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편-
그 후에 학교를 열심히 다녔습니다.
훈영오빠와는 간간이 삐삐로 연락을 하는 사이가 됐구요.
그냥 서로의 안부만 주고 받는 그런 사이가 되었죠.
훈영오빠도 학교에 복학을 한 터라 바빴지요.
그리고 가끔 우린 술친구도 했어요.
포장마차에서.... 닭똥집과 함께......^^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가끔 훈영오빠를 만나다 보니.....
어느새 훈영오빠에게 정이 들어버렸나 봅니다.
좋아한다는 감정이 나도 모르게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나 봅니다.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할 자격(?)이 없다고 나 자신을 추스리면서도
자꾸만 그런 현실 때문에 가슴이 아파오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오빠를 마음 속에 많이 허락해 버린 것 같았습니다.
겨울방학이 되었는데 집에는 못갔습니다.(주말에 몇 번 간 것 빼구여)
겨울 방학 땐 진짜 계절학기를 들었거든요.....
구멍 난 학점 채우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방학때도 자취방에 있다보니까 훈영오빠를 만날 기회가
더 많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더 정이 들어버린 건지도 모릅니다.
사실 그 당시 훈영오빠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주체할 수 없을만큼 커져만 가는 좋아한다는 그 감정 때문에
혼자서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오빠에게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내게 있었던 일을 모르는 사람도 아니었고,
더구나 자기 친구랑 그런 짓까지 한 나인데.....
오빠가 받아들여 주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다들 아시죠......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은
접을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 힘들어지고 커져만 간다는 사실을.......
그렇게 크리스마스가 왔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
부모님을 뵈러 집에나 갈까 생각했지만 뭔가 허전하고 아쉬웠습니다.
훈영오빠에게 삐삐를 쳤습니다. 내 방 전화번호를 남겼죠.
십분 쯤 후인가 연락이 왔습니다.
"너 어디냐?"
훈영오빠는 내가 '여보세요?' 하자마자 대뜸 이랬습니다.
"자취방"(이땐 좀 많이 친해져서 내가 말을 놓게 됐죠)
"이브날에 그런 데 쳐박혀서 뭐해 임마.... 나와.... 술이나 마시자...."
난 내심 기뻤는지도 모릅니다.
"오빠 어딘데?"
"OOOO알지? 거기로 나와. 이쁘게 하구 나와 임마."
그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훈영오빠의 장난 섞인 말... 이쁘게 하구 나와 임마.....
이 말이 오래도록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느낌....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습니다.
훈영오빠가 오라고 했던데로 갔더니 사람이 꽤 있었습니다.
(단 둘이 있고 싶었는데 좀 아쉬웠죠 ^^)
근데 분위기를 보아하니 모두 짝이 맞았는데......
단 한사람.... 훈영오빠만 솔로더군요....
내심 기뻤죠..... 훈영오빠의 전문대 친구들이라 했습니다.
내가 가니까 다들 난리도 아니더군요.....
"야~ 훈영이 이 자식 숨겨둔 애인이 있었구나?"
"그러게 말이다...어쩐지 미팅도 안하고 여자한테 관심도 없다 했더니..."
다들 이렇게 한마디씩 합니다. 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습니다.
"야 임마.... 이렇게 이쁜 아가씨 숨겨두고 우리한테 인사도 안시켰냐?
이놈 나쁜 놈일세..."
훈영오빠의 친구 중 한 사람이 오빠의 목을 조르는 시늉을 합니다.
나는 말없이 빙긋웃습니다.
근데..... 훈영오빠의 한마디가 내 가슴을 시리게 만듭니다.
"애인 아냐.... 그냥..... 잘 아는 동생이야....."
어쩜..... 그렇게도 그 말이 비수가 되어 꽂히는지....
그래.... 역시 그랬던 거야....
오빠는 날 그렇게 밖에 생각 안하는거야.... 그래.....
감히 오빠를 좋아한 내가 바보였지.....
잘못이겠지......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20편-
그 날,
다른 사람들은 재미있었는지 어땠는지 모르지만.....
전... 재미가 없었습니다.
훈영오빠가 계속 신경이 쓰였으니까요....
하지만 나도 재미있는 척, 그렇게 분위기를 맞춰주려 노력했습니다.
훈영오빠가 알게 모르게 날 많이 챙겨줬습니다.
행여나 술을 좀 많이 마신다 싶으면 그만 마시라고 눈짓을 보낸다거나,
오빠 친구가 내 옆에서 담배를 피워대면
(내가 담배연기에 기침을 좀 많이 하거든여)
저리루 가라고 친구를 막 닥달하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내가 더 힘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오빠가 자꾸만 그러면 내가 오빠를 더 많이 좋아하게 될테니까....
오빠를 더 좋아하면 내가 많이 힘들어 지니까.......
늦은밤입니다.
오빠 친구들이랑 다 헤어졌습니다. 올나이트 하자고 다른 친구들이 그랬는데
오빠는 나더러 집에 일찍 들어가라고 합니다.
좀 섭섭했지만 오빠가 시키니깐 그러기로 합니다.
오빠가 날 자취방까지 데려다 주려고 일어섰습니다.
오빠랑 둘이 걸어오면서... 좀 추웠습니다. 내가 어깨를 움츠리니까...
오빠가 겉에 입고 있던 무스탕을 벗어주려 합니다.
내가 괜찮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래도 오빠는 끝내 벗어서 내 어깨에 걸쳐 줍니다.
오빠의 온기.... 따뜻합니다.
오빠가 추워보여서 내가 하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서 오빠에게 매줬습니다.
오빠가 웃습니다. 너무 행복하면서도 가슴이 무지 쓰립니다.
집 앞에 다 왔습니다.... 너무 아쉬웠습니다.
"잘 자고.... 임마, 너... 오빠가 집에 가자고 해서 삐진 거 아니지?"
오빠는 내가 말없이 시무룩한 게 마음에 걸렸나 봅니다.
내가 아니라고 고개를 흔듭니다.
오빠가 다시 목도리를 풀어서 내 목에 따뜻하게 매줍니다.
오빠의 손길이 내 볼을 스쳐 지나갑니다.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오빠 있잖아......"
오빠가 나를 바라봅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오빠를 불렀던 걸까요.....
"그래.... 뭐......?"
"오빠..... 낼..... 뭐할거야?"
전혀 생각지도 않은 말이 나옵니다.
오빠가 내 머리를 툭 건드립니다. 웃으면서......
"너랑 놀아달라구...? 짜식이..... 오빠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인 줄 알어 임마?"
오빠의 말이 야속하게만 들립니다.
"싫음 관둬라 뭐.... 나두 친구들 만날거야.... 치......"
내가 삐진 척 합니다.
"아냐..... 낼.... 만나자.... 오빠가 맛있는 거 사줄께.
그리고....크리스마슨데 동생한테 선물도 사줘야지......"
오빠가 웃습니다.
아.... 너무나 행복해서 미칠 것 같았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하지만.... 동생이라는 말....... 역시 그렇습니다...
훈영오빠는 날 친한 동생으로밖에 생각지 않습니다.
"오빠.... 재밌게 놀아....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어......."
오빠의 무스탕을 벗어 건넸습니다.
오빠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섰습니다.
넓은 어깨가 듬직해 보입니다.
예전 내 실수만 아니라면(건희선배 사건) 저 넓은 어깨에 기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다시 머리를 세차게 흔듭니다.
내가 훈영오빠의 어깨에 기댈 자격이나 있는지......
마음이 시리기만 합니다........
-21편-
크리스마스 날 오후에...
훈영오빠를 만나 밤늦게까지 계속 같이 붙어다녔습니다.
영화도 보고 밥도 같이 먹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내를 같이 어깨 부딪치며 걸어다녔습니다.
(아마, 누군가를 사귀어 본 사람들은 다 아시겠져....
특별한 건 없어도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손 꼬옥 붙잡고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그렇게 오빠랑 같이 보내는 시간 동안에도 전 내내 우울했습니다.
내가 가질 수 없는 사람이란 사실 때문에...........,
아니, 욕심부리면 안되는 사람이란 사실 때문에 말입니다.......
그렇게 1997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그때까지 훈영오빠에게 전 그저 그냥 친한 동생이었습니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 때.....
전 너무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건희선배를 좋아했을 때보다 더 심한 증상이 일어났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할 때에도, 무슨 일을 하든간에
훈영오빠가 그립고 보고 싶어서 자꾸만 눈물이 났으니까요......
그때 전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할 땐 막 신나고 들뜬 기분이 드는 게 아니라, 끝도없이.....
그렇게 한없이 가슴만 시리고 아파진다는 사실을.........
훈영오빠는..... 내게 그런 존재였습니다.
떠올리면 눈물나고 아련해지는 존재........
너무나 힘들어서 더 견딜 수 없었던 어느날......
전 드디어 결심을 했습니다. 그런 내 맘을 오빠에게 다 말해버리기로......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술에 의지해서라도 다 말해버리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오빠에게 연락했죠.
"오빠.... 난데..... 나 오늘 술이 너무 마시고 싶거든? 나 술 좀 사줄래?
우리 자주 가던 그 소주방 알지? 거기로 나와...... 나 기다리고 있을께.....
꼭 나와........"
그렇게 삐삐에 음성을 남겼습니다.
저녁에 소주방에서 오빠를 만났습니다.
"임마....... 너 왜 그래?"
오빠도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지 놀라서 묻습니다.
"그냥..... 갑자기 술이 너무 마시고 싶더라?"
내가 웃으면서 대수롭잖게 말합니다.
"그러고 보니..... 너 얼굴이 꽤 상했다.......?"
오빠가 내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그래......? 아마도 술이 너무 마시고 싶어서 그런가 보지 뭐......."
또 내가 흘려 말합니다.
오빠가 내 머리를 툭 쥐어 박습니다.
"쪼그만게.....짜식이 어디 오빠 앞에서 술타령이야......
그래..... 오늘 얼마나 많이 마시나 함 보자......."
오빠가 웃습니다. 너무나 해맑은 웃음.......
"오빠 나 장난 아니야...... 진짜 오늘 죽을 때까지 마실거야.....
그러니까 나 업고 갈 마음의 준비하고 있어야 해.... 알았지?"
내가 협박 아닌 협박을 합니다. 오빠가 또 웃습니다.
진짜 술이 나왔을 때 전 숨 쉴 틈도 없이 마셔댔습니다.
빨리 취하고 싶었습니다. 술에서 우러나는 용기를 얻고 싶었습니다.
오빤 아무 말도 묻지 않고 비워진 내 술잔 채워주기에 바쁩니다.
너무 급하게 마신 탓인지.......아님 긴장을 했던 탓인지.......
내 주량인 한병을 다 채우기도 전에 전 이미 취해있었습니다...
술이 막 오르려 할 때의 그 기분..... 느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막 뭔가 속에서 자꾸만 슬픈 감정이 꾸역꾸역 솟아오르면서.......
세상에서 내가 젤 슬픈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 말입니다..
그런 기분이 막 들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입을 열었습니다.
"오빠........"
-22편-
훈영 오빠가 말없이 나를 쳐다봅니다.
오빠의 눈빛...... 그 눈빛을 보니까 또 마음이 흔들립니다.
"왜 불러 임마....... 불렀으면 빨랑 말해....
왜.... 안주가 부실하냐? 술이 모자라?"
오빠는 심각한 분위기를 애써 깨려는 듯 장난을 칩니다.
하고 싶은 말을 목까지 올렸다가 다시 꿀꺽 삼켰습니다.
오빠에게 말했냐구요?
그 자리에서 전 아무말도 못했습니다.
바보같이..... 그리고 술집을 나왔죠.
술집을 나왔을 때.... 저.....또 장난이 아니게 취했습니다.
진짜 오빠가 업어야 할 정도로 취했습니다.
오빠가 택시를 잡겠다고 막 뛰어갈려는데 내가 오빠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 상황이 떠오르니까 또 가슴이 두근두근 하는군요.........
"오빠......."
"그래.... 왜...... 속 불편해? 좀 토해 볼래? 등 두드려 줄까?
그러게 왜 그렇게 많이 마셨어 임마........
너 까불 때 내가 알아봤다......"
오빠는 속상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빠......나......."
내 목소리가 귓가에서 막 울렸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도 내 혀가 많이 풀린 걸 느끼겠더라구요.......
"그래... 뭐..... 목 마르니? 물 사다 줘?"
"오빠...... 나 힘들어......"
"그래...... 아무래도 좀 토하는 게 낫겠다......."
바보같이....... 오빠는 자꾸만 엉뚱한 소리만 합니다.
"나 오빠 때문에 힘들어!"
내가 소리지르듯 말해버렸습니다.
순간 정적이 감돕니다. 오빠가 나를 빤히 바라봅니다.
에라 모르겠다..... 내친 김에 다 말해버리자 싶습니다.
역시 술의 힘은 대단하단 걸 느낍니다.
"오빠 생각이 자꾸 나서...... 아무것도 못하겠어.....
잘 때도 생각나고 자꾸 머릿속에 오빠 얼굴이 맴돌아.....
끊임없이 맴돌아..... 그리고....
여기가 자꾸 아퍼...(내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죠)
오빠 생각만 하면......여기가 자꾸만 아퍼.....
나 ....오빠 많이 좋아하나봐..... 그래서..... 너무너무 힘들어서......."
목이 메어서 눈물이 방울져 흐릅니다.
오빤 말없이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습니다. 꽤나 당황한 듯 합니다.
그런 오빠의 모습을 보니까..... 괜히 말했나 후회가 되더군요......
"하지만 오빠..... 신경 쓰지마......
(이말 할 때 억지로 웃으려 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때 얼굴이 막 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아서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 그냥....... 오빠 좋아한다는 것만 말하고 싶었어.....근데.....
좋은 오빠로만 생각할께...... 오빠 좋아한다는 말만이라도 하고 싶었다구....
그러니까 신경 쓰지마..... 부담스러워 하지 말라구.......
내가 뭐..... 오빠 좋아할 자격이나 있나 뭐.....
좀만 더 힘들면 오빠 잊을 수 있을테니까......
진짜 친오빠처럼 대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그러니까......."
오빠에게서 고개를 돌렸는데 그때 진짜 눈물이 펑펑 났죠........
시야가 가려질 만큼........
내가 살아오면서 그만큼 많은 눈물을 흘려본 게 처음인 것 같았죠..
훈영오빠는 그래도 말이 없습니다.
나를 바라보고 가만히 서 있습니다.
"오빠 고마워...... 고마워......
나 같은 애도 동생이랍시고.... 항상 챙겨주고.....
그렇게 해준 거... 너무 고마워.......
그렇게까지 해주는 오빠한테 내가 오늘 못할 소리 했다....
맞지? 미안해...... 내 맘 편하자고 오빠 불편하게 만들고.....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는 또 웁니다.
나는 도대체 왜 그렇게 눈물이 많은 걸까요.......
울지 않으려 애쓰면 애쓸수록 눈물은 자꾸만 납니다.
그렇게 오빠를 좋아한다는 고백과 동시에 오빠를 잊을거란 말을 했습니다.
오빠는 말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많이 부담스럽나 봅니다.
왜 그렇지 않겠어요.......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다 아는 사람인데 말입니다.....
이 글을 읽는 남자분들은 훈영오빠의 맘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나같은 여잘...... 사랑할 수 있겠어요.........?
-23편-
오빠는 내 자취방에 다 왔을 때까지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방에 들어갈 때 잘 자란 말 한마디를 했습니다.
밤새 뒤척여야 했습니다.
다음날 오후쯤에 오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참 민망하더군요......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잘 잤어? 속은 괜찮아......?"
오빠가 예전과 같이 다정스레 말합니다. 또 울먹울먹해지는 걸 느낍니다.
"으......응..... 괜찮아......"
그리고 또 침묵.........
그 침묵을 먼저 깬 건 오빠입니다.
"수연아.........."
"응 오빠......"
"어제 일 말이다........ 니가 했던 말......."
갑자기 얼굴이 화끈 달아오릅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니가 나한테 했던 그 말들...... 다..... 진심이니........?"
오빠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묻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뭘 알고 싶은건지.......
"오빠..... 그 말..... 이제 하지 말자......
그냥..... 못들은 걸루 해줘........"
내가 괴롭게 말했습니다.
"니말..... 정말로....... 정말로 진심이었니.......? 응.....?
정말 니 마음속에 내가 있는거야.......?"
오빠는 뭔가 확인이라도 하려는 사람처럼 급하게 물어봤습니다.
그런 오빠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난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그만하자 오빠...... 그냥 못들은 걸루 해달라니까......"
"아니.....꼭 확인해봐야겠어.... 그러니까 대답해줘........"
오빠의 목소리는 단호합니다.
나는...... 풀죽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그래..... 나 오빠 많이 좋아해.....
얼마간..... 오빠 때문에 죽을만치 힘들었어......
하지만.....
걱정하지마.... 오빠 발목 잡는 일 같은 거..... 없을거야.....
오빠도 그냥 나 예전처럼 편하게 대해주면 돼..나두 그럴거구..
오빠를 혼자 좋아하고 혼자 잊을거란 말이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마지막은 또 울먹이면서 말합니다.
그런 걸 물어보는 오빠가 미웠습니다.
근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오빠가 갑자기 호탕하게 웃습니다.
하지만 뭔가 허전한 웃음......
하지만 오빠는 자꾸만 웃습니다.
"왜 그래..... 내 말이.... 그렇게 비웃을 정도로 허무맹랑한 거야?"
난 좀 민망하기도 하고 화가 나서 그렇게 싸늘하게 말했습니다.
오빠는 한참 웃더니..... 이랬습니다.
"바보야.... 어이그.....바보야..... 짜식아....
넌 그러니까.....어쩔 수 없는 바보라니깐.."
무슨 말인지 몰라 난 가만히 있습니다.
"임마...... 사랑은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지만
이별이란 건 말야.....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거야.......
너 나 좋아했다구? 그건 그렇다치고.....
그래.... 너 혼자 나 좋아했다 치고..... 근데 뭐......?
이젠 나 잊어버릴 거라구......? 하하..... 임마....
이미 늦었어 짜식아...... 하하......"
도무지 오빠가 무슨 소릴 하는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 늦었냐면 말이지...... 왜 그런거냐면......
나도 널 이미 오래전부터 좋아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우린 서로 많이 좋아하고 있었던 셈이네... 그렇지?
하하....
그러니까 안된다는 거야 임마......
내가 아직도 너 좋아하고 있는데 너 혼자 이별할려고 해도
내가 이별 안해주면 그만인 것 아닌가?"
능청스러운 오빠의 말.......
하지만..... 그 능청스러움 속에는 분명.......
날 좋아한다는 오빠의 고백이 담겨 있었습니다...... 분명.....
여러분이 보시기에도 오빠의 저 말은 고백이 분명하다고 생각되시죠?
잠시 얼떨떨한 게 무슨 말인지...... 얼른 알아듣질 못했습니다.
그냥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갑자기 막 눈물이 났습니다. 물론 기쁨의 눈물이지요..
오빤 그랬습니다.
내가 아직도.... 건희선배를 마음에 담고 있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오래전부터 조금씩 끌리기 시작했는데.....
(건희선배 사건이 있기 전에도 아주 약간의 끌림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 날 아침에 건희선배 자취방에서 나의 그런 모습을 보고...
이젠 틀렸구나 생각했다 합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자꾸 화가나고 마음이 아팠다는 것입니다.
내가 건희선배를 마음에 담고 있는 이상 나에게 다가설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냥 멀리서 친오빠처럼 내가 더 이상의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도와주는 게 최선의 사랑이라고 믿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후에 오빠랑 한창 사랑하고 있었을 때 오빠가 해줬던 말들입니다.
-24편-
그 후에 시간들은...... 말 안해도 아시겠죠.......
너무나 행복한 시간들의 연속이었죠.......
오빠랑 행복했던 시간들은 쓰지 않으려 합니다.
그걸 다 떠올리면 전 너무 마음이 아파서 미칠 것 같거든요......
겨우...... 이제 겨우 조금 상처가 아물수도 있을 것 같은데
또다시 떠올리면 다시 제 생활이 제대로 되지 못할 것 같군요.......
그냥 오빠에 대한 이야기 몇 가지와,
오빠랑 있었던 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 몇가지만 이야기하고
결론지으려 합니다.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요.....
오빠는 부모님과 사이가 굉장히 나쁜 편이었습니다.
특히 아버지와 말이죠....
권위적인 아버지... 거기다 바람도 잘 피는 아버지.....
오빠의 아버지는 그랬다 합니다.
오빠가 중학시절 오빠의 아버지가 바람이 났는데 오빠의 어머니가 그걸보고
자살 소동을 일으켰다 합니다.
그 여자랑 정리하지 않으면 빙초산을 마시고 죽어버리겠다고
오빠의 아버지 앞에서 일종의 쇼를 한 거였죠......
하지만 오빠의 아버지는 죽을려면 죽어보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거기에 화가 나신 오빠의 어머니는 그만 그 빙초산을 정말로 마셔버린것이었습니다.
응급실에 실려가서 위 세척을 몇 번이나 했지만 결국....
오빠의 어머니는 돌아가셨다고 하더군요.....
그때 오빠가 어땠을지..... 짐작이 가시죠......
그렇게 아버지를 미워하기 시작했답니다.
사춘기 시절..... 방황하고..... 반항하고..... 맨날 쌈박질이나 하고......
아버지를 향해 철저히 망가지는 자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오빠의 아버지는 재혼을 하셨죠....
새엄마라는 사람..... 오빠에게 무척이나 잘해줄려고 했지만
오빠는 반항심리에 그런 그 분이 너무도 얄미웠다고 하더군요.
맨날 속썩이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오빠는 오빠의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보기 싫은 아버지 밑에서 살 바에야 차라리
할머니 밑에 있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해서 그랬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릴 처음 만났을 때(부킹 때)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앞에서 이야기 한 적 있었죠....그 안 좋은 일이란 게.....
오빠의 아버지가 또 다시 바람이 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오빠는 군에도 갔다왔고 철이 들만큼 들었으니까
새엄마를 그다지 미워하진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냥 그 새엄마란 분이 너무도 가여웠다고 하더군요.......
나랑 사귀는 동안 오빠의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오빠가 미치도록 아파하는 모습......
그 모습을 생각하니까 너무 눈물이 납니다.
어머니 대신, 아버지 대신 오빠가 모든 정을 다 주었던 분이 할머니였으니까요....
장례식장 한 모퉁이에서 힘들게 찾아간 내 모습을 보고...
오빠는 한없이 울었었습니다. 나한테 머릴 기대고 많이 울었습니다.
남자가 우는 모습.......
너무나 가슴 아프더군요......
오빠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한동안 너무도 방황을 했습니다.
밤에 불쑥 나한테 찾아와서 많이 울다가도 갔고,
술에 엉망이 되도록 취해서 나한테서 오빠 곁에서 떠나면 안 된다고..
흐느끼다가도 갔습니다.
오빠가 빨리 제자리로 돌아오기만을 바라며....
난 그렇게 오빠의 곁을 지켜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