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간 질리지 아니하고 꾸준히 하고 있는 취미생활이라곤
극장에 가는 일이며, 로또는 노리지 아니하나 극장 이벤트는
열심히 응모하고 발표를 기다리는 재미에 살고있다.
(노력에 비하여 결과가 신통치 않아서 속상해-)
개현수의 빈정처럼 햇살이 따사로운 일요일에도 양치도 하지
않은 텁텁한 하품을 하며 컴퓨터 모뎀에 반짝반짝 빛나는 노란
불빛을 응시하며 파워를 누르는 내가 조금은 한심해 보이나
윙윙-거리며 세차게 돌아가는 HDD의 빨간 LED불빛과
삑삑-거리며 시작을 알리는 기계음이 마냥 익숙하다.
조간 신문을 주워들고 오늘의 운세를 확인하듯
극장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벤트발표 메뉴를 클릭하고
왼손으로 턱을 괴고 삐딱한 고개로 당첨자를 확인했다.
오! 영화 시사회 당첨자 목록에 내가 있는게 아닌가?
'눈물이 주룩주룩'이란 일본 영화였는데 설램도 잠시뿐.
두장의 관람권을 나누어 주는데 눈이 깊은 은선양의 말처럼
노멀함과는 거리가 먼 내게 둘이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로션을 바르고 그 위에 스킨을 바르는 것만큼 어색한 일이다.
그래도 쏼라쏼라 허댕의 일촌평처럼 나름대로 선수라는
호칭도 수식어로 붙이는 몸인데 같이 영화 볼 사람정도야
금방 만들 수 있을줄 알았는데 생각처럼 쉽지만 않다.
(내 핸드폰 목록을 뒤지고 동생 핸드폰 목록까지 뒤졌는데
결국 결렬되었고 결국 만만한건 햄토리밖에 없더군-)
혼자가 아닌 둘이서 극장로비에 발을 들이고 맨날 혼자서
영화보러 오는게 웃기다며 대놓고 웃어버리는 티켓박스의
그녀을 찾으려 두리번 거렸으나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군밤, 오징어, 콜라로 양손 가득히 무장을 한 우리는 상영관을
들어서는데 낮익은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티켓박스 그녀다!)
" 어? 또 오셨네요? "
" 네. 오늘은 혼자 아니고 둘이예요. 거봐요 저 친구있어요. "
" 제가 뭐라고 했나요? 재밌게 보세요. 크크크- "
" 애인은 아니니깐 너무 실망마세요. 낄낄낄- "
극장직원과 이런 대화를 서슴없이 나누는 모습을 옆에서
어이없이 바라보는 햄토리는 나보고 쪽팔리다고 뭐라하지만
이를 어쩌란말야. 이딴 쪽팔림과 특이함이 나의 삶인걸?ㅋ
감정이 삐딱해서인지, 정서가 맞지 않아서인지
제목만큼 눈물이 주룩주룩- 날 정도로 슬프지 않고 웃겼다.
다행인건 여주인공이 눈물을 펑펑 쏟는 장면에서 웃음이 나와
억지로 참고 있는데 관람석 어둠 곳곳에서 살짝살짝 들리는
타인의 웃음소리에 괜한 안도에 한숨을 내쉬었다.
(나 혼자 너무 동떨어진 감정을 지닌건 아니란 안도감이랄까?)
하여간 딴건 모르겠고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이 날 때에
눈물을 흐르게 하지 않는 방법을 주인공에게 배우고 나왔다.
그닥 추천하고픈 영화는 아니지만 방법이 궁금하다면 보도록!
PS. 눈물이 흐르지 않는 방법을 알려줬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