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기가 세서 그런지 귀신을 한번도 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려서 가위 눌리던 것도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가위 눌린다고 죽는 것 아니니
눌리든지 말든지 신경쓰지 말고 난 자야겠다 하고 그냥 자버린 순간부터 안 눌리게 되었죠.
그리고 꿈을 꾸어도 예전엔 날 쫓아오던 귀신도 내 앞에는 못 나타나고
장롱 뒤에 숨거나 그래서 제가 잠복해서 기다리고 있다가 귀신을 잡아채서
땅바닥에 패대기를 치는 꿈을 꾸곤 했습니다.
그래서 귀신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외심이 하나도 없었죠.
고2 때 야자 시간 이후 귀가할 때 어두운 골목에서 혹시 귀신이 아닐까 싶은 나무라도 발견하면
그쪽까지 일부러 걸어가서 그것이 귀신이 아니었음을 확인하려고 손으로 만져보기까지 했습죠.
그러던 어느 날 동창들이 많이 모였을 때 제가 호기심으로 친구들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귀신을 불러보자구요.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확인을 해보자면서 친구들을 꼬드겨서
서양 영화 속에 나오는 심령술사가 하는대로 귀신을 불러보기로 했습니다.
뭐라고 해야 귀신이 올지를 몰라서 불 꺼놓고 삥 둘러 앉아 손을 잡고 "제발 나타나달라."고
말한 뒤 기다리면서 친구들이 돌아가며 숫자를 세는 것이었죠.
한 두명 정도가 자지러지더군요.
숫자를 세는데 누군가 뺨을 만졌다느니 벽쪽에서 여자 우는 소리가 들렸다느니...
그러나 나는 아무 것도 경험하지 못하고 역시 나는 기가 센가봐... 그렇게 자신만만했었는데...
BUT...
그 다음 날 ...
가만히 있던 나에게 말 한 마디도 안 섞고 쳐다보지도 않았던 어떤 여자가 덮쳐서 싸대기를 갈기더니
머리끄댕이를 잡고 돌리는데 거짓말 안 보태고 모가지가 엑소시스트의 신들린 여자애처럼
돌아갈정도로 목을 비틀렸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볼 때는 교통사고 환자인 듯이 보일 정도로
흠씬 두들겨 맞았지요. 그 여자는 미친 여자였기 때문에 아무런 이유 없이 나를 덮친 것이었는데
제 생각엔 아무래도 간밤에 약이 오른 귀신이 그녀를 시켜서 저지른 일이 아닌가 싶었답니다.
함께 귀신놀이를 했던 친구들이 다음 날 내가 그 모습이 된 걸 보고 다들 그렇게 생각했답니다.
눈탱이는 밤탱이가 되었고 이마는 깨져서 꿰매야 했고 모가지는 돌아갈데로 돌아가서 근육이 늘어진 상태... 하여튼 귀신 장난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본인이 기가 아무리 강해도 기가 약한 다른 인간을 통해서 공격해온다는 사실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