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전하다.
술을 마셔도 허전하다.
당구를 쳐도 허전하다.
낮에 친구가 찾아왔다.
비오는 길에 위험하니 올려면 열차 타고 천천히 오라했는데.
궂이 차를 몰고 한시간 반 걸려 또 나를 찾아왔다.
맛있는 거 먹자고 했다.
칼국수 좋댄다.
계산도 자기가 한댄다.
말려도 소용없다.
멀리서 와 준 것만 해도 미안한데.
차 한잔 하잰다.
차 마실 마땅한 장소가 없으니 드라이브나 하자고 했다.
산골 계곡 사이로 난 길을 드라이브 했다.
비와 안개에 젖은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바위산을 덮은 참꽃이 눈이 시리도록 이쁘다.
어차피 긴 시간을 내고 만난 건 아니지만
먼 거리를 달려와서 달랑 점심먹고 잠깐의 드라이브만 하고
그녀는 또 먼거리를 비속에 달려갈 것이다.
엄마가 편찮으시댄다.
간호하러 가야 된단다.
간호나 하지 뭣하러 왓냐구 나무랬다.
잘 도착했다고 문자가 왔다.
힘들어 할 때마다 찾아가면 반겨줘서 고맙다고도 왔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란다.
난 그시간에 한잔하고 당구치고 있었다.
오늘은 왠지 허전하다.
한 이삼일 늦게 들어왔다 뿐인데
애들은 벌써 나와의 거리를 느끼나보다.
퇴근하고 아이스크림,풍선껌,우유,홈런볼,바나나까지 장봐서 건네주고 나갓건만
잠이 들려는 마누라 옆에 슬쩍 누우니
잠깨운다고 짜증이다.
요즘 들어 뭔가 허전하다.
2%가 아니고 마니 부족하다.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하나, 영어책이라도 다시 들어 볼까?
하다만 공인중개사 시험공부라도 시작해 볼까?
운동이라도 시작해야하나.
애인이 있어도 오늘같은 날은 허전할 거 같다.
전에도 그랬다.
애인이 있어도 이 허전함을 채울 수 없을 거다.
작년 봄에는 유난히 바빳다.
작년 봄에는 이렇게 허전하지 않은 것 같다.
담배를 끊어 볼까?
허전한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다.
오늘 밤은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다.
담배나 한대 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