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밝았고 마티니 몇 잔에 가볍게 취했다.
내내 안쓰럽게 핸드폰 제일 첫자리에 자리하고 있던 전화번호 하나
... 0번 ..
헤어지고 몇 번은 잊지 못해 0번을 눌렀고
또 몇 번은 어린 조카 녀석들이 핸드폰을 가지고 놀다가 눌렀을 테다.
그래, 그리고 몇 번은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물으려 어쩔 수 없이 눌렀을 테다.
받지도 않는 전화.. 받지 않을 걸 알지만 .. 그래도 .. 전화조차 받지 않을 건 없잖아 .. 그러면서 눌렀던 ..
차라리 받으면 보고 싶어 전화한 거 아니라고 .. 미련이 남아 전화한 거 아니라고 .. 언니 전화번호 물어보려고 어쩔 수 없이 전화 했노라고 .. 전화조차 받지 않을 건 없지 않느냐고 .. 그렇게 말해줄 수 있었을 텐데 ..
그래서 지웠어 .. 그래서 지워버렸어. 다시는 전화하지 않겠노라고 수 십번, 수 백번 쯤은 다짐했으면서 술 취한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핸드폰에 남아 있는 전화번호 하나.. 그래서 지웠어.
달이 너무 밝았거든 .. 달이 너무 밝아서 ..
독한 맘 먹고 지웠어.. 아니 그냥 지웠어..
찢어지고도 일년 아니 이년씩이나 핸드폰 맨 앞자리에 남겨 놓았던 건 미련이었나바 ..
다시는 술에 취해 나도 모르게 눌러 놓고 다음 날 아~ 씨발 하고 싶지 않았거든 ..
그리고 이제 이렇게 말해 ..
달이 밝은 날이면 ..
"여기요! 마티니 한 잔... 젓지 말고 흔들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