀송 머리엔 베이지색 염색 크큭 요놈 내 손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네요, 자꾸 만지면 스트레스 받을까봐 상자 안에 못 쓰는 수건 깔아주고 한쪽 구석에 두었습니다.
한시도 가만 있질 않네요 그 조그만 몸뚱이에서 '삐약 삐약' 소리가 얼마나 크든지,,
나중엔 짜증이 나서 다시 꺼내 놓았습니다, 그랬더니 신기할 정도로 조용해 진 겁니다.
이넘 엄마를 찾았나 봅니다, 상자 안은 막혀 있으니 그랬나 봐요,
저녁에 아버지가 오셨습니다. 상자 안에서 삐약 거리던 녀석을 보드니 안아주면 조용할 거라 하십니다. 그래서 혹시나 손 안에 쏙 감싸주었더니 와, 정말 조용해 지네요 기분이 좋은건지 안심이 되는 건지 '삐삐삐삐삐' 이런 소리는 냅니다. 그 날 저녁 아무것도 못하고 계속 손안에 재웠습니다.
어찌나 잘 자는지 차마 상자 안에 다시 넣을 수가 없더군요,
4월 16일 아침
깜짝 놀라면서 일어났습니다. 혹시나 내가 자다가 이 녀석 깔고 뭉갠건 아닌가 ?
다행히 제 배위에서 잘 자고 있네요 내 한 손은 이 녀석 몸위에 덮어놓고 그렇게 긴장된 상태에서 잤더니 온 몸이 쑤십니다. 잠도 안 잔거 같구, 모이를 줘야 하는데 뭘 줘야 하나.
어머니께서 좁쌀을 물에 뿔려 두셨다고 합니다.
얼른 가져와서 하나 먹여봤습니다. 정말 잘 먹던데요 콕콕 급하게도 먹습니다.
밤새 배가 많이 고팠나 ?
저두 닭이라고 물 먹을 때마다 하늘 보면서 먹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습니다.
잠깐 자리를 비우면 어찌나 큰 소리로 우는지 자리도 못 비우겠네요
제가 엄마인 줄 아나봐요 종종종 따라오기도 하고 손만 보면 막 비집고 들어오기도 합니다.
재워달라구 큭; 일요일날두 아무 것도 못하고 요녀석에만 매달려 있었네요
엄마와 상의를 했습니다
나 : 엄마 병아리 강삐 어때 강삐? 강하게 자라라구 ㅋㅋ
엄마 : 삐돌이로 지어 삐약삐약 거리니까
나 ; 삐돌이가 모야 삐지게.
그렇게 결국은 이름도 못 지어주고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지요.
4월 17일
벌써 익숙해졌습니다. 배 위에 올려놓고 재우는 것
손으로 덮어줬다가 치울라 하면 금새 깨더군요, ㅇ ㅏ 이넘,
그래도 너무 안쓰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얼른 얼른 자라라
아기를 보는 어머니들의 마음을 알겠더라구요 언제 자라나 싶기도 하고 한없이 작고 약해보이기만 하고 , 오늘은 월요일 일을 나가야 하는데,
집이 오후엔 다 빕니다. 걱정되네 이녀석, 데려갈 수도 없구
상자를 찾았습니다. 어딨나 아 일도 늦었는데 급하게 찾다가 에킁, 내 부주의로 이녀석을 밟아 버렸어요 꺅 어쩌니 미안해 미안해 다행인지 날개쪽 살짝 밟힌거 같습니다.
에이 어떡해, 상자안에 넣어두었더니 더 서럽게 삐약 삐약 거립니다.
아 미안해 있다가 얼른 올게
집에 두고 오는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ㅜ ㅜ
퇴근 후 얼른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병아리부터 찾았습니다
헉, 근데 모이통 부위가 부어있네요
엄마, 얘 왜이래요? 아까 내가 밟아서 그런건가? 어떻게
엄마께서 곧 죽겠다고 그러시네요, 원래 병아리 파는 것은 약하고 금방 죽을 것같은 병아리들을 선별해서 파는 거라구,
생각해보니,, 어렸을때 병아리를 사와서 키웠지만 일주일을 넘기던 병아리가 없었어요
주변에두 키워본 적은 있지만 닭이 될 때까지 키웠던 적은 없더라구,
아,,설마, 물을 마셔도 자꾸 토합니다, 너무 괴로워 보여요
이씨, 정들었는데, 너무너무 미안해 ㅜㅜ
그날두 손안에 폭 안겨서 잠들었습니다. 삐삐삐삐 거리는게 오늘은 아파 보이기도 하네요,
4월 18일,
아,, 우리 병아리 괜찮나?
살짝 손을 들어봤습니다. 엇 이 녀석 눈을 번쩍 뜹니다
삐약삐약 이 소리가 어찌나 반갑든지
어제 부었던 모이통도 갈아 앉았어요 아, 다행이다
어제보다 훨씬 활발하네요 모이도 너무너무 잘 먹고 이렇게 사랑스러울 때가 없었습니다.
오늘도, 어쩔 수 없지만 잠깐만 혼자 있어야 한단다.
퇴근하고 총알같이 집으로 돌아왔죠
그리구 얼른 안아줬습니다. 아이구 이쁜것
쑥쑥 건강하게 자라야 한다
손에 폭 감싸 놓고 티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대로 경직된 상태로 움직이면 또 삐삐삐삐 거리더라구요 예민하긴 ㅎㅎ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잘자네요 손 잠깐 떼어도 꾸벅꾸벅 졸기만 하구
요녀석 오늘 스트레스 많이 받았나? 잠 정말 잘자네 그래 푹 자렴,
그렇게 한참 있다 엄마가 병아리 자니? 물어보십니다
웅 엄마 오늘 얘 너무 잘자 ㅋㅋ 귀여워
엄마가 한번 보자고 하시네요
자 봐봐 엄마 너무 잘 자 ,
근데 뭔가 이상하네요, 이럴리가 없는데,, 옆으로 자꾸 기우뚱 거려요,
힘없이... 어 얘 왜이래, 일어나 손가락으로 톡톡 쳐봐도 미동도 하지 않네요,,
왜 그러지,, 바닥에 둬봤습니다. 엇 근데 머리를 막 흔들어요
아 그럼 그렇지 잠이 너무 푹 들었었나보다,
정신을 차릴려고 머리를 흔드나봅니다,
근데,,, 이내,, 다시는 못 일어납니다,,,
요 녀석 ,,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렇게 금방 갈꺼,, 왜 우리집에 왔나 싶기도 하고,,
아프지 않고 돌아가서 고맙기도 하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너무 안쓰럽고 불쌍하고 애처로워서요,,
어미도 모른채 태어나서,,,
오늘 비도 내리고,, 자꾸 눈물이 나올라 하는 거 참고 있네요,
이렇게 쓰면서 자꾸 생각도 나고,,
우리 막둥이, 좋은 곳에 갔을 겁니다,
다시는 병아리로 태어나지 말기를,,
태어나면 건강하고 아프지 않기를,,
항상 사랑받으면서 살기를,,
아,, 리플들 잘 봤습니다.
마이신 먹여야 한다는 것은,,정말 생각도 못했네요.
상자 안에 두면 잠도 안 자고 계속 삐약 거리길래 손안에서 재웠거든요,
그럼 정말 잘 자길래,, 무지가 한 생명을 빼앗은 것 같네요,,
그리구 같이 맘 아파 하신 분들 감사합니다.
병아리두 이런 마음 알고 갔겠지요,
오해 하진 말아주세요
저도 생명 있는 것은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병아리 제 욕심에 귀엽고 이쁘다고 만지작 거리거나 그랬던 것도 아니고요,
이불도 덮어줘보고 젤 따뜻한 곳에 놔주기도 해보고 했지만, 이불 속에 있다가 나오기도 하고, 계속 울기만 했어요,,
모이 주려고 손을 가까이 대면 오히려 손 안으로 파고 들던 녀석이었거든요,, 손으로 덮었다가도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고세 깨기도 하구, 아무래도 제 손이 어미 닭 날개품인 줄 알았던 모양인지,,
농담삼아 어머니께서 나중에 크면 '세상에 이런일이' 에 나오는 것 아니냐며 그러실 정도로 이쁜 짓만 하던 녀석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