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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 로맨스]♡♥Summer Lover ♡♥ < 4: 카페테리아 >

~카프리~ |2006.08.03 22:47
조회 460 |추천 0

린지는 커피숍에 가는 길이었다. 이제는 쇼핑골목이 아닌, 중세 유럽풍의 골목으로 발길이 향하고 있었다. 쇼핑백도 무겁고 발도 아팠다. 가장 아담하고 푸근해 보이는 까페에 들어갔다. 까페의 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밖에는 색색의 꽃들이 잔뜩 피어있었다. 처마에 달아놓은 화분들에서는 보라색과 흰색의 꽃들이 샹들리에처럼 피어 내려있었다.

 

"봉쥬~"

배가 불뚝 나온 맘씨 좋게 생긴 주인이 블랙보드에 흰초크로 오늘의 스페셜 메뉴를 쓰다 고개를 들어 인사를 했다. 주인은 린지의 할아버지 벌은 되보였다. 검은 콧수염을 잘 다듬은 주인은, 배가 나오고 머리도 희끗희끗 새었지만 그을린 피부와 꾸밈없는 웃음에 무척 건강해보였다.

 

"봉쥬 ^--^"

 

린지는 주인 앞의 높은 의자에 앉았다.

엉덩이로 의자를 돌리며 메뉴판을 보다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우리 가게의 에스프레소는 진짜 이탈리아 에스프레소입니다.

 정말 향이 풍부하고 진하지만 너무 진해서 아메리칸 스타일엔 안맞을지 몰라요, "

 

주인이 린지를 보며 걱정스레 말했다.

 

"아니에요~ 저 에스프레소 즐겨마셔요 ^-^

와우.. 근데 제가 미국에서 온 거 어떻게 아셨어요?

여긴 유럽인들도 많고 동양인들도 많던데..."

린지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허허.. 아가씨 옆에 수북한 쇼핑백을 보면 알 수가 있죠, 

물론 다들 쇼핑을 많이 하지만 이렇게 수북히 쇼핑백을 짊어지고 다니는 건 미국인들이 거의 다죠,

물론 동야인들도 한몫하지만 아가씨는 백인이군요, 어디에서 왔나요? L.A.?"

 

주인은 원두를 갈며 말을 했다.

드르륵 원두 갈아지는 소리와 함께 쓰면서도 풍부한 커피향이 났다.

 

"아뇨~ L.A.도 멋진 곳이긴 한데 정반대 쪽에 있어요, 뉴욕에서 왔어요, 뉴~ 욕~ ^--^"

 

쪼르륵 에스프레소 내리는 소리가 났다, 진한 갈색의 에스프레도가 하얀 김을 내며 담겨나왔다.

 

"그렇군요, 허허.. 뉴욕이요..건너편에 스타벅스도 있는데 왜..?"

 

주인은 작은 잔에 보기에도 진해보이는 에스프레소를 담아 린지 앞에 내었다.

 

"스타벅스도 가끔 지겨워요, 아저씨는 어디가 고향이세요? 이곳 분은 아닐테구...

 아까 봉쥬~ 하신 거 보면 프랑스?"

 

린지가 확신을 같고 물었다.

 

"여보! 이리와서 점심드세요 !"

저쪽에서 주인의 부인의 프랑스 억양의 영어가 들렸다.

 

"빙고! 맞죠? ^---^v"

린지는 찡긋 윙크를 했다.

 

"아니요, 나는 이탈리아 사람이요, 허허..부인은 프랑스 사람이 맞지."

주인은 웃으며 말을했다.

 

"와우.. 그야말로 국경을 뛰어넘는 사랑이네요? "

 

"그렇지, 우리가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이야기해줄까?"

 

"네 ^--^"

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어떻게 만났냐면, 그러니까.. 우리 집안은 대대로 로마에서 레스토랑을 했어,

트레비 분수라고 아나? 그쪽에서 뒤쪽으로 걸어가면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부터 터를 닦은 가게가 나온다네. 내가 대학교 다닐 때 쯤인가? 저녁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자 우리 할멈이 나를 찾아왔지. 오페라에서 주인공이 등장하듯 말이야. "

 

할아버지의 눈이 빛났다.

 

"그러니까 그녀는, 유럽 여행 중이라고 했어, 그것도 혼자 말이지! 이런 말이 있지 프랑스 여자를 조심하라!, 그 말은 맞아, 프랑스 여자들은 야생에 사는 새 같거든? 나도 그 매력에 빠져버리고 말았지."

 

"와.. 정말 너무 멋져요! 영화같아요!!"

린지는 흥미롭게 얘기를 들으며 에스프레소를 한모금 마셨다.

따뜻하고 씁쓸한 커피가 목을 타고 들어가고 향기로운 향이 배어나왔다.

 

"여보! 점심 드시라니까 또 무슨 늑장이유?"

프랑스 억양의 부인이 쿵쾅거리며 나왔다. 부인은 주인인 할아버지보다 더욱 배가 나와보였다.

맑은 푸른 눈을 갖고 있었는데, 약간의 주근깨만 빼면 피부는 좋은 편이었다. 하얗게 샌 금발을 갖고 있었는데 레이스가 잔뜩달린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부인이 나오자 부인에게 배어있던, 방금까지 끓인 닭고기 스프 냄새가 풍겼다.

 

"아 그새를 참지 못하고, 나오기는 ..지금 얘기 중이잖아 .."

할아버지는 투덜댔다.

 

"원래는 내가 참을 성이 없었는데 말이지, 내가 이탈리아 사람이니까,

그런데 저 사람은 원래 느긋했거든, 프랑스 여자니까,, 그런데 이제는 완전 뒤바껴 버렸어 "

 

할아버지는 린지에게 속닥거렸다.

 

"또 그 얘기유? 이 양반 지겹지도 않은가 보오, 우리 만난지 사십 년은 되었는데 그걸 여직 기억하고"

 

"아 지겹긴 왜 지겨워? 이봐, 아가씨, 조심하라구.

저 사람이 그 때는 퍽 말랐었다네,  아가씨처럼 말이지. 그런데 지금은.."

 

할머니가 인상을 찌뿌렸다.

 

"아니! 그게 내 잘못이란 말이유? 매일 같이 요리해다 받친게 누군데!"

 

"아 내가, 살찌라고 갖다줬어?"

 

노부부는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린지는 에스프레소를 한 입 더 마시며 미소를 짓고 지켜보았다.

 

"그럼 그 때 답장은 왜 안했던 거유?!"

 

"내가 안하기는 뭘 안해? 했는데 안간거지!"

 

노부부의 사랑싸움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갔다. 한참동안 자주 펼쳐졌을 반복되어온 말싸움이 이어질 때 린지의 배가 "꼬르륵 !! "하고 소리가 났다. 말다툼은 멈춰졌고 부드러운 프랑스 억양으로 할머니는 말을 했다.

 

"아이고,, 귀여운 아가씨, 이 양반이 준 에스프레소로는 택도 없구려,

 혹시 다이어트를 하는 게 아니라면 같이 닭고기 스프를 먹는 게 어때요?"

 

"메르시!!"

린지는 환하게 웃었다.

 

할머니는 린지의 어깨를 꼬옥 안고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나는 !"

걸어가는 린지의 할머니 뒤에서 할아버지가 물었다.

 

"들어오시든가 말든가, 마음대로 하슈 !"

린지와 할머니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마늘이 들어간 고소한 닭고기 스프를 먹으니 속이 훨씬 좋아졌다.

신선한 야채에 올리브유로 드레싱을 한 샐러드와 담백한 바게트도 있었다.

린지는 금새 닭고기 스프를 비웠고 맘씨 좋은 부인은 한 그릇을 더 주었다.

 

"아, 그래, 그렇게 내가 마리를 만난거야, 마리는 바로 이 할멈이야. 껄껄..

 꾀죄죄한 모습으로 우리 가게를 들어왔는데 내가 아주 스페셜한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를 내놓았지.

 프랑스 여자라 조금만 먹을 줄 알았는데 왠걸, 금새 한 접시를 비우는거야. 그때 알아봤어야 했어."

할아버지는 다시 얘기를 이었다.

 

"호호, 내가 그 스파게티에 넘어갔다우"

 

"그리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가게를 나왔어. 나는 그녀를 젤라또가게로 데려갔지.

지올리띠 젤라또라고 젤라또만 만든 지 백 년이나 된 가게였어.

그녀는 자신의 얼굴만한 아이스크림을 들고 환하게 웃었지.."

할아버지는 바게트를 스프에 적셔 한입 베어 물었다.

 

"나는 저이 얼굴 생각도 안나, 티라미수와 코코넛 젤라또에 푹 빠져있었거든 ~"

할머니도 바게트를 스프에 적셔 한입 베어 물었다.

 

"우리는 트레비 분수에 갔어,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지. 분수는 소리를 내며 물이 흘렀고, 

나는 그녀의 손에 동전 두 개를 쥐어주었어. 동전의 뜻을 아나?"

할아버지가 린지에게 물었다.

 

"음.. 소원을 비는 거죠? 그쵸??"

 

"반은 맞아, 첫번째 동전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는 소원이지.

그리고 두번째 동전은 꼭 로마에 다시 돌아오게 해달라는 동전이야."

할아버지는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래요 그래, 나는 두 개를 던졌어, 뒤로 돌아서 말야, 정말 눈을 꼭 감고 간절히 빌었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고, 아름다운 로마에도 다시 돌아오고 싶었어. "

할머니는 꿈을 꾸듯 눈을 감고 행복하게 말을 했다.

 

"그때말야, 당신 퍽 귀여웠다고,

 나는 그저 흔한 얘기를 해주었을 뿐인데 정말 눈을 꼭 감고 소원을 빌었어.

 그리고 동전을 던졌지! 퐁당 소리가 나고 잠시 후 하나도 던져졌어.

 그 순간 나도 소원을 빌었지. 그녀의 소원이 꼭 이루어 지기를,, 로마에 다시 꼭! 돌아와 주기를!

 그녀가 동전을 던지고 눈을 떴을 때 나는 눈을 뜬 그녀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어,

 잠시동안 감고있는 그녀의 파란 눈이 그리웠던 거지."

 

 할아버지도 꿈을 꾸듯 말을했다. 그 순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더 이상 노부부가 아닌,

  사십년 전의 풋풋한 젊은이로 돌아간 것 같았다.

 

"아가씨, 이태리 남자들이 저렇다우, 올리브유를 잔뜩 바른 피자보다도 보다도 더 느끼하지. 호호호"

할머니는 싫지 않은 듯 말했다.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지. 그리고 우리는,,"

할아버지는 정말 중요한 것을 얘기해 주려는 듯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이고 이 양반! 그만 하시오! 벌건 대낮부더 남사스럽게.. 짖궂기는..."

할머니는 눈을 곱게 흘겼다.

 

"허허... 아직은 그때의 마리가 맞구려? 부끄러워하기는.. 허허허.."

할아버지는 크게 웃었다.

 

린지는 먹지도 않고 가만히 지켜보고있었다. 린지도 그 아름다운 로맨스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다.

 

"그래서, 로마에 돌아오신거에요? 소원이 이루어진거에요? ^--^"

 

"아니아니, 우리는 주소를 주고 받았는데 나는 편지를 보냈지만 그녀는 보내지 않았어,

 나는 애가 탔지. 스파게티 면발을 팅팅 불리기 일수였어.

 이제와서 고백하지만 나는 돈이 담기 상자를 슬쩍했지.

 그래서 나중에 삼촌에게 후드려 맞기는 했지만.. 그리고 기차를 탔어.

 돈이 얼마 없어서 가는 동안 내내 통로에 기대어 가고,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로 갔지.

 그래, 그녀는 파리지엔느였어."

 

할아버지는 기차를 타던 그 때처럼 단호하게 말을 했다.

 

"내가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우리집은 까페를 하고 있었는데, 창문밖의 그를 보고 그만 나르던 찻잔을 떨어뜨려버렸지. 호호"

할머니는 입을 가리며 수줍게 웃었다.

 

"와.. 너무 멋져요.. 정말 영화에나 나오는 이야기 같아요 !! "

 

 

 

 

 

 

린지와 노부부는 그 밖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라벤더 향과 페브릭벽지가 잘 어울리는 식당에서 향기로운 오후는 그렇게 흘러갔다.

린지가 카페테리아를 나오자 노부부는 나와서 배웅을 해주었다.

 

"돈을 내면 우리 정말 화날 줄 알아요, 호호호..  여기 머무는 동안 또 와요,

남자친구가 생기면 같이 와도 좋고!"

할아버지가 말했다.

 

"여기는 이탈리아 요리도 하지만 프랑스 요리도 해요, 

이 양반하고 서로 자기 요리한다고 티격태격하다 둘 다 하기로 했지 ^-^ 잘가요, 린지~" 

할머니와 린지는 포옹을 했다.

할아버지와도 포옹한 린지는 카페테리아를 나오며 배만 부른 것이 아니라 마음도 꽉찬 기분이었다.

 

 

린지는 다시 도로로 나와 걸었다.

해가 지는 중인지 빨갛고 보라색으로 아일랜드의 노을이 지고있었다.

야자수와 노을이 멋진 달력속의 한 장면 같았다.

 

걸을 때마다 쇼핑백으 부스럭댔다.  얼마나 걸었을까? 다리가 아프고 피곤해졌다.

 

"아이고~ 힘들다~ 으악 ! "

 

린지는 또 모래바람을 맞았다. 보이지도 않게 지나간 차는 우연찮게 아침에 본 그 빨간 푸조였다.

 

"야!!!!!!! 너!!!!!!!!!!!!!! 담에 보면 죽었다!!!!!!!!!!!!!!! "

린지는 발을 구르며 주먹을 보였다. 애꿏은 돌멩이만 발로 차다 발가락만 다쳤다.

 

걸을 수록 힘이 빠졌다.

택시를 잡고 싶었지만 왠일인지 택시가 보이지 않았다.

간간이 지나가는 차에 태워달라고 히치 하이킹을 해보였으나 헛수고였다.

 

"빵빵"

그때, 경적소리가 들리며 차 한대가 부드럽게 멈췄다.

 

"아가씨, 타실래요? "

 

이런 우연이 !! 린지의 머스타드를 바퀴에 발랐던 그 차였다 ;;

 

"네? 아.. 저....그게 ;;"

린지는 말을 더듬었다.

 

"괜찮아요, 저 나쁜 사람 아니니까요, 이 길로 쭈욱 나갈건데, 가는 길이면 타세요 !"

 

타기 편한 자리는 아니었으나 워낙 발이 아팠다. 아마 인어공주의 아픔이 이러했으리라.

린지는 순진하게 웃고는 쇼핑백을 들은 채 옆좌석에 탔다.

 

타자마자 갑자기 남자가 린지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어!? 왜, 왜이러세요 !!"

린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쇼핑백을 꼭 껴안으며 경색을 했다.

 

"하하;; 저 치안아닙니다, 쇼핑백은 뒤에 놓고 안전벨트 매시라구요! 하하하 !"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는 쇼핑백들을 뒷좌석에 놓아주었다.

 

 

 

차는 부드럽게 달렸다. 작게 나오던 라디오에서 어떤 노래가 나오자,

남자는 나오던 음악의 볼륨을 높였다.

 

"오~ 그대 나의 여신 ! 빰빠~ 오늘 밤을~~ 그대와 함께!

 오 베이비, 마~ 러~브~"

음치인 남자는 제 흥에 겨워 큰 소리로 따라 불렀다. 어깨까지 으쓱대며 노래를 부르던 그는

간간이 린지를 쳐다보며 웃었고 린지도 억지로 웃어주었다.

 

노래를 들으니 집에있는 여동생 제이미 생각이 났다.

 

'제이미가 자주 틀어놓던 노래인데...'

 

잠시 생각에 잠긴 린지를 보며 남자가 다시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나는 그대의 수퍼맨~ 내 손을 잡고~~~~~~! 오늘밤을 날아요 !"

린지는 다시 한 번 억지로 웃어보였다.

린지의 머리속에는 호텔방에가서 얼른 시원한 맥주를 한 캔 마시고,

제이미에게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고, 남자는 점점 더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아침에 걸어올 때는 한참이었던 거리인데 차를 타니 금방이었다.

 거리가 짧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안그러면 그 노래를 더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마워요 ^^ 덕분에 편히 왔어요, "

린지가 문을 닫으며 말했다.

 

"천만에요, 기사도를 가진 멋진 남자라면 연약한 아가씨가 걷고 있는 걸 보고있으면 안되는 거겠죠?"

남자는 쓰고있던 선글라스를 코밑으로 살짝 내리고 눈을 올려 말을했다. 그리고는 이가 다 보이게 웃었다.

 

 

 

 

호텔 로비에 들어오자, 금발의 메니져가 린지를 반겼다.

 

"미스 앤더슨 ^-^ 여기 카드키요,"

 

"그는 안보이네요? "

어제 린지에게 수작을 걸었던 느끼한 남자를 찾으며 두리번 거렸다.

 

"오, 이런.. 오늘은 안되요, 다른 여자분이 데리고 갔거든요."

메니저는 린지가 매우 안된듯한 표정을 지었다.

 

"오, 이런.. 그 여자분께 너무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

 

 

방은 깨끗이 치워있었다. 높은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자 너무도 편했다.

린지는 침대에 풀썩 누워서 천장을 보다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벌떡 일어났다.

냉장고에서 버드와이저를 한 캔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갈증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한 캔을 다 비우자 침대 밑에서 한 캔이 굴러나왔다.

 

"뭐야? 너 언제 들어갔니?"

린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냉장고에 넣었다.

 

브레드 생각은 나지 않았다. 커튼을 젖히고 문을 활짝 열었다. 노을의 마지막이 아름답게 보였다.

아까보다 더욱 진한 보랏빛과 더욱 진한 다홍빛이 온 섬을 뒤엎었다. 수평선 너머에는 해는 보이지 않았지만 방금 해가 숨은 듯 금빛이 엷게 너울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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