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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마주친 건 복도 끝 화장실 앞에서였다.
한 손에는 종이컵을 들고, 입에는 파란색 낯익은 칫솔을 물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까만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한마디를 건네고 사라졌다.
"네 칫솔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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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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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랬다.
유난히 깔끔한 성격에
친한 친구와도, 컵조차 같이 쓰지 않던 그녀였다.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만큼만 사랑하려 했고
사랑에 있어서 기대는 독이라고 믿었다.
어느 날 그런 그녀가 내 칫솔을 물고 내 앞을 지나갔다.
어쩌면 내가 지나가기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날 밤 나는
마음으로 하는 이야기에는 귀 기울이지 못하고,
확인하려고만 했던 내 못난 사랑이 가여워
베개 한가득 눈물을 쏟아내고야 말았다.
- 박성빈 '그리우면 떠나라'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