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까막눈 오가의 빈대생활!

감동이얌 |2006.07.04 23:41
조회 1,378 |추천 0

 

'오가'란 별명을 가졌던 녀석. 이 말 많고 탈 많은 놈을 만난 건
약 4년 전쯤, 당시 홀로 방을 얻어 자유를 만끽하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후다닥~! 타닥~! 달디 단 잠을 깨우는 새벽의 무서운 발자국소리.
이윽고 들려오는 텅~! 하는 소리. 신문이 문에 부딪히는 소리였습니다.
'오늘만은 그냥 넘어 갈 수 없다'란 생각으로 벌떡 일어나서 신문 배달원을
쫓아 나갔습니다.

 

나: 이보세요! 왜! 신문을 그렇게! 살벌하게! 돌리세요?

 

오가: 네? 전 그냥 평상시대로 돌렸어요.

 

나: 오잉? 꽤 어려보이네? 몇살이세요?

 

오가: 막 스물 셋, 됐어요.

 

이렇게 오가와 저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공포의 발자국 소리가
잠잠해졌고 전 달디 단 잠을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평화롭던
어느 날...

 

집 문 앞에 섰을 때 전 그만 깜짝 놀랐습니다. 오가가 저희 집 앞을
서성이고 있는 것 아닙니까?

 

나: 야! 너 거기서 모해?

 

오가: 네...저... 그냥...

 

나: 아항~! 수금하러 왔구나? 그런데 요즘이 수금철인가...?

 

오가: 아저씨하고 얘기 좀 하고 싶어서요.

 

한 번 밖에 안 본 사인데 무슨 얘기일까 참 궁금했습니다.

오가는 그날 신문사에서 짤렸는데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의 월급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원래는 신문사 보급소장이 자신의
월급을 맡아두었다가 언제든 준다고 했다고 약속을 했었다며 저에게
월급을 받아 줄 수 있게끔 도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나: 음, 근데 왜 그런 걸 나한테 부탁해?

 

오가: 긁적 긁적

 

나: 엄마나 아빠, 형한테 얘기하면 되잖아?

 

오가: 저 혼자예요 부모님은 얼굴도 모르고...

 

나: 그래. 그럼 내가 한 번 가볼께.

 

오가와 같이 간 보급소에서 이러쿵 저러쿵 따졌지만 보급소장은 계속
오리발을 내밀었고 파출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건 자기들 일이
아니라며 손을 내 저었습니다. 할 수 없이 오가와 전 분한 마음을
가득 안은 채 보급소를 나왔습니다.

 

나: 보급소장 그 쉐이 진짜 나쁜 넘이넹?

 

오가: (눈물)

 

나: 그래, 400만원이 넘는 돈을 꿀꺽 삼켜? 으휴, 벼룩의 간을 내먹을 놈이네.
앞으로 어려운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 도울 수 있으면 도울께.

 

오가: (아주 애처로운 눈빛) 저 잘데가 없어요...

 

나:(속으로) 엥? 벌써 그 어려운 부탁을?

 

조금은 지저분해 보이는 외모에 낯선 사람을 집에 들이는게 껄끄러웠지만
일단은 데리고 왔습니다.

 

나: 음, 이제부터는 형이라고 불러라. 글고, 넌 침대 아래서 자도록 해라
또, 형의 소지품에 눈독을 들인다거나 그러면 안되고, 또 형이
펜을 잡고 끄적거릴 땐 조금 조용히 해주면 된다.

 

오가는 정말 착했습니다. 먹는 걸 밝히고 고약한 잠버릇만 빼면 말이죠.^^

드르렁 드르렁 코는 예사고 온 방안을 탐험하듯 돌아다니는 그 잠버릇.
식탁에 발을 묶어 놓으면 식탁을 엎어버리고 침대에서 재우면 낙법으로
저를 깔아뭉게는 공포의 잠버릇. 그러나 그것보다 더 놀랄만한 일이
생겼습니다.

 

▶ 노래방.

 

나: 오가야~ 오늘은 맘껏 불러제끼자~ 아싸 가오리~

그러나 오가는 '촛불' '떠나가는 배' 단 두 곡의 레파토리였습니다.
못내 궁금했기에 집에 돌아와서.

 

나: 오가야 넌 왜 두 곡만 줄기차게 불러대냐?

 

오가: ...

 

나: 녀석이? 말을 해봐.

 

순간 머리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 하나. '그러고 보니 이놈이 비됴를 봐도
한국영화만 보더니...?'

 

나: 너 글 읽을 줄 모르지? 그치? 맞지? 말해 봐.

 

오가: 끄덕끄덕...

 

그 때부터 전 국어선생님이 되었습니다.

 

나: (늑이란 글자를 써놓곤) 이게 무슨 자야?

 

오가: 늑!

 

나: 이야~ 오가 많이 늘었구나. (다시 극이란 글자를 써놓곤) 이건?

 

오가: 늑!!

 

나: 음 -_-

 

오가는 두달이 지나고서야 글을 깨우쳤습니다. 물론 저에게 꿀밤도
많이 맞았고 때로는 손바닥도 맞았습니다. 그 이후로 오가는 다시금
신문배달을 시작했고 3개월 정도가 지나고 나서 독립을 한다며
방을 얻어서 나갔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집에 돌아와보니 메모와 더불어 쇼핑백이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 오가의 메모.

 

형, 생각나서 들렸어요. 형이 절 재워주고, 먹여주고, 글까지 가르쳐
줘서 너무 고맙지만 그래도 형이 제 옷을 사다 주었을 때가 젤 기억에
남아요. 형한테 맞을지 모르지만 저 생각하면서 입으세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녀석의 코고는 소리와 잠버릇이
그립기 시작했고, 녀석의 메모와 함께 받은 청바지와 티셔츠를 보며
마음이 뿌듯해 왔습니다. 그리고 재작년엔 녀석이 결혼을 한다고 해
사회를 봐 주었습니다. 지금은 제법 이쁘게 살아가는 오가...

 

부모님께 버림받은 오가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시는
누군가에게 버림을 받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으며 녀석의 2세를
훌륭하게 키워냈으면 좋겠습니다.

 

오가: 형~! 나 애 낳으면 형이 이름 지어 줄꺼지?

 

나: 니 성이 오씨니까... 리발이? 이지? 소리? 어떤게 좋냐?

 

오가: 이구~ 형두 참... 철 좀 들어라. 그래야 장가가지!

 

나: 뻘쭘~!

 

(그저께 전화내용임)




            다요기. (htttp://www.dayogi.org)

에서 보구 퍼옴 흐뭇하네여.. ^^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