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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경 |2008.01.31 11:35
조회 50 |추천 0


- 넌 지갑에 뭐가 그렇게 많이 들었냐? 지갑 터지겠다.

 

정말로 뚱뚱해 터질 꺼 같은 내 지갑을 보면서 친구가 한마디 합니다.

과연 내가 봐도 그렇다 싶은 마음에,

 

- 그러게. 한번 정리해야겠다. 이게 지갑이 아니고 거의 쓰레기통이네.

 

영수증에, 할인카드에, 쓰지도 않는 쿠폰에, 메모지에,

돈보다 다른 것이 더 많이 들어있는 지갑.

맘을 먹고 한번 정리를 하려고 지갑속 들어 있던 것들을 모두 꺼내어 놓습니다.

 

어쩜 칸칸마다 그렇게 뭐가 다 들어있는지..

도대체 차도 없는 내가 세차권은 왜 넣고 다녔는지..

이 명함은 도대체 누구의 것인지..

 

그리고, 그리고..

이 사진은 왜 아직 여기에 있었는지..

그녀가 내 지갑속에 웃고 있었네요. 여전히.

짙은 여름속에서 초록색 반팔티를 입은 그녀.

비닐막 안에 들어있던 내 주민등록증 뒤에 이제껏 계속 숨어 있었네요.

 

아마 막 헤어진 직후였따면, 이 사진 쉽게 꺼내지도 버리지도 못했겠죠.

아니, 만지지도 못했겠죠. 바라보지도 못했겠죠. 보고 싶어질까봐..

 

몰론, 지금도 잠깐은 망설였찌만,

그래도 나는 어느새 비닐속에 검지와 엄지를 집어넣어 그 사진을 꺼내놓습니다. 한순간 낯설었따가 한순간 훅하고 그리움이 끼쳐왔다가,

그래다가.. 그래, 다 지난 일이니까. 그러다가 또..

 

- 잘 지내곤 있을까?

 

그땐 나는 궁금했었죠.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 멜론의 속실처럼 연하던

내 슬픔도 딱정벌레처럼 딱딱해질까. 정말 그렇게 될까?

 

시가닝 지나고 이렇게 되돌아 보니깐 알 것 같습니다.

멜론의 속살은 아무리 시가닝 지나도 딱정벌레가 될 수도 없음을.

하지만 그 넘쳐나던 눈물은 마를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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