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장면을 보면서 우리 나라 여성들도 이스라엘 여군들과 같은 자세로 군대에서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면 얼마나 멋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 나라 젊은 여성들이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방의 의무를 나눠진다면 안보는 더 튼튼해질 것이다.
저출산 시대의 도래로 남자 병사 징집 대상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전 국민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 인력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여성이라고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사고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 호주제 폐지, 남성 군필자에 대한 가산점 제도 폐지 등 남녀 평등을 주장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고,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임에 틀림이 없는데 왜 국방의 의무만큼은 남성만 져야 한다고 하는가.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안보를 남성에게만 책임지우는 것은 요즈음 말로 양성 평등에 위배되는 셈이다.
잠시 현역 복무 때를 떠올리면 당시 여군 장교 및 부사관 모집 경쟁률(1990~1997년 평균치)이 무려 50대 1이었다. 일반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수많은 젊은 여성이 군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전산, 정보, 통신, 정훈, 부관, 의정, 경리, 간호 등 여성에게 적합한 병과도 많다. 기초적인 군사 훈련을 체계적으로 실시한 뒤 군복무를 시킨다면 여성들에게도 큰 무리는 없다고 본다.
어떠한 제도도 100% 완벽하지는 않다. 여성에게는 육아 양육 문제가 있고, 출산 문제가 있어서 의무 군복무를 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요즘 결혼이 늦어지고 있으며, 아무리 빨리 결혼한다 해도 18세에 결혼하는 경우는 드물다. 남녀가 서로 성의 차이는 인정하지만 성 차별은 없애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면 지금쯤 여성 의무 군복무 문제가 제기되는 게 시대의 흐름에도 맞다. 앞으로 구체적인 방안이 연구 검토되겠지만 여성 의무 군복무에 대한 법적인 조치와 보상이 주어진다면 여성들도 과감하게 국방의 의무를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겨울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최전방에서 군대 생활을 하는 한 병사가 후방에 계신 어머니께 보낸 안부 편지 말미에 쓰여 있던 구절이 기억난다. “어머니 전방의 겨울은 너무 추워요.” 혹한 속에서 보초 근무에 여념이 없는 병사들의 고된 군대 생활을 젊은 여성들이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남자들이 이 나라의 국방을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는 ‘얌체 같은’ 말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 여성도 달라져야 한다. 언제까지 여자는 약하고, 언제까지 여성은 남성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야 할 것인지 젊은 여성들에게 묻고 싶다. 남녀가 공히 국가에 대한 기본적인 의무를 완수하면서 큰 소리로 권리도 주장하는 게 이 시대의 진정한 여성상일 것이다.
- 김화숙, 동아일보 2005/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