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차두리 취재후기] 2010년에는 뛰고싶다

권혜원 |2006.06.24 22:11
조회 26 |추천 1

차두리 신드롬이다.

2006독일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아깝게 탈락해 의기소침해 할 수도 있었지만 독일 분데스리가의 차두리(26·만하임)는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와 MBC축구해설위원으로서 당당하게 독일을 누비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할 때마다 재미있어하고 독자를 대신해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내고, 또 나름대로 해석해낸다.

그가 써내려가는 스포츠서울 월드컵 칼럼 '차두리의 아우토반 다이어리' 는 신세대의 재기발랄한 개성과 솔직담백한 필체로 후배 태극전사 이천수, 신예 게르만전사 오동코어를 깨워 맹활약으로 이어지게 하는 힘(?)도 발휘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또 월드컵 파워인터뷰인 '차두리의 아우토반 익스프레스'는 한국과 결전을 벌이는 토고, 스위스 감독은 물론 아데바요르, 포겔 등 주요선수,베켄바워 독일월드컵조직위원장 등 다양한 '월드컵 패밀리' 에까지 지평을 넓혀 독자들의 가려움을 해소해주고 있다.

어눌하지만 솔직한 그의 축구해설 또한 '차두리 어록'이란 이름으로 온라인 상에 급속히 퍼져나가면 차두리 신드롬을 확산시키고 있다.

2002년 월드컵 4강신화를 이룬 뒤 자신이 태어난 독일(프랑크푸르트) 땅에서 아버지 '차붐'(차범근 수원 감독)의 대를 잇는 태극 분데스리거의 웅혼한 기상을 떨쳐오다 정작 태극전사로는 월드컵에 초대받지 못했지만 당당히 월드컵 현장을 누비며 새로운 경험, 새로운 축구 비전을 열어가고 있는 '차붐 주니어'의 월드컵 취재기를 스포츠서울 창간 21주년 특집으로 다시 조명해본다.

시작하면서 인사할 때 잠깐 나오는 거지만 TV 앞에서 해설을 하려면 얼굴에 뭐를 발라야 한다. 엄마들이 바르는거 같은거다. 이걸 바르니까 얼굴에 자꾸 뭐가 나서 짜증난다.

아무래도 무자격 분장사인 MBC 아나운서 김성주 형이 그다지 좋은 화장품을 쓰지 않아서인 것같다.

그래도 너무 재밌다.

성주형이 우리 아버지를 자기 아버지로 착각하고 '아버님'이라고 부를만큼 가족같은 분위기다 보니 마이크앞에서 얘기하는게 처음인데도 큰 부담을 받지는 않고 쉽게 적응할수 있었던 거 같다. 물론 큰 줄기를 아버지가 다 해결하시니 나는 부담이 없기도 했다.

내가 이번 월드컵에서 해설(?)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한것은 간단하다.

축구가 얼마나 재미있고 멋있는 건지 사람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나는 축구가 진짜 재밌다.

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는것도 얘기하는것도 너무 즐겁다.

그래서 아버지와 시간가는줄 모르고 축구얘기를 할때가 나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아버지와 나를 가까이서 보았던 사람들은 평소에 하는 것처럼 바로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즐거워할 것이라고 했다. 근데 사람들은 엉뚱한 데서 신나한다. 내가 기껏 심혈을 기울여 설명한 축구얘기는 들은 척도 안하고 온통 이상한 얘기에만 관심을 갖는다.

섭섭.

그래도 이번 일을 하면서 얻은 게 많다.

국가대표팀 감독님들과 세계적인 축구인들을 만날수 있는게 가장 신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인터뷰하러 갔다가 도리어 인터뷰를 당하고 올 때가 더 많다. 주변에 있던 기자들은 내가 해설자인데도 나에게 마이크를 더 많이 들이댄다.

기분 나쁘지는 않다. 솔직히 기분이 좋다.

아버지에게 축구를 많이 안다고 칭찬을 들을 때도 많다. 그때는 기분이 최고다. 부모님은 항상 나에게 여러가지 경험을 하게 하고 싶어했다.

2002년 월드컵을 끝내고도 나는 분데스리가 스타가 될 꿈에 잔뜩 부풀어 있는데, '이제는 공부를 하는게 어떻겠냐'고 하실 정도다.

그래서인지 (독일월드컵에) 대표선수로 초대받지 못한 것을 그다지 섭섭해 하지는 않으셨다. 아픈 경험도 좋은 약이라고. 그러나 이번 경험은 나에게 정말 많은 것을 알게 해줬다.

겸손하고 친절한 스타가 사람들을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깨달았다.

물론 재미난 일도 많았다. 중계를 위해 성주형이나 아버지가 저렇게 많은 준비를 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나는 선글라스 하나만 챙겨가지고 놀러가는 사람처럼 경기장엘 갔더니, 돋보기를 쓴 아버지는 계속 무얼 적고 계셨다. 성주 형도 메모지를 이리저리 옮겨 붙이며 바빴다. 민망했다.

대표팀의 (최)진철이형은 자기 못한다고 그러지 말라는 압력을 보냈다. 물론 대표팀에 있는 후배나 형들하고 전화를 할 때면 어딘지 한쪽이 비어있는 것같지만 그래도 참을 만하다. 그러나 왜 우리나라 TV에서는 늘 엄숙한 얼굴을 해야하는 지 갑갑하다.

독일TV와 인터뷰를 할 때면 난간에 걸터앉기도 하고 실수를 즐기면서 하는데, 우리는 조금만 틀리면 금방 헤드폰으로 지적을 받는다.

옷도 얌전하게 입어야 하고 MBC가 새겨진 이름표는 꼭 달아야 한다. 내가 깜빡하고는 그걸 안달고 나섰더니 우리 PD 아저씨 얼굴이 노래졌다. 그래서 독일TV하고 방송할 때가 더 재밌다.

이제 서서히 예선 마지막 경기를 향해 가고 있다. 내가 원하는만큼 사람들에게 축구가 재미있어 졌으면 좋겠다.

그래도 2010년에는 해설을 하고싶지 않다. 뛰고싶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추천수1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