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이곳에는
내 상관 중에 가장 절친한 사람, Bob이란 사람이 있다.
Bob은 키나 체격이 나와 거의 비슷하고,
패션에 아주 관심이 많아서 복장이 항상 튀며,
곱슬기가 있는 머리를 무스를 바르지 않은 채로
위로 쓸어 올리고 다니며,
면도는 항상 말끔히 하고 다니고
몸에는 강한 남성 스킨냄새가 항상 나고,
손이 가늘고 긴,
또한 상당히 말을 잘하고 똑똑해서 이곳 회사에서도
모든 사람의 총애를 받고 있는 30대 후반의 캐나다인이다.
이 사람이 오늘 나에게 아주 재미있는 질문을 던져줬다.
내가 한참 통계 데이타들과 씨름하고 있는 바람에
침묵에 삼투압되어 있던 순간 적막을 깨고 말을 던진다.
break the ice!
"You know what?"
한참 인터넷 모니터상의 아티클을 읽다가
그곳에 시선을 둔 채로 나긋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러더니
내가 한국인이라는 증거를 대보라는거다.
'한국인이라는 증거...'
순간 머릿속에는 태극기, 위성에서 찍은 한반도의 모습,
서울의 모습,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차례로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그러더니 순간 머리가 멍해진다.
"It's so dififcult that I can't answer, Bob."
약간의 투정끼가 섞인 말로 받아치자, 그가 말을 잇는다.
"I mean... according to appearance, you are Korean, right?"
"Yes, of course!"
그러더니,
이민을 하게 되면 넌 더이상 한국인이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묻는다.
사실 맞는 말이다.
이민은 본래 국적을 포기한다는 의미일테니 말이다.
게다가 워낙에 캐나다는 다인종 국가라서 외모만으로 국적을 분간할 수 없다는게 그의 설명이며, 사실 그렇다.
그러다가 미간을 찡그리며 나를 쳐다보면서,
내 영어 이름을 지적한다.
"Moreover, I wanna point out your English name A.K.A, Poly."
"Poly?"
Poly라는 명칭으로 완전히 바꾼다면 네 한국인 이름은 없어지는게 아니냐고 묻는다.
원래 내 이름을 애칭 내지는 필명으로 쓸수는 있지만, 그 이름은 더이상의 법적 효력을 잃게 된다. 역시 맞는 말이다.
게다가 입맛이라든지, 문화 등 모든건 시간이 다 해결해주는 것이니
곧 적응될 것이고 결국 넌 캐나다인과 다를게 없어질 것이라고 잇는다.
연속된 그의 말에 연신 "yes"와 "you're right"만 연발했다.
모든게 맞는 말이다.
그러더니 나에게 뒀던 시선을 떨구면서
멋쩍게 웃으면서 한마디 한다.
"That's why I like name as 'Euisung'"
그러면서 힘에 겨운 듯한 발음을 스스로 몇번 번복하면서
내 이름, "의성"을 어설프게, 하지만 힘차게 소리내서 발음한다.
난 파란눈과 노란 머리를 가진
코쟁이 직장 상사가 너무 좋다.
'That's why I like... and respect you, Bob'
- Euisung,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