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병장 사망
- 무엇에 분노해야 하는가?
그토록 염려하던 최악의 상황이 결국 발생했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다산 부대 소속의 병장 윤장호 씨가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을 겨냥한 듯이 보이는 자살 폭탄 테러 사건의 희생자가 되었다.
제대를 불과 석 달, 귀환을 겨우 2주 남겨둔 그였기에 안타까움은 더하고 있다.
탈레반은 스스로 이 테러를 수행했다고 발표했으며, 앞으로도 이런 식의 자살 폭탄 테러는
계속 될 것, 아니 앞으로("눈이 녹으면") 더 대규모("총공세")로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이 사건을 1면 기사로 다뤘다.
하지만, 대부분 기사의 분위기와 어조는 이러하다 - 무모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들의 소행.
한국 정부는 애도를 표하면서, '절대로 테러와 같은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물론 테러와 같은 무고한 불특정 다수를 표적으로 삼는 행위는 결코 정당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용납해선 안 되는 것이 또 한 가지 더 있다.
그것은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추진 될 여러 '한국군 해외 파병'이다.
테러는 분명히 정당한 행위가 아니지만, 그 테러를 저지른 자의 정치적-사회적-역사적 맥락을
보지 않는다면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불가능하다.
9.11 이후 알 카에다 소탕과 빈 라덴 제거를 이유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이후 7년, 아프가니스탄은 전후의 혼란과 폐허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 하고 있다.
탈레반 정권의 붕괴를 대부분의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처음에는 반겼지만
이후 서방의 생색내기 보잘 것 없는 지원, 친미 관리들의 부패, 미군의 억압적 통제 등으로 인해
생활이 오히려 더 불안해지고, 약 650만 명의 사람들이 절대 빈곤의 처지에 놓여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은 영화 <천국을 향하여(원제 : paradise now)>에 나오는
두 평범한 팔레스타인 청년들처럼 끝없는 갈등과 혼란을 겪으며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테러 세력'이라는 탈레반이 다시 곳곳에서 권력을 장악하며 급부상했다.
이런 아프가니스탄에 한국은 200여명을 파병함으로써 미국의 전쟁 수행을 도왔고,
그런 맥락에서 결국 이번에 첫 희생자가 나오게 된 것이다.
한국 정부는 여전히 해외 파병 부대들은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불안감을 애써 잠재우려하지만,
계속되는 중동 내의 혼란과 분쟁 상황으로 볼 때, 우려할만한 상황은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은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해 있는 공병∙의료부대 중심의 다산∙동의부대에 더하여
전투병을 파병해 달라고까지 요청한 상태인데, 이는 그러한 우려를 가시화하기에 충분하다.
정부는 이번 테러가 '특별히 한국군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계속해서 부시의 전쟁에
동참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아하니, 그런 '표적'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친제국주의 파병 정책을 철회할 생각은 커녕, 테러를 수행한 자들을
비난하고 '테러경계령'을 내리는 것 정도로는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윤장호 병장의 죽음에서 우리가 눈을 가린 손을 떼고 보아야 할 것은 무고한 '테러의 희생자'라는
사실이 아니라, 무모한 파병 정책이 만들어낸 '필연적 비극'이라는 것이다.
이라크 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 레바논 평화유지군 파병, 아프가니스탄 전투병 파병 등
- 위의 세 곳은 현재도 종파 간 분쟁,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등으로 충분히 위험한 곳이며,
더욱이 최근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이란 침공이 사실이 될 경우, 재앙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 노무현 정부는 제국주의와 은밀한 밀월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려 하고 있다.
중동의 혼란과 분쟁을 부추기고 부시의 명분 없고 절망적인 전쟁의 도우미 역할을 할 뿐인
모든 파병 정책은 당장 철회되어야만 한다.
이것만이 앞으로 또 생겨날지 모르는 희생자에 대한 진정한 예방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