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5 PM
“ 안녕하세요, 옆집 402호 사는 부부입니다.. ”
“ 네.. 안녕하세요? ”
그 부부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친절한분들이구나..하며, 나도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 이사온 새댁이 있다길래.. 먼저 인사차 왔습니다.. ”
“ 네.. 잘 부탁합니다.. ”
그렇게 부부는 갔고, 난 현관문을 닫았다.
보통.. 새댁이 먼저 이웃에게 인사하는게 예의인데..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냉장고 속에 과일들을 들고,
402호 대문을 두드렸다.
텅텅텅-
텅텅텅-
“ 응? ”
텅텅텅텅- 텅텅텅텅텅-
아무리 두드려도 나오지 않았다. 복도창문을 보니 여전히 불은 컴컴하게 꺼져 있었다.
“ 그새 어딜갔나.. ”
좀 이상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과일들을 다시 냉장고 속으로 넣고, 시계를 봤다. 9:40분이었다.
저녁10시에 내가 하루도 빠짐없이 꼬박꼬박 보는 드라마가 있어서, 아차 하며 샤워할 준비를 했다.
화장실은 좁은 집구석만큼 좁았다. 세수대아와 샤워대를 제외하곤 딱 서 있을만한 공간이 전부였다.
좀 찜찜해서 샤워기 물을 틀어서 화장실 구석구석을 다시 청소했다.
만족할만큼 청소를 한 뒤, 옷을 벗고 샤워기 물을 틀어 몸을 적셨다.
샤워를 하고 있는데, 누가 대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 응? ”
샤워기 물을 껐다. 내가 잘못 들었나.. 아무소리도 나지 않았다.
다시 물을 틀어 샤워를 하는데, 다시 문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물을 끄면 다시 소리가 멈춘듯.. 나지 않았다.
샤워를 마친 후, 내 몸 길이만한 수건으로 몸의 물끼를 닦아내고 있는데,
또 한번 문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이번엔 직접적으로 들렸다.
또 누가 왔나 싶어서, 수건으로 몸을 대충 가리고 대문에 유리구멍을 통해 밖을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좀 이상했지만 누가 한밤중에 장난치나보다..하고 그냥 넘겼다.
시원한 반팔 런닝에 반바지를 입고, 냉수를 들이킨뒤, 서둘러 쇼파에 앉아 TV를 켰다.
마침 드라마가 시작하고 있었다.
“ 역시 재밌다니깐..!! ”
한참 열중해서 보고 있었다.
드라마가 끝나고, 예고편을 하고 있었다. 드라마를 보고 나니.. 피곤했는지 슬슬 졸음이 몰려왔다.
“ 후.. 이제 슬슬 자야지.. ”
안방으로 들어갔다.
화장대에 앉아서 한참동안 내 얼굴을 쳐다보다가, 거실엔 불을 켜두고,
방은 불을 껐다. 무서워서 스탠드를 엷은 빛으로 켜두고, 침대에 누웠다.
잠이 들었나.. 음냐..음냐..
또 문 두들기는 소리가 나서, 현관문으로 달려나갔다.
현관문을 여는순간, 소름끼치는 한기가 느껴지는데...
“ 꺄~~~~~~~~~~~~악 ”
나는 침대에서 벌떡 하며 일어났다. 다행히 꿈이었다.
아..왜 첫날밤부터 악몽이야... 무섭게...
정신을 차려보니 누군가 현관문을 두들기고 있었다.
텅텅텅-
“ ... 뭐...뭐야...;; ”
꿈에서 처럼 대문두들기는 소리가 나자,
난 순간 간이 콩알만 해지는것을 느꼈다.. 무서웠다..
무서워... 그냥 열지 말자...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몇분이 지나도 계속해서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설마..뭐라도 나오겠어?.. 라고 맘먹은뒤.. 현관문으로 나갔다.
유리구멍으로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아까처럼.......
난 답답한 마음에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
현관문 밖은 아무도 없었고, 순간 휭~~~ 하며 찬바람이 내 머리를 날리고 지나갔다.
너무나 컴컴한 복도가 무서워, 곧바로 나는 현관문을 닫아버렸다.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잠이 오질 않았다.. 무서워서..
아까부터 일어난 이상한 일들.. 첨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게 모두 연계되
내 몸은 부르르 떨고 있었다. 너무 무서웠다.. 도대체 뭐야....
그렇게 잠을 설치며, 잠은 오질 않았다..
.. 무서워 ..
이윽고 눈을 떴다.
아침이었다.. 후.. 그래도 자긴 잤네... 하고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펴는데, 초인종이 울리고 있었다.
순간 어제 일이 생각 나서, 잠깐 주춤하다... 아..울 자기가 왔나, 하며 반갑게 대문을 열었다.
“ 여보야~~~ 나 없어서 무서웠지.. 잘 잤어?? ”
“ 응~~ 자기..이제 야근하면 안돼.. 혼날줄알어!! 나 무서웠단 말야!! ”
“ 칫~ 울 자기 겁쟁이~~ 들어가자! 나 배고파! ”
어제 반쯤 남긴 매운탕을 다시 끓였다.
남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게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나도 밥을 먹고 있다가, 수저를 놓았다.
“ 뭐야~ 벌써 다 먹은거야? 매운탕은 맛있게 끓여놓고, 왜 이렇게 안먹어~ ”
“ 응.. 자기야~ 입맛이 별루 없당... ”
난 계속 남편 얼굴을 바라보았다.
“ 내 얼굴에 뭐 묻었어? ”
“ 아니.. ”
“ 히히~ 자기야, 어제 잘 잔거야? 나 없이!? ”
“ 아니..자기야 나 무서웠어!!.. 자기야 오늘도 회사 가? ”
“ 가지~ 밥만 먹고 바로 또 나가봐야 돼.. ”
“ 늦게와? ”
“ 잘 모르겠어! 오늘은 집에 들어올거야 걱정마 자기야~ ”
남편은 집에 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시 옷을 갈아입고, 집 밖으로 발걸음을 했다.
그런 남편이 야속했지만, 열심히 자기 일 하는 남편의 모습이 보기는 좋았다.
그릇을 설거지 하고, 집안 청소도 하면서, 어제 일은 그냥 그렇게 그런가보다...하고
생각을 하니 기분이 말끔해졌다.
집안 일좀 하고 시계를 보니 11:00 AM 이었다.
후~.. 너무 심심했다. 혼자 집에 있으려니 너무 할게 없었다.
TV를 켜보았다.
아침드라마도 모두 끝난시간..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었다.
“ 에라이~ 이럴게 아니라 동네구경좀 나가보자.. ”
간편한 츄리닝 패션을 하고, 집 밖으로 나갔다.
동네는 무척 한적했다. 상가도 없고.. 그냥 시장하나와, 작은 놀이터, 그리고 주택 뒷쪽엔,
작은 동산하나가 전부였다.
어제 찬 거리를 사러 갔던 시장으로 다시 갔다.
그곳엔 여전히 건강미 넘치게 장사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할머니들이 계셨다.
그런데 이상한건 손님도 없고.. 정말 한적하기 그지 없었다.
이곳이 정말 시장인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조용하고 한적했다.
어제 싱싱한 생선을 보기 좋게 토막내준 할머니에게 갔다.
“ 어~ 새댁, 또 왔어~ 생선 또 사가게? ”
“ 아~ 아니요.. 어제 사간 생선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요.. 싱싱하던데요? ”
“ 어~ 그랬어? 울집 생선이 젤 좋아, 앞으로도 내한테 사가~~ 알찌 새댁? ”
“ 네... ”
“ 그건 그렇고.. 살긴 좋구? ”
“ 예..? ”
“ 아~~ 그냥 부부생활하기 좋냐구~ ”
그게 아닌것같은 떫은 미소를 띄우며 웃고 계시는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시장을 빠져나왔다. 동네가 워낙 한적해서 밖에 나와도 별로 볼거리도 없었다.
나는 우리 주택앞에 있는 작은 놀이터에 그네에 앉았다.
이 동네는 어떻게 된게... 아이들이 놀이터에 나와 놀지도 않나...
너무 한적해...무서울정도로 한적해..
그렇게 한참 그네에 앉아 이 생각 저 생각.. 하고 있는데,
어제 저녁에 찾아왔던 402호 30대 부부가 주택 입구로
들어가고 있었다.
“ 어!? ”
어제 인사를 제대로 못한점도 있고 해서... 부부에게로 달려갔다. 인사라도 제대로 할 참이었다.
그런데 내가 뜀박질이 이리도 느렸던가...
벌써 부부는 4층으로 올라간듯 했다. 나는 또 힘들게 계단을 박차고
뛰어 올라가서 4층 복도에 도착했다.
벌써 부부는 집으로 들어갔는지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초인종을 눌렀다. 또 아무도 없는 듯 복도창문에는 컴컴했다.
정말 이상했다.. 방금 부부가 들어가는것을 봤는데.. 왜 아무도 없을까..?
그런데 404호 현관문이 열렸다.
제법 논다 싶을정도로 머리는 노랗게 물들이고,
야하게 옷을 입은 한 청년이 커다란 기타를 메들고 나왔다.
눈이 마주쳐서, 인사를 할려고 하는데, 차갑게 고개를 휙- 돌리고, 계단으로 내려갔다.
“ 인상 한번 차갑네... ”
403호 집은 여전히 또 불이 반짝였다.
이 집에 인사라도 할 겸해서,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딩동-
문을 열고 얼굴을 드러낸 사람은 50대 아주머니였다.
“ 누구세요? ”
“ 아.. 저 이번에 401호 이사온 사람인데요~ ”
“ 아.. 그러세요.. ”
“ 잘 부탁합니... ”
탁-
인사가 끝나기도 무섭게 그 아주머니는 대문을 닫아버렸다.
“ 왜 이렇게 사람들이 쌀쌀 맞아..? ”
난 투덜투덜대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어제 잠을 설쳐서 그런지, 낮잠이 자고 싶어졌다.
후.. 두시네.. 잠이나 한숨 푹 자고 일어나야겠다.
난 그렇게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텅텅텅-
텅텅텅텅-
“ 누구지..? ”
엉...근데 왜 이렇게 컴컴해.. 벌써 저녁인가?
대문을 열었다, 또 한기가 싸하게 느껴지며, 눈 앞엔 검은 그림자가 서 있었다.
“ 으흡........ ”
난 또 다시 비명아닌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또 꿈이었다.
이마엔 식은땀만 줄줄 흐르고 있었다...
또 악몽이야...
왜 잠만 자면 악몽을 꾸지.. 수맥이라도 흐르나...?
난 일어나서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며, 시계를 봤다. 1시간밖에 안 지나 있었다. 낮 2시였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나는 복도로 나갔다.
“ 후.... ”
크게 한 숨을 쉬며, 난간에 기대었다.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옆을 보니, 아까 아침에 본 404호 청년이었다.
눈이 마주쳤는데, 바로 그는 눈을 피하며 차갑게 집으로 들어갔다.
“ 정말 차가운 사람이군.. ”
7:00 PM
나는 저녁준비를 하며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 자기야~ 나 지금 저녁준비하는데.. 언제 집에 들어와? ”
“ 응! 좀 늦을것같아.. 한..11시..? ..
12시안엔 어떻게든 들어갈게 자기야 저녁은 회사에서 먹어야겠어.. ”
“ 칫..자기 정말.. 알았어, 그럼 빨리 들어와야해 ”
또 맛있게 차린 저녁을 혼자 먹어야 한다니...
나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또 다시 혼자 꾸역꾸역 저녁식사를 했다.
9:30 PM
저녁식사를 하고, 한참 TV를 보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 딩동... 딩동...
응..? 울 자기 왔나?
대문으로 나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리구멍을 통해 밖을 보자, 울 자기가 아니었다.
옆집 402호 사는, 부부였다.
응.. 이 사람들이 이 시간에 웬일이지?
대문을 열었다.
“ 안녕하세요... ”
“ 네..안녕하세요..? 무슨...? ”
“ 저희 아내가 떡을 무지 잘해요.. 떡을 좀 해왔는데.. ”
뜻밖의 친절에, 나는 차마 밖에 세워두기 미안해져서, 그 부부를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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