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4번째 지나가는 버스 타는거에요."
"네번째고 다섯번째고 도시락은 왜 싼거야."
"타면서 먹어야죠."
"버스에서?"
"네!"
버스에서 이런걸 먹어도 되나...?
아침에 싸온 장바구니가 볶음밥 하기엔 너무 많다 싶었더니
다 이걸 노리고 온것이였군.
아...
치밀한 그녀
근데 불안하긴 하네...
그녀가 알아 채면 어쩌지?
내가 그 남자가 아니라는걸...
그렇게 버스가 하나 둘 세대가 지나갔다.
그런데 정작 버스가 하나 둘 지날수록 나보다 더 경직되있는건
기정이였다. 점점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기정이.
"왜 그래? 표정이 완전 굳었네?"
"아니에요. 추워서 그러져뭐 .. 아 추워..."
그러게 춥다는 애가 또 미니스커트야...
"그렇게 입으니깐 춥지."
이럴땐... 자캣을 벗어줘야하나?
벗어줄려니깐 너무 속보이고
안벗어줄려니깐 미안하고...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네
벗어줄까...
그냥 말하면 되는데
왜이렇게 조심스러워 지는거지...
"저...자켓 벗어주면 나도 추우니까... 팔짱이라도..."
"어. 버스 온다!"
"...해주면 안되는거군..."
집에 종점근처라그런지
버스엔 사람이 거의 없엇다.
"안타?"
"잠깐만요. "
눈을 감고
무언가를 중얼 거리는 그녀
"아 사람아 안탈꺼야?"
버스기사 아저씨 성질도 급하시지.
"탈거에요. 잠시만요. 안타? 눈감고 뭐해?"
"이제 타요!"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버스로 달려 오르는 그녀
주머니에서 처넌짜리를 꺼내더니
버스비를 내고는 바로 맨 뒷좌석으로 달려갔다.
아... 나 멀미땜에 뒷좌석 못 앉는데...
내맘은 아는지 모르는지 맨 뒷좌석에서 날 부르는 그녀...
어쩔수 없잖아 이건...
제길...
아직 그녀가 모르니...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버스 맨 오른쪽 뒷좌석에 앉아버렸다.
그녀는 아직도 뭐가 그렇게 긴장 되는지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뭐한거야? 기도한거야?"
"휴... 처음타봐요."
"처음 탄다구?"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처음 타본다구요."
"아...근데 지금은 타두 돼?"
"아직은 안 괜찮아요... 아저씨 손 잡아줘요."
그녀의 오른손을 꼽 잡아주었다.
따듯하다... 버스에서 나오는 히터보다.
그녀의 따듯한 손길의 온기가 내몸에 타고 흐른다.
"아...조금 진정 된다."
내손이 진정젠가....
"내가 손 잡아주면 진정이 돼? 내 손에 그런 능력도 있었네?"
"왜요.. 그럼 아저씨는 내 손 잡으면 흥분되요?"
말하는거 하고는...
예리한 년....
"험험... 아무튼 내가 재밌게 해줄게"
"헤헤 지겹다고 떼쓰지 말아요. 나 오늘 버스 공포증 다 없앨때 까지 타고 다닐꺼니까"
"그...아버지 생각 안나게... 버스 타면 아버지생각 말구... 내 생각나서 웃을수 있게...되게 재밌게 해줄게"
그녀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는
살짝 웃으며 내 어깨에 기댄다.
"...노력 안해도 되요... 아저씨는 노력하면 재미 없드라."
웃는다. 그녀가...
"야... 타자 마자 자면 어떻게 해"
"안자요... 그냥 기대만... 있을게요"
우는거였나....?
내손을 꼭 쥐고 있는 그녀의 손...
내 어깨에 올려진 그녀의 머리
조용히... 아주 조용히 흐느끼는 그녀
그냥 이대로 있자...
이대로...
.....
땀찬다...
손에 땀이 찬다.
어깨도 결린다.
그리고 축축하다.
하지만 움직일 수가 없다.
피곤했나보다.
침까지 흘리며 자는 그녀...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길래 살짝 그녀의 침을 닦아주엇다.
"음냐..음냐..."
깊게 잠들었는지 처음 에 이쁘게 기댔며 잠들었을때랑 다르게
모습이 많이 망가져있었다.
아...치마...
소매로
그녀의 입가에 묻은 침을 닦아주자마자
더 큰 위기가 찾아왔다.
그녀 잠이 들면서 점점 다리가 벌어질려고 하는거였다.
핸드백이 허벅지 위에 올라가 있지만.
저거론 부족하다.
팬티보이겠다.
가려야 하는데...
가려줘야하는데...
깨울수도 없고.
어떻게 하지?
사람들은 하나둘씩 타고
급기야 사내놈 한두놈씩
이쪽을 힐끔 거린다.
에라 모르겠다...
그녀 다리를 손으로 직접 정리 해주었다.
"흐으음..."
벌어지려는 허벅지를 손으로 잡아서
가지런하게 맞추어 주고 나니
또 벌어지려는 것이였다.
제기랄...
어쩔수 없이 그녀의 허벅지를 내쪽으로 당기고 있어야 했다.
사내놈들의 부러운 표정과 함께
여인내들의 마치 변태를 대하듯한 표정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아... 나 그런 사람 아닌데
하긴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자는
여자의 다리를 자꾸 힐끔 거리다가 이젠 대 놓고
급기야 허벅지를 더듬어 대니
그렇게 보였나보다.
미치겠군
"음냐...음냐...아잉...하지마"
망할년...
대체...
뭘 하지 말라는거야
그보다 더 짜증나는건 나의 자세엿다.
왼손은 그녀의 오른손을 쥐고 있고
나의 오른손은 그녀의 허벅지를 더듬고 있다.
아니 고정해주고 있다.
게다가 그녀는 내 어깨에 기대고 있다.
이 자세를 유지 하려면 허리를 꺽어줘야 했다.
마치 언뜻 보며 그녀를 덮치려는 듯한 자세...
가뜩이나 어깨가 결리는데 이 자세는
너무나 고통적이였다.
그녀를 깨울까...
아니야 이렇게 곤히 자는데...
20분뒤...
땀을 뻘뻘흘리는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흐음... 나 많이 잤어요?"
손에 습기가 가득한걸 먼저 느꼇는지 손을 뿌리쳐 주는 그녀
고마웠다.
손에 바람이 통하면서 땀기운을 날려주고
결리던 어깨가. 풀어지는 순간이였다.
그렇게 행복함을 느끼고 있을때 그녀가 말했다.
"어...? 내 다리...만지고 있네요?"
그녀가 자신의 허벅지에 올려져 있는
나의 손을 보며 말했다.
엄마야.
"어...? 어!? 아.. 아니야 "
"피...변태"
"아...진짜 아니야 오해 하는거야 너"
"하암... 근데... 얼굴에 웬 땀이에요? 더워요? 아우 손에 땀찬거봐바."
누구...땜에...땀찬건데...
"땀차면 손좀 놓고 있지 그랬어요. 음? 여긴 어디에요?"
누가... 먼저 꼭 쥐고 있었는데...
억울했다.
하지만 삐져서 안된다. 남자라면.
"모르지..야 바톤 터치 이제 내가 질게"
"음... 자 여기 누워요."
자신의 치마를 가르키는 그녀...
"허벅지에?"
"네...왜요?"
"아니...그거 좀... 이상하지 않나? 버스에서?"
"괜찮아요 그냥 자요. 이럴때 다 공공질서 파괴하는거죠. 뭐"
조심스레 그녀의 허벅지에 머리를 눕혔다.
편하긴 편한데...
"잘자요"
날 내려다 보면서 웃는 그녀...
잘자고는 싶은데...
주변의 사내놈들 눈초리가.
마치 꿈에서 나올것 같았다.
아..나두 진짜 유치하네... 이런걸로 복수할려고 들고..
예전엔 정말 안이랬는데...
아...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이였어.
어깨도 결리고...
음... 손에 땀도 차고... 음...
허벅지도 더듬고...
아니... 고정시키고...음...
잠도....오고...
....
"아저씨 일어나요 종점이에요."
"응?...어... 하암..."
벌써 종점인가...
이거 원.. 잠만 자다 끝나버렸네
"이제 도시락 먹어야죠."
"어...그래..도시락..."
그녀와 종점에서 먹은 도시락은 참 맛있었다.
버스기사 아저씨들은 물론 '저 연놈들이 무슨짓이야 남의 신성한 일자리에서.'
이라고 했겠지만
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다만 문제는
나의 도시락은
밥에 날계란 풀어놓고 참기름 뿌린 밥이엿다.
기정이는 볶음밥
"...맛있어 볶음밥?"
"네 되게 맛있어요. 봐요 역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걸 먹어야 한다니까요 그쵸?
아저씨도 아저씨가 좋아하는 참기름에 날계란 섞은거 먹으니까 좋죠? "
"....어"
역시 치밀한 그녀였다.
"자... 다 먹었으니 다시 출발해 볼까요? 이번엔 무슨 버스를 타볼까나..."
그녀와 보냈던 버스 여행..
버스타고 손잡이 안잡고 오래 버티기
사람들 벨 누르기 기다리고 있다가 먼저 벨 누르기
한 의자에 둘이 같이 앉기...
버스타고 종점까지 가는데 사람 몇명 타는지 세워보기
별 재미도 없는 유치한 일들이였지만
그녀와 함께 했기에 즐거웠던 여행이였다.
그렇게 시간은 야속하게만 흘러가고
3600원짜리 여행이 끝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차비는 그녀가 전액부담이였지만...
해가 지고
그녀와 가로등이 수놓여진 붉은색으로 물든
거리를 걷고 있을때였다.
"와...오늘 되게 재밌었어요."
"이제 버스 탈만해?"
"덕분에요. 고마워요."
"그래..."
"정말 고마워요... 다시는 버스 탈일 없을줄 알았는데"
"뭐..내가 한게 뭐있다고..."
그때였다.
"어머 이게 누구야? 지수오빠 아니야?"
잊을수 없는 목소리...
한때 매일밤 꿈속에서 나타나 날 괴롭혔던
그 목소리...
미희...?
"...너....너..."
"미안하다는 말 전하러 왔어 속여서 미안하다고."
여전히 입고리만 올라간 그녀의 표정
전혀 사과하는 얼굴은 아니다.
"배짱한번 좋네... 앞에 나타날 생각도 다하고."
나와 그녀의 눈치를 살피는 그녀
"그냥 아는여자야."
"네..."
이상하게도 기정이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새로 사귄 여자친군가봐...? 세상에 그렇게 못살겠다고 징얼거리더니.. 그새?"
"왜 나타난 거야?"
"빚쟁이들때문에 하룻밤 재워달라고 온건데. 안되겠네? 선약이 있는거보니"
"...그런 사이 아니야."
"...굼뱅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넌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여? 내가 신고하면 넌 바로 사기죄로..."
"니가? 신고를? 푸하하하하하하..."
"...."
"넌 못해. 신고....죽어도....
그리고... 저 여자... 어디서 좀 본것 같은여자야... 조심해... 퇴직금 마져 꽃뱀한테 뜯기면...
뭐 먹고 살려고 그래?"
"무...무슨소리야?"
"무슨소린지는 저 여자한테 물어봐"
"...무슨소리야...?"
그녀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다.
멍한 눈으로 그저 날 보고 있었다.
촛점이 없는 그녀의 눈...
"호호 아무튼 뜨거운 밤 보내요. 우리 지수오빠 불쌍해서 어쩜 좋아."
"......"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기정...
기정이가 갑자기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야...야! 어디가 !! 기...기...기정아!! 너...너 다음에 나타나지마 나타나면...그땐 정말 죽여버릴꺼야.
알았어!? 기정아!! 같이가 기다려!! "
"아... 미친년...쌤통이다. 어디 남의 다 발라 놓은 사냥감을..."
미희는 달려가는 나를 보고 나즈막히 중얼거렸다.
타탁 타탁 타탁 타탁
그녀는 어둠속에서 사력을 다해 달리고 있었다.
"기정아!!!!"
마구 달려가는 그녀...
"따라오지 마요!!!"
발악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그녀
"잠깐!! 잠깐 멈추고 얘기좀해!!!"
내 말을 무시하고 계속 달리던
그녀는 얼마 안가서 구두굽이 고장났는지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꺄악!!!"
제기랄...
다급하게 달려가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괜찮아!! 기정아!! 괜찮아!?"
"하아....하아....하아....하아....."
나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
슬프다...
슬퍼서 울고 있다.
"괜...찮아...기정아?"
그녀의 눈물샘이 고장났는지
마구 눈물이 흐른다.
그리곤 날 밀쳐 내며 말했다.
"왜...왜 따라왔어요.. 왜!!"
"기정아...."
"그 여자한테 다 들었잖아요!!! 어차피... 내말... 하나도...하나도...안들어 줄꺼잖아..."
그녀가 정말 서글프게 울었다.
내가...울린거다...
두려웠다.
"....기정아... 내가 이런말 너한테 해준적 있었나...?"
지금이 때가 아닌건 알지만...
그래도...
이말을 해야한다...이말을...
"....나.....말이에요...속인거...있어요.....나....사실..."
그녀에게...다가가... 고개를 떨군 울고있는 그
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사랑해 기정아....정말로 사랑해... 이러다가 이렇게 사랑하다 그냥 미쳐버리겠어! 듣고있어...?
그러니깐 아무말도 하지마...사랑해...기정아...사랑해...사랑해..."
그녀를 꼭 끌어 안으며..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나를 위로 하듯이... 사랑한다는 말을 되풀이 하면서...
아니...사랑한다는 말로 날 위로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를...놓치기 싫었다.
그녀가 뭔가 말을 하면..
그녀가 떠날것 같았다.
두려웠다.
그녀가 누구든 어떤걸 원하든...
내가 가진 어떤거 보다 지금 제일 소중한건... 기정이니까...
그녀가 떠난다는건 정말....
그러니까...제발 제발...아무말 하지마...
제발...
사랑해...기정아....
내말이 들리는지 안들리는지...
내품에 안긴 그녀는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계속 구슬피 울고 있었다.
한참을 말없이 계속 운 그녀...
".....미안해요.....미안해요....나... 말 못하겠어요... 나...미안해요......"
"....됬어...기정아...괜찮아...기정아..."
그냥 이렇게 꼭 안고 있으면...
내가 모른척 하고 있으면
되잖아...
"자...손..."
"......."
"진정제... 내 손 잡으면...진정 된다며..."
말없이 그녀는 나의 손은 꼭 잡는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도 모르게 말한마디가 세어 나왔다.
"사랑해..."
기정아....
붉은색 가로등이
우리의 사랑을 더욱 붉게 빛춰 주는듯 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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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부 분량이 겹쳐서. 스크롤 압박이 있네요.
그다지 재밌지도 않은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구요.
항상 지켜봐주셔서 몸들바를 모르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리플..추천 구걸하고. 저는 사라지겠습니다. ㅠ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