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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 컨설턴트 AE는..

조정주 |2007.06.11 11:32
조회 71 |추천 0

저의 직업은 '을'입니다.

고객에게도 을이며 만나는 기자들에게도 을입니다.

두말할 필요가 없는 전적인 을의 직업입니다.

홍보를 대행하는 사람들은 절대 갑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업무의 100%를 지시를 받아야 하는 입장입니다.

단 한번도 지시를 해본적이 없으며..

내가 작성한 자료가 다른 기자의 이름으로 신문지면에

게재되는 을의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을이기 때문에 힘이 듭니다.

을의 직업이지만 전 홍보일이 너무 재밌습니다.

누군가를 이끄는 것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0형인데도 말이에요.

 

10명 남짓의 직원들은 이미 7명이나 바뀌었습니다.

입사 7개월 만에 가족 같던 직원이 7명이나 그만두었습니다.

두 명의 상사가 나갔고 한 명의 동기, 그리고 네 명의 인턴이 힘에 부쳐 그만 뒀습니다.


정이 들만하면 모두들 자리를 박찹니다.

그래서 홍보대행사는 더욱더 인정이 메말라만 갑니다.


가족 같은 친구들이 다 나가고 저는 ‘대리’ 명함을 달았습니다. 하지만 마치 누군가 죽어 보험금을 타는 그런 기분입니다.


같이 술을 마시며 고민을 얘기하던 친구들은 모두 다 내 곁에 없습니다.

 

홍보대행은 잘하면 0점. 못하면 -100점입니다.


항상 아이디어를 짜내고 며칠 동안 고민해 하나의 자료를 완성합니다.

하지만 기사가 신문에 실리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실리면 당연한 것, 안 실리면 끝인 클라이언트 덕분에 잘해도 0점입니다.

 

여성이 주류를 이루는 홍보 분야에서 제가 살아남는 법은 ‘베품’입니다.

언제나 자신을 낮추고, 시키는 일은 즉각 다 처리해 주며, 기자에게는 끊임없이 메일을 보내 친분을 과시합니다.


베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직업이 홍보대행AE입니다.

 

저는 성공하고 싶습니다.

비록 내 어깨를 툭툭치며 일어나라고 하는 동료들은 다 떠나고,

언제나 비굴해야 하는 ‘을’이며

잘해도 0점을 받는 외롭기 그지없는 홍보AE지만 저는 성공하고 싶습니다.


누군가 “자네 무슨 일을 하고 있나”라고 물었을때

당당히 “PR컨설턴트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PR이 무엇인지 금방 이해해주는 사회가 될 때까지..


달려보고 싶습니다.


언젠가의 그 날이 올 때까지..

마음이 트이고 눈이 환해지는 그 날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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