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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3-9화> 가재는 게편

바다의기억 |2006.05.26 00:53
조회 9,201 |추천 0

토요일 SICAF에 코스프레 하러 갑니다.

 

나중에 사진 올려드릴게요~.

 

======================= 얼쑤 좋구나 ============================ 

 

 

오군과 한나를 비롯한


신입부원들이 연극부에 들어온지 일주일.


지극히 낮았던 내 생활의 마찰계수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한나 - 오빠~~.


기억 - ........ 왜.


한나 - 밥 사줘요~~.


기억 - 내...내가 왜?


한나 - 어머머? 우리 사이에 그러기에요?



일단 첫 번째 마찰요인.


시도 때도 없이 들러붙어


내 상황대처능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한나.


민아 보기도 민망하고


도를 넘은 장난에 심신이 피로하지만


무작정 떨어낼 수도 없는 애매한 상대다.



유니 - 그녀의 말에 내심 놀라....어머... 둘이 무슨 사인데?


한나 - ..... 음... 굳이 말하자면, 용서 받을 수 없는 사이랄까요?


유니 - 어머나, 그럼 나랑 같네?



마찰요인 두 번째.


오군의 등장과 더불어


부쩍 출연빈도가 올라간 유니병장님.


연극부 왕고참의 권위는 어디로 갔는지


입만 열면 농담에


나이랑 맞지 않는 장난끼까지....


한나와 만나면 시너지 효과까지 일으켜


사람을 3.7배 이상 피곤하게 만든다.



한나 - 밥 사줘요~오빠~.


유니 - 나도~ 나도~.



전생에 무슨 원수를 지었는지


늪지 밑바닥의 진흙처럼 들러붙는 두 사람.



기억 - 아익! 두 사람 다 그만 좀 해욧!



그들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난 세차게 몸을 털며 자리에서 탈출했다.


내가 자리에서 빠져나가자


대결구도는 이상한 쪽으로 전이되어


또다시 한 바탕 폭풍을 몰고 왔다.



한나

- ....... 어? 아줌마! 아줌마가 끼니까 도망가잖아요?


거의 다 된 거였는데!



유니

- 심각한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 아줌마? 지금 저보고 그러신 거예요?



한나

- =저보고=는 무슨 얼어 죽을 =저보고=에요?


나이를 먹었으면 나이값을 해야죠!


공경에 처한 후배 대신 밥은 못 사줄망정


어떻게 같이 얻어먹을 생각을 해요?



유니

- 어느덧 평상심을 되찾은 차분한 말투로....


한나씨도 알겠지만.... 내가 나이를 떠나서


액면가는 기억이보다 한참 어리잖아요?


액면가가 허락하는 한에선 얻어먹어도 돼.


아마 밖에 나가서 우리 둘이 자매사이라고 하면


한나씨가 누나라고 할 걸?



한나

- 입가에 싸늘한 조소를 띄우며....


눈가에 잔주름은 감추고 그런 말씀을 하시죠?



유니

- ........ 뚝. 괄호치고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


가슴이랑 뭐랑은 반비례 관계라드만.....


싸가지랑도 반비례인가보네?



한나

- 뭐, 뭐예요? 근거 있어요?


그리고 여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요?



유니

- 나도 근거 없는 소리라 생각했는데


댁을 보니까 완전 진리의 말씀으로 들리네~.



..... 용호상박이라고 했던가.


공통적인 목표가 사라지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두 사람의 싸움은


김씨 허씨의 육탄전이 가소로워 보일 정도로


치열하고 강력한 것이었다.



오군 - 누, 누, 누, 누, 누......


유니 - 뭐? 내가 왜? 시비는 쟤가 먼저 걸었는데?


오군 - 하, 하, 하, 하, 한....


한나

- 나 지금 너랑 이야기 하자는 거 아니거든?


제 3자는 빠지시죠? 오, 오, 오, 오군씨?



유니 - 야! 네가 뭔데 우리 오군을 놀려!


한나 - 제, 제, 제, 제가 어, 어, 어, 언제 놀렸어요?


오군 - 두, 두, 두, 두.....


유니

- 넌 남자가 되서 지금 그런 소리가 나와?


너도 뭐라고 한 마디 팍 쏘아 줘야 할 거 아냐!



마찰 요인 세 번째.


늘 상황이 이쯤 되면 중간에 개입하는 오군.


세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나만 오군의 말을 이해 못하는 것 같고


완전 바보가 된 기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내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 않는다는 걸까?



3파전까지 번진 그들의 싸움을 뒤로 한 채


난 다시 평화로운 낙원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과연 더 이상 그런 곳이 있을까 의문이지만....



민아 - 또 쫓겨 왔어?


기억 - 아.... 뭐 어쩌다보니.



결국 내가 찾아간 곳은 민아의 곁이었다.


일단 그녀 옆으로 오면


한나나 유니 선배의 활동도 조금은 통제가 되고


두 사람이 조용해지면


오군이 끼어들 일도 없기 때문이다.



기억 - 하아.... 참 사람들이.... 전생에 무슨 원수를 졌기에...


민아 - 그래도 활기차서 좋지 뭐.


기억 - 걱정되진 않고?


민아 - 응? 뭐기?


기억 - ...나 뺏길까봐.


민아

- 음.... 괜찮아. 난 기억이를 믿으니까.


하지만 혹시라도 그런 일이 있으면....



기억 - .....있으면?


민아 - 반드시 죽일 거야.


기억 - ...... 응? 뭐?


민아 - 아냐,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는 거지 뭐.


기억- 아....응.



방금 왠지 모를 한기가......



그렇게 잠시 대화가 끊긴 사이


난 주변이 왠지 모르게 조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분명 아직 유니와 한나의 말다툼 소리로


시끌벅적해야 할 텐데....


이 폭풍전야 같은 고요함은 뭐지?



한나 - 언니, 잠깐만.


민아 - 응? 끼야악?!!



그때, 민아의 뒤에서 불쑥 나타난 한나가


스웨터 밑으로 손을 쑥 집어넣어 민아의 가슴을 더듬었다.


민아와 바로 맞은편에 서있던 난


그 과정을 옷 너머로나마 생생히 보고 말았다.



민아 - 뭐뭐뭐뭐뭐뭐하는 거얏!!


한나 - ...... 언니, 실망이야.


민아 - 뭐뭐뭐뭐...콜록, 뭐, 뭐, 뭐가?!


한나 -아무리 작아도 저 할머니 보단 클 줄 알았는데....



당혹감에 얼굴을 붉힌 민아의 분노는 아랑곳없이


침울한 표정으로 돌아선 한나는


뒤따라온 유니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 사죄했다.



한나

- 죄송합니다. 제가 졌네요.


껌에도 덴버껌이랑 보통껌이 있다는 걸 깜빡했어요.



유니

- 오호호호! 그러게 내가 뭐랬.....


잠깐, 뭐? 껌이 어쩌고 어째?



한나

- ..... 아, 비유가 좀 잘못 됐나요?


그럼..... 계란 후라이에도 두께 차이가 있다?



유니

-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삭이며...


너....너어어어......



유니 선배가 가까스로 마지막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다음 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복식호흡으로 다져진 민아의 짜랑짜랑한 목소리가


연습실 창문이 깨어질 듯 울렸다.



민아 - 둘 다아 나가아아아아아앗!!!!!!!!!!!




그날 연습이 모두 끝난 후에도


민아의 분노는 쉽게 식을 줄 몰랐다.



기억 - ....... 저기... 공주님?


민아 - 왜.


기억 - ..... 괜찮아?


민아 - 아니, 전혀.


기억 - ....... 아....응.



어지간하면 한 번쯤 =괜찮아= 라고 함직도 하건만....


현재 그녀의 기분이 얼마나 참담한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민아

- 막말로 둘이 나한테 우유를 하나 사주길 했어, 뭘 했어?


왜 둘이 싸우는데 나까지 끌어들여서


망신을 시키느냔 말이야.



기억 - 내말이 그 말이라니까.... 왜 뻑하면 나한테도....


민아

- 그건 기억이가 딱잘라서 분명하게


말을 안 하니까 그런 거잖아!



내 딴에는 편을 들어주려고 했던 말이지만


돌아온 건 민아의 짜증 섞인 핀잔뿐이었다.



기억 - ....... 미안.


민아 - 흥.



솔직히 이 문제에 대해선


할 말이 없는 게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냥 접어두기로 했다.


이런 날은 뭐든 조용히 넘어갈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다.



민아 - ........



그녀도 그렇게 쏘아붙인 게 조금은 미안했는지


끼고 있던 팔짱을 조금 더 꼭 감아오며


내 옆으로 가까이 붙어 섰다.



한나 - 오빠~~.



그때, 뒤에서 달음질 쳐오는 발소리와 함께


한나의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모든 위기의 원흉!!


난 재빨리 고개를 돌려


그녀가 뛰어오는 각도와 속도 및 자세를 분석


그녀의 공격패턴을 파악했고


제1 공격 목표로 추정되는 내 왼팔을


재빨리 몸 앞으로 치웠다.



한나 - 꺄앗?!



내 팔을 붙잡음으로써


감속 및 자세제어를 시도하려던 한나는


갑작스러운 내 반격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주저앉듯 앞으로 넘어졌다.



한나 - ....너, 너무해!


기억

- 너무하긴 뭐가 너무해.


사람이 싫다고 하는데도 계속 이러는 네 잘못이지.


딱! 잘라 내 입장을 밝혀주자면,


난 네가 이러는 거


부담스럽고, 싫고, 무척이나 스트레스 받아.


다른 사람한테야 그러든가 말든가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지만


앞으로 나한텐 다시 이런 거 하지 마.


혹시나 해서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사실... 뭇 여성을 공학용 계산기보다 귀하게 여기는


한 사람의 공돌이로서


넘어진 여성을 방치해둔 채 이런 말을 하는 게


다리가 후들거릴 일이었지만....


마침 민아도 옆에 있겠다 좋은 기회라 생각한 난


그동안 마음속으로 삭이고 삭인 말들을


싸늘하기 그지없는 말투로 줄줄 늘어놓았다.



한나 - ........



말싸움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한나도


차마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거라곤 예상 못했는지


단번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멍하니 앉은 자세 그대로 날 올려다 볼 뿐이었다.



기억 - 가자, 공주.



......이때가 탈출 기회다.


그녀가 반격을 재개하면 난 당해낼 재간이 없다.


마비 효과가 지속되는 사이에 최대한 멀리 달아나자.



대략 20여 미터를 빠른 걸음으로 멀어진 뒤


난 민아에게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기억 - 어때, 잘했지?


민아 - ........ 너....너무해.


기억 - ....응?



문득, 나를 올려다보는 민아의 표정에서


예전 공연 때 봤던 선희의 눈빛이 교차하는 게 느껴졌다.



민아 - 한나야! 괜찮아?


한나 - ....... 언니~~ 으앙.....



왔던 길을 되돌아 뛰어


넘어진 한나를 부축해주는 민아.


역시 가재는 게 편이었다.



민아

- 울지 마, 울지 마. 기억이가 오늘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래.


일어나서 흙 털고, 집에 가자, 한나야.



내...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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