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TRUTH
딸아이가 숙제로 가훈을 정해오라고 했다.
“아니면 말고”라고 적어주었다.
이 세상에는 의지만 있으면 다 이루어진다는 ‘성공 이데올로기’가 팽배하다.
그러나 그렇지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지 않는가.
필요없는 상처는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나는 언제나 재미있는 상업 영화를 찍어왔다.
흥행 감독이 되고싶었고, 흥행도 되고 예술도 되는 그런 영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둘 중의 하나를 택하라면 ‘흥행’을 택하겠다.
사실 지금까지 영화사에서 남는 좋은 영화들은 실제로 그 시대에 많은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이다.
나도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영화를 시작한 것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안 만들어주니까.
깐느에 가서 아름다운 여배우들을 많이 보았다.
엠마뉴엘 베아르, 틸다 스윈턴, 장만옥.
장만옥은 무대 뒤 전체가 금연인데도 떡하니 담배를 피워 무니까 진행요원들이 컵에 물을 받아 대령하더라.
예쁘니까 안 밉던데.
그리고 깐느 2등상은 트로피도 없고 상금도 없었다.
건방져졌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니까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했단다.
‘박찬욱은 건방져진게 아니다. 원래 건방졌었다.’
나는 지나간것에는 겸손하고 새로 올것에는 오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영화를 못찍고 지내던 10년동안 많은 사람들이 충고를 해주었다.
사실 맘 속으로는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맘이었다.
이 말은 <친절한 금자씨>에도 나온다.
하지만 나도 이제는 술을 마시면 말이 많아진다.
어느새 나도 후배들에게 충고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말을 줄여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봤지만 이제까지 나왔던 영화들과 다른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특히 나의 전작들과 달라야 한다.
아마도 이것이 제일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가족에게 미안하다.
그저 너그럽게 받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AUG.2005
j.j.magazine 재창간 1호
==============================================================
그가 Sympathy For Lady Vengeance 라는 이름으로 다시 칸에 갔다.
난 금자씨의 한복자태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그리고 친절한 금자씨가 상을 받을꺼라곤 생각도 안했다.
내가 본 이영화는 십여년만에 듣게된 성우 김세원의 똑부러진 목소리를 제외하곤 전부 soso였으니까.
그치만 난 박찬욱이가 맘에 든다.
그의 건방짐에는 금팔찌 백만개쯤 찬 건달의 거들먹거림이 아니라.
어깨힘이 다 빠진 느슨한 여유가 느껴져서 일것이다.
덧붙여 <올드보이>로 우리나라에서도 멜로, 코믹도 아닌 스타일장르가 먹힐수 있단걸 단숨에 보여줬으니까.
(사실 내가 올드보이에서 주목한것은 퍼즐조각 맞추는것과 같은 복수극이 아니라...스토리와 세트, 음악까지 아우르는 스타일리쉬였다.)
살다보면 스물네가지일을 다하고도 마흔여덟까지 일을 더 해내야하는 엿같은 상황이 왕왕 발생한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은 마흔여덟까지 일을 다 해낸 사람이 아니라
마흔여덟까지 일을 분배시킬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역량은 형편없다.
Why don't you screw yourself (너나 잘하세요)가 아니라...
Do it well myself(나나 잘하자)가 되야겠지.
잘사는건 어쩌면 쉬울지도 모른다.
제대로 사는것에 비한다면야...
나이가 들수록 사는게 참 어렵다.
그렇다고 시험만 잘 보면 만고땡이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건 아니다.
그냥 그렇단 얘기다.
moon of the desert...
첨부파일 : jj2(4023)_0318x0315.sw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