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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전하다

시골쥐 |2006.04.20 02:37
조회 846 |추천 0

허전하다.

술을 마셔도 허전하다.

당구를 쳐도 허전하다.

 

낮에 친구가 찾아왔다.

비오는 길에 위험하니 올려면 열차 타고 천천히 오라했는데.

궂이 차를 몰고 한시간 반 걸려 또 나를 찾아왔다.

맛있는 거 먹자고 했다.

칼국수 좋댄다.

계산도 자기가 한댄다.

말려도 소용없다.

멀리서 와 준 것만 해도 미안한데.

 

차 한잔 하잰다.

차 마실 마땅한 장소가 없으니 드라이브나 하자고 했다.

산골 계곡 사이로 난 길을 드라이브 했다.

비와 안개에 젖은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바위산을 덮은 참꽃이 눈이 시리도록 이쁘다.

 

어차피 긴 시간을 내고 만난 건 아니지만

먼 거리를 달려와서 달랑 점심먹고 잠깐의 드라이브만 하고

그녀는 또 먼거리를 비속에 달려갈 것이다.

엄마가 편찮으시댄다.

간호하러 가야 된단다.

간호나 하지 뭣하러 왓냐구 나무랬다.

 

잘 도착했다고 문자가 왔다.

힘들어 할 때마다 찾아가면 반겨줘서 고맙다고도 왔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란다.

난 그시간에 한잔하고 당구치고 있었다.

 

오늘은 왠지 허전하다.

한 이삼일 늦게 들어왔다 뿐인데

애들은 벌써 나와의 거리를 느끼나보다.

퇴근하고 아이스크림,풍선껌,우유,홈런볼,바나나까지 장봐서 건네주고 나갓건만

 

잠이 들려는 마누라 옆에 슬쩍 누우니

잠깨운다고 짜증이다.

 

요즘 들어 뭔가 허전하다.

2%가 아니고 마니 부족하다.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하나, 영어책이라도 다시 들어 볼까?

하다만 공인중개사 시험공부라도 시작해 볼까?

운동이라도 시작해야하나.

 

애인이 있어도 오늘같은 날은 허전할 거 같다.

전에도 그랬다.

애인이 있어도 이 허전함을 채울 수 없을 거다.

 

작년 봄에는 유난히 바빳다.

작년 봄에는 이렇게 허전하지 않은 것 같다.

 

담배를 끊어 볼까?

허전한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다.

오늘 밤은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다.

담배나 한대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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