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TA 파트너를 정하는 것은 결혼 상대를 고르는 것과 같다 . ”
카란 바티아 (Karan Bhatia) 미국 무역대표부 부 대표가 10 월 24 일 서울의 한 대학교 강연에서 한 말이다 . 매력 (interesting) 이 있고 책임 (committed) 을 다하며 (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 공동의 가치관 (value) 을 가진 한국은 파트너로서 갖춰야 할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말한다 . 세계경제대국인 미국이 왜 한국과 자유무역협정 (free-trade agreement) 을 체결하려 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준 대답이다 .
바티아 부 대표의 비유를 빌자면 , 한미 FTA 협상은 “결혼”이라는 목표를 향해 아직까지는 순항하고 있다 . 그 동안 상견례를 포함해 한국과 미국을 번갈아 가며 세 차례 만났던 한미 협상대표들이 10 월 23 일부터 닷새간 제주에서 다시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 덜 민감한 부문부터 다루고 양측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분야는 차후로 미뤄 이번 4 차 협상에서 조금이나마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려는 양측의 계산이 어느 정도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 .

아직 풀어야할 과제 남아
우선 여러 분야에서 ( 원칙적인 ) 합의를 했다 . 농산물 긴급수입제한조치 ( 세이프가드 ) 도입 , 전문직 자격 상호 인정을 위한 협의체 구성 , 환경이사회 설치와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 각서 문안에 합의했다 . 또한 , 지적재산권 관련 가처분제도와 소송절차를 대체한 분쟁조정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 전자인증과 전자서명 그리고 전자상거래를 위한 네트워크 이용과 접근에 대한 원칙 조항에도 합의했다 .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 상품분과에서는 미국은 전체 공산품 (HS8 단위 ) 중에서 77% 에 달하는 5,700 개 품목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자동차와 관련제품은
제외시키는 한편 , 한국에 배기량 기준인 자동차세를 바꿀 것을 요구했다 .
한국은 공산품 (HS10 단위 ) 의 80% 인 6,700 개 품목을 즉시 관세철폐 항목으로 분류하고 미국의 추가 개방을 요구했다 .
반덤핑 절차 개선요구
비관세 장벽 완화를 위한 협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
무역구제조치는 국내산업이 수입품에 의해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을 때 취하는 조치로서 반덤핑관세 , 상계관세 , 세이프가드 등이 있다 .
무역구제조치와 관련 , 한국은 제주 협상에서 미국이 반덤핑 절차를 개선해 줄 것과 덤핑마진을 산정할 때 사용하는 제로잉 (Zeroing) 방식을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 .
세계무역기구 규정에 의하면 덤핑마진은 덤핑판정을 받은 상품의 가격과 정상가격의 차이 (A) 를 계산하고 , 덤핑상품과 동일 ( 또는 유사 ) 하지만 덤핑이 아닌 모델의 가격과 정상가격의 차이 (B) 를 계산한 것을 모두 합산해 (A+B) 산정하게 되어있다 . 그런데 미국은 A 만 사용하고 B 는 제외시키기 때문에 ( 제로잉 ), 결과적으로 덤핑마진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
차기 협상에서 샅바싸움 본격화
미국은 한국의 서비스 시장과 관련 택배·법률·회계·통신 시장 개방과 방송채널 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제한 완화를 요구한다 . 한국은 미국의 해운서비스 개방과 전문직 쿼타를 요구한다 . 양측은 일단 11 월 18 일까지 수정한 유보안을 교환하기로 했다 .
이외에도 한국의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과 상품관세 철폐 대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는 문제 , 미국이 섬유의 원사까지 국내산으로 할 것을 요구하는 얀 포워드 (yarn forward) 방식을 완화할지 여부 , 금융서비스의 국경간 거래와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신 금융서비스 허용에 대한 추가 협의 등 12 월 4 일부터 닷새간 미국에서 열리는 5 차 협상에서는 샅바싸움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 내년에 한 두 차례 더 만날 수도 있다 .
협상테이블에서의 힘겨루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서로 상대국의 문화와 국민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이다 . 협상도 결국 이런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이런 점에서 김 종훈 한국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Wendy Cutler) 미국측 대표가 회담 기간 중 시간을 내 제주 차 농장을 방문하면서 대화를 나눈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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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데 소비자들의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이 좋은 예이다 . 각국 정부가 법과 제도를 정비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거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한국에서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 여부에 관심이 많다 . 미국에서 3 년 전 광우병이 발생한 후 한국 정부는 쇠고기 수입을 중단했다가 최근 30 개월 이하의 뼈 없는 살코기만을 , 36 개의 지정된 사업장에서 생산하는 것만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 이는 30 개월 이하의 소는 광우병 우려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국제 기준을 따른 것이다 . 미국의 쇠고기 수출업체의 작업장의 벽 색과 재질 , 바닥 청결에 대한 요구는 물론 ,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건강진단서까지 첨부하도록 까다로운 수입 조건을 내세우는 유럽 연합을 비롯해 세계 90 여 국가들도 이 기준을 따른다 .
한국 정부는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 검역 인력을 늘려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처음 수입되는 물량은 전량 검사를 실시하고 , 특정위험물질이 발견되면 즉시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 뼈 조각 등의 수입금지물질이나 성장호르몬이나 항생제 등 사용금지 물질이 발견되면 해당 작업장으로부터의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
이와 동시에 ,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내년 1 월부터 90 평 이상의 음식점에서는 쇠고기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 이를 어기면 3 백만원 ~7 백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
또한 2004 년 12 월부터 소의 도축 , 가공 , 판매장에 시범 실시하고 있는 쇠고기 이력추적관리제를 내년 법제화 한 후 , 2008 년부터 당초 예정보다 1 년 앞당겨 시행할 예정이다 . 금년에는 젖소를 제외한 2 백만 두의 소 중에서 20 만두에 대해 이 제도를 적용했다 . 한우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려는 축산농가들의 자발적 참여 신청이 쇄도 , 내년에는 4 개도 ( 경기도 , 충청북도 , 전라남북도 ) 에서 40 만두의 소에 이력추적관리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
그러나 경찰 열명이 도둑 한 사람 잡기 어렵다는 옛말이 있듯이 , 이런 법이나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 스스로 식품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는 것이다 .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를 할 수 없게 하는 풍토가 조성되도록 정부와 언론 , 소비자 단체 및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
최근 영국의 유력 일간지 Financial Times 가 2005~6 년에 연구개발 (research and development) 에 투자한 금액을 기준으로 세계 300 대 기업을 선정 , 분석한 자료는 R&D 투자와 기업의 매출액과 이익이 비례함을 보여준다 .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의 국별 분포를 보면 , 미국이 총 1,420 억 달러를 R&D 에 투자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
한국은 이처럼 기술 강국인 미국과 FTA 를 체결 , 전략적 기술제휴를 통해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그렇다면 , 한미 FTA 는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한국의 자동차 수입관세는 8% 인데 비해 미국은 2.5% 이므로 관세 철폐로 인한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보다 미국차의 수입이 더 늘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 그러나 한국 소비자들이 유럽산 자동차를 선호하는 점이나 한국에 주로 수출하는 일본 도요타의 렉서스가 일본에서 생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이 급증하지는 않을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
한미간 무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자동차관련 품목은 중소대형 가솔린 차와 스프링 등 철강제품 , 엔진 및 관련부품 등에 불과한 것으로 산업 연구원은 분석했다 .
한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5% 정도로써 한국이 경쟁력 있는 소형 승용차는 수출규모가 미미하고 일본이 수입시장을 거의 점유하고 있다 .
한미 FTA 는 한국산 상품의 브랜드 이미지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

J.D. Power and Associates 등 미국 시장조사기관의 품질조사에서 보듯이 한국자동차는 미국시장에서 경쟁력이 향상되었다 ( 도표 참조 ). 그러나 현재 , 미국에 위치한 일본 업체들의 경쟁력은 품질 및 가격 , 내구성 등에서 한국산보다 높고 , 엔진 , 에어백 등과 관련된 핵심부품은 미국의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전문가들은 GM 과 포드를 비롯한 미국 제조업체들이 매년 2.6% 씩 꾸준히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은 그 동안 축적된 지식과 과감한 R&D 투자 덕택으로 본다 .
한미 FTA 가 체결되면 한국도 미국과의 기술제휴와 지속적인 R&D 투자로 전기자동차 등 차세대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
한미 FTA 는 자동차부품 산업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 전문가들은 미국의 자동차부품 관세가 0 ~ 2.5% 에 불과해 관세철폐효과는 크지 않겠지만 , 자동차의 미국 현지생산이 늘더라도 대부분의 핵심 부품은 국내에서 조달해야 하므로 부품공급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
한국산 자동차 수입 증가로 인한 미국내 통상압력이 한미 FTA 로 줄면 , 미국내 생산을 확대할 필요가 적다 . 따라서 국내 고용 및 생산을 보존하는 효과가 있다 .
또한 , 미국 부품업체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변속기 등 일본에 의존하는 핵심 부품을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솔린 엔진이나 전자에어식 제동장치 등도 국내에 진출한 미국의 델파이 등 미국 부품 업체로부터 구매를 확대하여 대일수입 비중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
세계 100 대 자동차부품업체 중 37 개가 미국 업체이고 이중 14 개가 한국에 진출해 있지만 한미 FTA 체결로 더 많은 부품업체의 한국 진출로 인한 투자 확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
미래형자동차 개발에 한미간 공조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다 .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양국 모두 일본에 뒤졌고 일본과의 기술협력도 용이하지 않아 공동 대처하는 것도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
이런 긍정적 효과로 인해 2005 년 84 억 달러이던 자동차부품 수출은 한미 FTA 가 체결되면 200 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은 전망한다 .

그는 여름에 감귤 밭을 타이벡으로 덮는다 . 비가 올 때는 감귤나무에 수분이 과다 공급되는 것을 막고 해가 쨍쨍 날 때는 햇볕을 반사해 감귤나무에 되쏘아준다 . 당도가 높은 고품질 감귤을 수확하는 비결이다 .
타이벡은 이미 일본 감귤 농가에서는 많이 사용하고 있다 . 평당 3,200 원 정도가 소요돼 값도 비교적 싸고 경비의 80% 를 지원받기 때문에 거의 공짜나 다름 없다 . 또 한번 사면 2~3 년은 쓸 수 있다 . 그런데도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 뙤약볕에 수천 평의 밭에 타이벡을 덮는 것이 귀찮아서일까 .
김종우 씨네 감귤 나무는 마치 기지개를 켜듯이 가지가 하늘을 향해 치켜 올라가 있다 . 해를 골고루 밭게 하기 위해서 일일이 끈으로 묶어 놓은 것이다 .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도 훨씬 넓다 . 모두 감귤의 당도를 좌우하는 햇볕을 골고루 받게 하기 위함이다 .
그는 감귤 농사는 부지런함 못지 않게 경영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소비자를 감동 , 졸도시킬 정도의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 한미 FTA 뿐만 아니라 어떤 외부 충격이 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
이를 위해 그는 세가지를 제안한다 . 첫째 , 가능하면 온라인 거래 등으로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거나 공동 판매망을 이용해 유통 과정에 거품을 빼고 , 둘째 , 브랜드 개발 등 품질과 서비스 향상을 통해 소비자와의 신뢰를 유지하며 , 셋째 , 영농일지를 쓰고 생산 이력제를 도입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제주도에는 김종우 씨처럼 창의적이고 의욕이 넘치는 영농인들이 많이 있다 . 그들이 제주도 1 차 산업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감귤 산업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줄 것 같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