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2008.02.27 21:47:00]
[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자]
▲ 이마트와 납품 상담을 벌이다 분신 자살한 중소기업 사장인 차모씨의 유족이 27일 오전 기자회견을 마친 후, 굳게 닫힌 이마트 은평점을 문을 흔들고 있다.ⓒ 오마이뉴스 선대식지난달 21일 이마트와 납품 상담을 벌이던 한 중소기업 사장이 분신해 사망한 것과 관련해 책임 소재와 보상 문제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가족들은 보상을 요구하며 고인의 장례를 미루고 있고, 회사 쪽은 "잘못이 없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유가족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계자들은 27일 오전 11시 고인이 분신한 서울 응암동 이마트 은평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는 분신 사망 사건에 책임 있는 자세로 유족들과 대화에 임하고, 불공정 행위 근절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마트와 거래하다 20억원 넘는 손해 입고 분신자살"
▲ 이마트와 납품 상담을 벌이다 분신자살한 차모씨의 자녀들이 27일 오전 이마트 은평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편지를 읽고 있다.ⓒ 오마이뉴스 선대식분신자살한 차아무개(44)씨의 형(46)은 "동생은 2001년부터 이마트와 거래하다 20억원이 넘는 손해를 입고 분신자살했다"며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고인은 2001년 7월부터 진공 포장한 일본산 반건 생선을 이마트에 납품했다. 이마트의 요청으로 억대의 기계 등을 도입했지만, 판매가 저조해 3개월 만에 매장에서 쫓겨났다.
그는 손실이 너무 커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마트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제소했지만, 이마트에서 영남권 매장에 다른 제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제안을 해와 이를 취하했다. 하지만 물건을 판매할 곳이 없는 그는 '모든 손실은 자신이 진다'는 각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
2003년 9월부터 굴비, 반건 생선 등을 이마트에 납품할 수 있었지만, 매장당 3~5명의 판촉 사원을 둬야 했다. 손실이 많이 나 2004년 2월 납품을 스스로 취소했다. 이후 2005년 9월 결국 고인의 회사는 부도가 났다.
고인의 형은 "동생은 홈쇼핑에서 고등어를 팔아 많은 이익을 냈고, 일본에도 수출할 정도였다"며 "이마트와 거래해오면서 20억 이상의 적자가 나 부도가 난 것이고, 이로 인해 동생의 처도 집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이후 고인은 다시 화산재 냉장 굴비를 개발해 2007년 6월께 다시 이마트와 접촉했다. 고인의 형은 "이마트에서 처음에 좋다고 했다"며 "이후 용기 디자인 바꿔라, 생산 공장을 옮겨라 하면서 시간을 끌었고, 이후 다른 굴비 업체가 동생의 제품을 모방한 것을 12월에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마트는 "신용불량자와는 거래 할 수 없다"고 고인에게 통보했다. 이에 절망감을 느낀 고인이 1월 21일 이마트 은평점 앞에서 분신해 서울 영등포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월 3일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날 고인의 아들과 딸도 이마트 앞으로 나왔다. 이들은 편지로 이마트에 대한 원망을 나타냈다. 고인의 아들(17)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방안에서 눈물을 훔쳤다"며 "지금 이마트에 대한 원망으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를 두고 장난을 치고, 계속 나 몰라라 한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으라고 밝혔다. 고인의 딸(14)은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형유통업체에 불공정행위 만연해"
▲ 이마트와 납품 상담을 벌이던 한 중소기업 사장이 분신자살한 것과 관련, 27일 오전 유가족들과 민주노총 서비스 연맹이 고인이 분신한 서울 응암동 이마트 은평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선대식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이마트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형근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이마트와 고인의 사업 거래 내용에는 불공정거래 횡포로 얼룩져 있다"며 "업계 1위 이마트의 성장 뒤에는 말 못하는 중소 납품업체의 한숨과 피눈물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판촉사원 고용 강요, 납품 단가 후려치기, 부당반품, 판매 장려금 강요, 판촉·광고비와 경품 비용 떠넘기기, 일방적 거래 중단, 아이템 빼돌리기 등 이마트의 불법 횡포는 참으로 다양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형유통업체에 만연한 불공정행위에 대한 여론 환기와 이번 사안에 대한 조속한 문제해결을 위해 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 방안을 연구하는 대·중소기업상생협회 역시 이마트의 잘못을 지적했다. 조성구 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고인은 이마트와 거래하면서 분신했다"며 "불공정거래는 이마트 등 우리 유통업계에 만연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중소기업상생협회는 이마트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이마트의 불공정거래행위 여부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마트 "모두 사실관계가 맞지 않다"
반면, 이마트는 "이렇게 상황이 확대된 것은 유감"이라며 "모두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것이다, 부당한 횡포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족 쪽이 단절된 정보를 가지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이마트 관계자는 화산재 굴비와 관련, 시간을 끌어 아이템을 빼돌렸다는 주장에 대해 "냉장 굴비는 원래 팔고 있던 것으로 모방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7월 화산재 굴비를 납품 테스트 했지만, 고인이 유통 과정에서 다른 제품을 고객에게 보내는 등 잘못을 해 불합격 처리됐다"고 밝혔다.
또 그는 판촉사원을 강요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 "당시는 납품은 임대 방식으로 고인이 마음대로 팔고 우리는 수수료만 받는 것으로, 판매 인력도 그쪽에서 들여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장 이전을 요구했다는 유족 쪽의 주장에 대해서는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곳에 공장을 지을 필요가 없다고 권유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보상금과 관련해 유가족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거래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이 벌어졌다, 보상금은 유족이 일종의 떼쓰는 것이다, 안타깝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