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포털사이트에 글 쓰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문득 의견을 토로하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
고, 어차피 글을 쓰는 거라면 익명 초딩들이 없는 곳이 좋을 것 같아서 여기에 글을 써 본다.
개인적으로 간결체보다 만연체를 선호하므로 조금 글이 지루할 것이므로 스크롤을 내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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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반말하는 건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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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헌혈을 하고 왔다.
어쩌다 한 번씩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분들께서 마법에 걸리시는 것과 비슷하게 2달에 1번씩 정기적으로 하고 있고 우연찮게도 오늘이 바로 딱 두 달째가 되는 날이었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위대하고 숭고하며 고결한 행위이기 때문이라는 멋진 이유로 등록헌혈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단순히 헌혈증이 돈과 같은 가치를 갖고 있고(매매가 아니라 수혈시 대체 가능하다는 이야기) 헌혈을 하면 기념품(특히 상품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세속적이고 물욕적인 이유 때문이다.
아무튼 방금 헌혈을 하고 왔다.
소요시간이 10분 정도이고 헌혈 후에는 2달의 휴식기간을 가져야 한다는 전혈 헌혈을 하고 왔다.
위에서 서술했듯이 나는 물욕적이다. 세속적이다. 탐욕적이다. 타산적이다. 금전적이다.
비난해도 좋다. 내 나이 스물넷(진). 세상은 밝고 희망차기만 하다는 환상은 이미 씹던 껌처럼 버
렸다.
타인을 짓밟으면서까지 내 이익을 챙길 생각은 없지만 타인에게 해가 안된다면 어떤 이익이든 줏
을 수 있다.
오늘만해도 헌혈 후 주는 초코파이를 2개나 먹고왔다. 2개만 먹은 이유는 바구니에 남은 게 2
개뿐이었기 때문이다.
구매자금은 아마 적십자에서 내주는 것이겠지. 적집자의 횡포는 이미 여러곳에서 귀동냥한 바 있
다. 그 자금을 축내는 데에 아무런 죄책감도 없다.
초코파이가 100개 놓여있었다면 나는 대체 몇 개나 먹고 왔을까. 스스로도 이런 내가 무섭다. 덜덜덜.
아무튼 나는 이 정도로 사리사욕에 눈이 멀었기 때문에 헌혈 30회를 하면 준다는 은장, 50회를 하
면 준다는 금장이 너무 탐이 난다.
학창 시절에 내가 탄 상은 주로 개근상이다. 1년 개근 9장, 6년 개근 1장, 3년 개근 2장. 그 외에 학교에서 억지로 준 게 두어 장. 여기에 은장 내지는 금장이 더해지다니, 곤룡포를 하사받는 천민의 기분이다.
지금까지 헌혈을 몇 번했는지 모르겠지만 적극적으로 결심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아마 10회는
넘지 않겠지.
전혈헌혈은 1년에 5번까지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미 10회를 했다고 가정해도 앞으로 4년.
...................너무 늦다. 군대에 있던 2년도 길어 죽겠는데 이건 그 두 배나 된다. 병장제대 후 바로 이병입대, 다시 병장제대 해야 되는 시간이다.
아ㅡ 생각만 해도 빌고 싶어진다(누구한테?). 다시는 안 그럴게요. 제발 두 번 보내지 마세요. ;ㅁ;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다.
헌혈에는 (아마)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방금 내가 하고 온 전혈 헌혈. 다른 하나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성분헌혈.
성분헌혈은 휴식기간이 14일, 즉 2주일. 전혈 헌혈의 1/4이다. 이병~병장~이병~병장을 이병~일병으로 줄여주는 마법의 주문이다.
게다가 성분헌혈은 1년에 24번을 할 수 있댄다. 다시 말하지만 전혈 헌혈은 1년에 5번. 유예기간(...)이 1/4인 것도 탄성이 나오는데 헌혈가능한 횟수는 4.8배이다.
이거라면 할 수 있다. 너무나도 획기적이다. 이걸 고안한 사람은 천재다. 누구라도 좋으니 그 사람을 찾아서 노벨 의학상을 수여해줘.
이래봬도 나는 신검 1급 보유자다. 피 뽑는 것에 대해 아무 것도 걱정할 건 없다. 그리고 다시 넣어준다는데 뭐.
사실 오늘부터 성분헌혈을 할 생각이었는데 물어보니까 성분헌혈보다 전혈헌혈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덧분여서 성분헌혈은 - 뭐라더라? - 수혈보다는 무슨 연구같은데 주로 쓰인다고도 증언했다.
..........................검색해서는 전혀 나오지 않는 말을 두 개나 들었다.
간호사 입장으로는 성분헌혈은 더 귀찮기 때문에 거짓말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만 믿을 신(信)은 '사람의 말은 믿어야 한다'는 뜻이라고도 하고 역전재판을 3까지 클리어할 입장에서 아무 증거없이 이의를 제기할 순 없다.
그래. 사람의 사람의 관계는 신뢰가 바탕이 되는 것이다. 일단 믿기로 하자.
TV에서 광고하는 모 카드 이상으로 정말 놀라운 이야기이다.
전혈이 성분보다 더 필요하고 성분은 수혈보다 다른 용도로 더 많이 쓰인다니. 나는 헌혈을 했지만 내 피를 받은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위에서 서술했듯이 이익을 우선시하는 나는 그런 세세한 일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뭐.... 마음 속에서 뭔가 걸리는 게 있긴 하지만 무시하겠다. 남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닌데 뭐. 피 뽑아서 버리는 것도 아니고 연구에도 쓰인다잖아?
실제로 N모 사이트를 아무리 찾아봐도 전혈헌혈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하는 글은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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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작문 의욕이 떨어졌다. 제대로 된 고등교육을 받았거나 그에 준하는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이라 믿는다. 이제 그만 써야지.
결론만 말하자면..........
나 이제부터 전혈헌혈은 안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