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22nd July
1. Pincio, Night of Roma
핀치오 언덕, 로마의 야경
슬슬 포폴로 광장 옆으로 나있는 산책로를 따라서 핀치오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 언덕길에서 발견한 한 처자.
이젤 위의 캔버스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뒤에서 잠시 붓놀림을 감상하다가 한 컷 찍었는데, 말을 걸려고 하다가 방해가 될 것 같아서 그냥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기서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도 이렇게 사진만 연신 찍어대는 것 보다 훨씬 더 낭만적일 것 같다.
핀치오 언덕의 숲은 나무들이 울창해서 적당히 그늘도 있고, 바람도 선선히 불어서 산책하기에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지친 다리와 아픈 발바닥만 아니었으면 더 많이 돌아다녔을텐데...
시간을 보니 이미 숙소에서 나온지 12시간이 지났다.
흠...이 정도면 꽤 많이 돌아다녔지....그래그래...
정렬의 나라 이탈리아답게 벤치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키스하는 연인들.
부럽부럽~ㅜㅠ
(사실 이것 말고도 연인들이 찍힌 사진이 여럿 더 있었는데, 가장 수위(?!)가 낮은 것으로 선정~ ㅡ.ㅡ;;;)
거리에서 심심치않게 볼 수 있는 악사.
반주를 틀어놓고 직접 트럼펫을 연주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25유로센트 쾌척~!
(흠...이번에도 역시 쾌척이라고 부르기엔...ㅡ.ㅡ;;;)
이제 야경을 관람하기 위한 자리를 잡기 위해 공원 반대쪽, 포폴로 광장 쪽으로 설치되어있는 난간으로 갔다.
슬슬 7시 반이니 해가 질 때도 되었겠지...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해가 그렇게 늦게 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ㅜㅠ
해만 진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잔광까지 사라져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쩝..
전망대(?) 난간에서 바라본 산타 마리아 포폴로 성당의 큐폴라.
해가 지는 방향이다.
난간에서 내려다 본 포폴로 광장.
저 너머로 보이는 것은?
바로 산 피에트로 대성당.
여기서 찍는 야경의 하일라이트가 바로 이 산 피에트로 대성당이다.
기다리면서 찍은 두 컷의 파노라마 사진.

이제, 슬슬 해가 지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로 금방 해가 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이 상태다...OTL
슬금슬금 뉘엇뉘엇 지는 로마의 태양.
구름을 벗어나 정말 언덕 위까지 온 태양.
이제 잔광만 사라지면...
해가 졌는데도 아직도 밝다...ㅜㅠ
기다리기 시작한지 언 1시간.
같은 자리에서 1시간동안 해가 지는 걸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봤다.
나름 곤욕이긴 했지만, 귀속에서는 내 MP3가 아리아를 울려주고 있고, 시원한 바람에 한가한 여유까지 온몸으로 느끼는 건 흔치 않은, 아주 귀한 경험이다.
드디어 잔광이 서서히 사라지고, 드디어 산 피에트로 대성당에 조명이 켜졌다.
아직 잔광이 있어서 꽤 밝다.
같이 바로 옆자리에서 꿋꿋이 나와 함께 저 성당에 불이 켜지기만을 2시간동안 기다린 인도계 미국인.
둘이 이런 저런 잡담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니 그래도 좀 덜 심심했다.
다른 도시에서는 해가 지지 않아도 보안상의 이유로 일정 시간이 되면 점등을 해야 한단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바티칸 대성당에 불이 저렇게 늦게 켜지는 걸로 봐서 보안이 그리 철통같지는 않은가봐..."
흠...영화 미션 임파서블 3에서 바티칸으로 침입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정도로 철통같은 보안은 아닌가보다...ㅋ
와이프와 같이 왔는데, 와이프는 기필코 사양해서 둘만 셀카.
이 사람이 가져온 DSLR로 찍은 바티칸 사진을 이멜로 받기로 하고, 난 그 보답으로 이 사진을 보내주기로 했다.
어둡긴 하지만, 내 피부가 그래도 좀 밝다...ㅎㅎㅎ
(그래서 즐거우면 어쩌자는거냐...인종이 틀리잖아...ㅜㅠ)
이제 로마의 거리에도 완연히 밤이 찾아왔다.
해 지는 시간이 우리나라 시간으로 거의 오후 8시 반.
산 피에트로 대성당에 불이 켜진 것이 오후 9시.
그리고 이렇게 어두워지기까지 30여분이 흘렀다.
낮에 비해 아주 한적하고 조용해진 거리.
골목마다 있는 바에서는 아직도 야외 테이블에 손님들이 하나 가득이다.
아...
이런 풍경이 너무 그리울거다.
발렌티노 매장에 있는 너무 이쁜 드레스.
생뚱맞은 중국 식당의 한자 간판.
자물쇠 마져도 예술적인 문닫은 샵들.
도비가 눈 동그랗게 뜨고 밖을 쳐다보고 있는 아동복점.
테마가 해리포터인가보다.
너무나도 사고싶은 D&G 니트.
문 열었으면 카드로 긁었을지도...@.@
(나중에 동대문에서 비슷한 모델 찾아봐야지...)
포폴로 광장에서 길을 따라 남하하던 중 다시 오게 된 스페인 광장.
이 수 많은 인파에, 뒤에 흉물스럽게 쳐진 장막...
정말 스페인 광장은 마지막까지 나에겐 별로 감흥없다.
문닫은 젤라또 가계의 데코.
(먹을거에 장난(?!)치지마~!!)
활기차 보이면서도 경직되고 고풍스런 느낌의 큰 길가.
다시 찾은 트레비 분수.
낮보다 야경이 좀 더 낫다.
여유롭게 인증샷 한방~
분수 옆에 또 다른 판토마임.
이번엔 자유의 여신상이다.
자, 이제 바르베리니 역에 도착.
베르니니 호텔의 아름다운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트리토네 분수 (Fontana del Tritone).
영어로 하면 바다의 왕 트라이튼.
자, 이제 지하철을 타고 테르미니역으로 가볼까나~
!!!!!헉!!!!!
그런데.....
지하철로 내려가는 입구가 모두 봉쇄(!!!!) 되어있었다.
안내책자를 확인해보니, 지하철 운행은 분명 12시까지라고 되어있었다.
흠...
순간 안내책자를 발기발기 찢어버리려다 참았다.
마침, 옆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지하철 운행 막차는 9시 반이란다.
ㅜㅠ OTL
아놔~~~
30분정도 틀리면 이해가 가지만, 이건 틀려도 너무 틀리잖아~ㅜㅠ
사전에 확실하게 체크하지 않은 내 불찰이다.
(아니, 제대로 된 가이드북을 선택하지 않은 내 잘못이다...ㅜㅠ)
바로 옆에 버스 정류장도 있긴 했지만, 그리 멀지도 않았고, 가는 길에 다른 교회도 있고 하니 걸어가기로 했다.
자, 지도를 따라서 룰루랄라~
다시 마음을 다잡고, 발걸음을 가볍게~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부터 기다려야 하니 내일 아침에 먹을 샌드위치도 한 개 샀다.
먹을것까지 가방에 있단 생각을 하니, 발걸음이 더 가벼워졌다~
(이제 오늘 일정은 다 끝났다는 생각에..ㅋㅋ)
룰루랄라~
룰루랄라~
음...
룰루랄라~
흠...
흠...
룰루....
흠...
음...
.
.
.
흠.....흠.....
@.@
여기가 어딜까...
.
.
.
난 길을 잃었다....OTL
밤길을 너무 만만히 본게다...
길을 틀릴만한 데가 어디였을까....@>@
적어도 지금 위치만 제대로 파악이 된다면 별로 넓지도 않은 로마에서 숙소까지는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또 때마침 옆을 지나가는 한 관광객에게 여기가 어디쯤인지 물었다.
흠...
부부로 보이는데, 남편은 입을 다물고 한마디도 안하고, 와이프만 계속 얘기했다>
핀란드 부부로, 영어에 무척 서툴렀다.
이건 마치 박찬호가 처음 영어로 인터뷰하는 걸 눈앞에서 보는 느낌...
"음....아이 띵크....음....위.....음.....위 머스트....음......."
OTL
이 부부도 나와 가는 방향이 같았는데, 똑같이 헤메고 있었다.
(하필이면 길을 물어본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고, 같은 곳에서 길을 잃고 있는 사람이라니...ㅜㅠ)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나만 딴 곳으로 갈 수도 없고, 여차저차해서 같이 가게 되었다.
아주머니는 모처럼 영어할 기회가 좋았는지 계속 말을 걸었다.
"음....아, 아이 앰 어 티쳐.....음....음....앤...암....아...암....."
(아주머니, 지도에 좀 신경쓰세요...ㅜㅠ)
지도도 아주머니가 들고있고, 힘겹게 영어를 하면서 걷는 것도 좀 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30분을 헤매고 나서 보니, 큰 길을 거꾸로 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OTL)
.
.
.
위치는 파악이 되었는데, 아까 큰길로 들어서면서 오른 쪽으로 갔어야 했는데, 왼쪽으로 와버려서 목적지에서 아주 멀어져버린 것이었다....쩝...
나름 열심히 말도 걸어주고 앞서서 길까지 찾은 아주머니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이제 어딘지 아니, 내 숙소까지 찾아가는 건 쉽겠다. 굳이 역까지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라고 하면서 혼자 가려고 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도
"그래...우리린 배고파서 뭘 먹고 들어가야겠다."
하느님 감사합니다...ㅜㅠ
덕분에 재미있는 경험이긴 했지만, 몸이 너무 지쳐있어서, 이 아주머니 일행과 헤어져서 내 숙소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감사했다.
핀란드 아주머니 일행과 빠이빠이 하고, 한참을 걸어서 다시 도달한 테르미니역 근처.
테르미니 역 근처에 있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바실리카 (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다.
원래 목적은 이 곳의 야경을 느긋하게 찍으면서 숙소까지 가는 것이었는데...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너무 허비해서 너무 늦어버렸다.
느긋한 야경은 커녕, 시간이 11시를 넘기고 있었다.
얼른 씻고 자고싶은 생각뿐...ㅡㅜ
정말 장대하고 아름다운 성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달랑 두 장만 찍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는 사람들이 나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다들 나보다 연배가 어린 사람들인데, 아침 먹자마자 사라져서 12시가 다 되서 들어왔으니, 무척 놀라는 눈치였다.
-9;역시.... 어린 것들은 좋겠어.... 이렇게 빨빨거리고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으니... 나같은 직장인은 딸랑 일주일밖에 못오거든... 그것도 엄청 비싸게... 그래서 이렇게 돌아다니지 않으면 안되....-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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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고 말할뻔 했다....쩝...
얼른 베터리 충전시키고, 씻고 와서 같은 방 쓰는 동생들에게 오늘 어디어디 들렀다 왔는지 얘기해줬다.
다이어리에 구글 어스에서 출력한 지도까지 준비해가면서 철저히 동선계산까지 해온 나에게 감탄하는 눈치였다.
흠...힘들지만, 나름 뿌듯한걸~
-9;그래...이게 어른의 여행이란거다...예들아...ㅋㅋ-9;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정작 입에서 나온 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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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젊었을 때 친구들이랑 베낭여행 오는게 훨씬 재미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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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너무 피곤해서 자폭모드로 돌입해버렸던 것 같다...
이제 하루가 가고, 로마에서의 첫째 날 일정이 끝났다.
내일은 드디어 바티칸이다.
발목, 다리,허리, 발바닥(온몸이네..ㅡ.ㅡ;;;)이 아픈건 둘째치고, 운동화 밑창이 좀 심상치 않았다.
앞으로 버텨줄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은 많았지만, 등을 침대에 대고 나니 잠드는 건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