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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Paradiso - 생각나는 영화 10편

임성빈 |2006.09.28 23:34
조회 38 |추천 0

 

#. Cinema Paradiso


 꺼려하는 종류의 영화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가리지 않고 영화를 보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영화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 중에 10편을 뽑는 것은 내 몸의 털 중 가장 예쁜 열 가닥의 털을 고르는 것과 비슷한 심정이다.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인 코만도부터 몇 일전 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까지 무수히 많은 영화 중 생각이 나거나 감상을 기록해 놓은 영화 10편을 선정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뜯어 보겠다.




1. 마법사들 (송일곤 / 2005)


 영화 ‘소풍’, ‘꽃섬’, ‘깃’ 등을 통해 송일곤 감독의 서정성을 흠모해왔었다. 전주영화제에서 송 감독의 신작인 ‘마법사들’을 상영한다고 해서 무척이나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보지 못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몇 달 후, ‘마법사들’은 소수의 극장에서였지만 서울에서 개봉하게 되었고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90여분의 분량인 이 영화는 전체가 한 컷이고 한 씬이자 한 시퀀스이고 한 테이크이다. 검은 나뭇가지 뒤의 앙상한 자은의 모습(환상적인 오프닝)부터 마지막 라이브 공연까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전체가 하나가 되어 촬영되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기적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진짜 기적은 영화 안에서 꿈틀대는 삶에 열정과 순수한 의지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아픈 내면과 상처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송일곤 특유의 감성에 의해 상처 입은 사람들이 치유되어가는 과정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상처 입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치유의 욕망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2. 섬 (김기덕 / 2000)


 처음으로 김기덕이란 감독에 대해 알게 해준 영화. ‘섬’을 보고 난 후 김 감독의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고 그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김기덕의 미학이 가장 잘 드러난 영화가 ‘섬’이라고 생각한다. 몽환적인 배경의 낚시터에서 만난 두 남녀의 사랑을 다룬 이 영화는 김기덕의 회화적인 감각이 잘 드러난 영화라고 생각한다. 안개가 자욱한 저수지 위에 떠있는 화려한 색깔의 좌대는 한 폭의 그림을 보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는 단순히 시각적 쾌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화려한 겉모습으로 고립감과 외로움을 감추고 있는 현대인의 메타포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강물은 좌대의 용변용 구멍을 통해서 배설물을 받아내는 시궁창인 동시에 생명을 건져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는 여성의 자궁을 상징한다. 이러한 변증법은 모순을 낳고 이는 김기덕 영화의 가장 강력한 에너지로 작용한다. 이 모순점들은 낚시 바늘이 만들어내는 하트모양이나 여자의 음부를 부채질해주는 남자 등으로 형상화 되면서 사랑과 집착에 관한 고찰을 효과적으로 이루어낸다.


3. 복수는 나의 것 (박찬욱 / 2002)


상업적으로는 실패한 영화지만 대중들의 말초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차원이 다른 작품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사회의 아이러니나 부조리에 대한 본질적인 담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던 당시,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에 대해 욕을 하면서 자리서 일어날 때, 나는 온몸이 땀에 젖은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지나치게 잔인하다고 불평했다. 분명 이 영화는 잔인하다. 살인하는 장면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묘사된다. 박찬욱 감독은 그 잔인함으로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정신적으로 잔인한, 혹은 잔인함에 둔감한 인간들을 비웃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극단적인 앵글이나 카메라워크, 키취적인 미장센 등도 건조하고 불안한 정서를 형성하는데 일조한다.


4. 지구를 지켜라 (장준환 / 2003)


 재기 넘치는 상상력으로 가득한 이 영화는 온갖 장르가 뒤섞인 한국적 컬트영화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창조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낸 장준환 감독은 개인적으로 차기작을 가장 기대하고 있는 감독 중 하나이다.

병구(신하균 분)와 강사장(백윤식)의 대립이 영화전체를 이끄는 힘인데, 이는 녹색과 적색의 대비로 그 힘을 극대화 시키는 미장센과 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한정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영상화 되었다.

이 영화를 극찬하는 진정한 이유는 단순히 창조적이거나 재미있는 표면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 밑바닥에 깔려있는 계급갈등과 병구의 캐릭터로 상징되는 소시민의 아픔이 보는 사람의 가슴을 울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5. 와이키키 브라더스 (임순례 / 2001)


 이 영화는 나에게 있어 우울함의 극단에 자리하는 영화이다. 우울하거나 좌절을 겪을 때마다 이 영화를 보게 된다. 보고 나면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가라앉게 되고, 더 이상 가라앉을 수 없는 우울함의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갈 수 있는 힘을 준다.

 꿈을 잃고 지방나이트를 전전하며 사는 삼류밴드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시종일관 우울한 분위기로 전개된다. (류승범을 제외하고) 삶의 활력을 잃은 캐릭터들에게 카메라조차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

현실과 꿈의 괴리는 행복에 대한 본질적인 성찰을 끌어내는데 성공한다. 감독은 어쩌면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이 딜레마를 관객에게 각성시킴으로써 스스로 자아를 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1. 로제타와 더 차일드 (다르덴 형제 / 1999, 2005)


 두 편의 영화를 같이 말하는 이유는 영화자체도 훌륭하지만 다르덴 형제의 스타일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다이렉트 시네마의 방법론에 영향을 받은 듯 보이는 다르덴 형제의 스타일은 영화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해낸다. 하지만 형제는 주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속 대상을 관찰하게 만들고 대상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든다. 그로 인해 관객은 삶의 구체성과 진정성에 대해 고찰하게 된다.

별다른 기교를 쓰지 않고 핸드헬즈를 이용하여 인물을 따라다니는 기법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인물의 내면으로 깊숙이 빠져들게 만든다. 이 불안한 화면은 영화 속 세계의 결핍과 불안정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느닷없이 시작되고 끝나는 오프닝과 엔딩은 삶의 일정한 순간을 떼어내어 보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영화가 끝나도 주인공들은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창조적인 기법이라고 생각한다.


2. 시티라이트 (찰리 채플린 / 1931)


 찰리 채플린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다. 채플린 특유의 코미디와 더불어 진한 페이소스를 느낄 수 있었다. 무일푼의 떠돌이인 채플린과 거리에서 꽃을 파는 눈먼 소녀와의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이 영화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오늘날에도 보편적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작품이다. 무려 70여년의 세월을 초월해 현대인들에게도 감성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 영화가 당시에는 얼마나 큰 감동을 주었을지 생각해보면 참으로 놀랍다.

영화라는 매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선사해줄 수 있는 대중예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영화.


3. 시계태엽오렌지 (스탠리 큐브릭 / 1971)


 제목만큼이나 특이했던 영화로 기억된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미디어나 정부 등의 권력에 의해서 순수성을 잃고 기계화되어 가고 있는 현대인들을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감독은 관객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당신이 살고 있는 사회는 개별적인 구성원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거대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당신이라는 개별적 주체는 존재하지 않고 획일화되고 조작된 몰개성만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대사회의 기계화와 몰개성화에 대한 고찰이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유효하다는 것을 느꼈다.

주인공이 흥얼대는 Singing in the rain이나 배경음악으로 자주 쓰인 베토벤의 음악은 내가 본 가장 훌륭한 수직적 몽타주를 만들어 내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4. 거북이도 난다 (바흐만 고바디 / 2004)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이라는 영화 한 편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은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거북이도 난다’라는 영화를 통해서도 전쟁의 뒤편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전쟁터에 버려진 아이들을 보는 것은 무척이나 괴롭다. 팔다리가 잘려나간 아이들, 그리고 그들의 맑은 눈, 여느 나라 아이들과 다를 것 없는 해맑은 미소는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어른들의 이기적인 욕심이 얼마나 만은 약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지 일깨워주는 영화이다.

 영화를 통해서 내가 느꼈던 죄의식이나 반성들이 모아진다면 세계는 바뀔 수 있다.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 세계를 바꿀 수 있는 변혁을 꿈꾼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단순한 영화감독이 아니라 예술가라고 칭송받아야 한다.


5. 레퀴엠 (대런 아로노프스키 / 2000)


 현대 영화의 스타일리쉬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이다. 섹스, 마약, TV 등을 통한 중독을 4명의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는 이 작품은 그 표현 양식이 극단적으로 화려하다. 영화를 보면 마치 실제 마약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힙합몽타주는 그 자체가 하나의 중독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속도감 있는 편집과 장면전환은 전작 ‘파이’에 비해 한층 성숙해졌다. 광각렌즈를 통한 왜곡과 분활화면 등 셀 수 없이 많은 기법들이 영화의 형식적 미학을 한층 끌어올린다.

 이러한 스타일은 보는 사람의 영혼에 생채기를 낼 정도로 흉폭하다. 강렬한 형식미는 내러티브의 전개와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이 중독성 강한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가 스스로를 억압하기 때문에 무엇인가에 중독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섹스나 마약, TV 등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그것들에게 영혼을 잃게 될 때 중독되는 것이고 그 끝은 파멸이라고 감독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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