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치도 없고 웃는소리가 영낙없는 푼수에다가
무슨 걸음이 그렇게 느린지 같이 보폭 맞춰서 걸어주다가
싸운게 한두번이 아니에요
툭하면 삐지고 쪽지는 꼭 두개에 하나씩 답장이 오고
먼저 전화 안하면 전화도 잘 안하면서
연락없다고 투덜거리구요
팔짱을 누가 끼는것 보다는 자기가 누구한테 끼는걸 좋아해요
밥 먹을땐 정말 말없이 많이 먹고
밥 먹고나서 물을 한컵 꼭 먹으라고 잔소리도 매일같죠
노래랑 영화는 슬픈거만 좋아하고 노란색을 좋아해요
분위기 잡고 스킨쉽좀 할려그러면 갖은수를 써서
요리조리 빼는 여우에요
절대로 먼저 뭐 사달래거나 뭐 갖고싶다는 말을 안하니까
눈치껏 주의하고 있다가 놀래키면서 선물해줘야해요
그럼 그럴때마다 꼭 어린애처럼 좋아하면서도
고마워서 어쩔줄 모르고 울기밖에 못해요
공포영화는 때려죽여도 못본다고 그래서 괜한 내숭인가 했더니
정말 펑펑 울고 괜신히 달래고 사정사정해서 화 풀렸구요
같이 손잡고 길거리 다니면서 장난치고 노는것도 좋아해요
시끄러운데는 너무 싫어하고 사람 많은데도 싫어하는데
단 둘이 있으면 맨날 심심하다고 면박이나 줘요
매일 바보같이 엉거주춤하고 걸음도 똑바로 못걷고 넘어지고
똑같은 말 두번씩 해야만 알아듣는 멍청한 애에요
그러면서도 항상 자기가 어른인척 가르치려 드는게 웃겨서
자지러진게 한두번이 아니구요
노래불러주면 너무 좋아해서 가끔 혼자 노래방가서
미친듯 연습했던 기억도 나구요
편지쓰는거 좋아하는지 나 만날때마다 종이쪽지 하나에라도
꼭 깨알같이 뭘 써서 오는데 우리집에 한상자쯤 되는것도 같구요
집에 놀러왔을때 꼭 자기네 집인것처럼
부엌부터 들어가서 내 밥 챙겨준다고 덜그럭 대는걸 보니까
얘도 천상 여자구나 싶었죠
가끔 말없이 도시락 싸들고 나타나서 사람 눈물 핑 돌게 하는
센스있는 여자에요
철없고 자기 앞가림도 잘 못하는 애지만
나 기분나쁠 얘기는 꾹 참고 끝까지 말 안하는 속깊은 여자구요
술 마시면 아무데서나 자고 아무데나 주저앉고
아무데서나 울고 그러니까 꼭 잘 챙겨서 데리고 다녀야 되구요
한번 싫다고 말 내뱉으면 그건 진짜 싫은거니까
두번다시 얘기도 안꺼내는게 좋겠죠
천방지축에 사고뭉치
하루라도 조용히 지나가는 날 없는 철없는 애지만
머리카락 하나부터 발끝까지
하나도 안 사랑할게 없는 정말 사랑스러운
그런 내 여자
울게하는일 없이 찡그리는일 없이
행복하게 건강하게 웃을수 있게 해주세요
그녀를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