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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이 눈부시게 웃는다.

님프이나 |2006.08.04 22:54
조회 417 |추천 0

   “ 응.”

   묘령의 오빠는 절세의 미남은 아니지만 그냥 참 멋졌다.

   “ 함께 놀래?”

  ‘ 어떻 하지?’


  해진은 드라이아이스바람에 머리를 부드럽게 휘날리는 모습을 솔깃 바라보았다. 세상에는 잘생긴 남자와 매력 있는 남자가 있다. 잘생긴 남자는 단순히 용모만 빼어난 남자다. 매력 있는 남자는 용모는 그냥 모델 정도로 멋진지만 막 남자친구로 만들고 싶은 남자다. 묘령의 오빠는 진짜 매력파 남자였다. 꽃보다 남자의 래이는 아니어도 츠쿠시는 될 수 있었다. 그것은 해진이 많은 남자애들을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유행통신 같은 하이틴 잡지 같은 것을 보며 스스로 터득한 론이었다. 그 뿐이 아니다. 여자는 망설인다. 어린 여자도 망설인다. 해진은 밤새 이 오빠와 신나게 춤을 춰도 재밌을 것만 같았다.


  “ 일단 한유랑 오빠를 찾으면 생각해볼 께 요.”

  “ 한유랑!”


  “ 네!”

  해진은 두 손을 깍지 끼며 귀엽게 고개를 끄덕였다.

  “ 사실 한유랑 오빠를 찾아 제일 친한 친구하고 여기까지 막 달려온 거에 요.” 


  “ 그래?”

  묘령의 오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엄지손가락으로 터프하게 굿사인을 해가며 테이블을 향해 외쳤다.

  “ 한유랑!!”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어디 콕 박혀 있었던 지 온통 보이지 않던 오빠가 테이블 한 가운데서 생크림 케이크의 촛불을 휙 불며 세상에서 가장 화사한 얼굴을 일으켜 세웠다. 다른 오빠들은 샴페인을 터뜨려가며 환호하였고 천정을 향해서는 빵 하니 무지개 빛 폭죽도 터졌다.


  한유랑 오빠는 새하얀 생크림 케이크의 기운 샴페인 거품의 환호, 무지개 빛 폭죽, 그 모든 것을 젖히며 해진을 향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마치 진짜 왕자와 같이. 아니, 황태자와 같이 말이다. 다른 오빠들이 왕자라면 한유랑 오빠는 완전 황태자였던 것이다.


  해진도 너무 반가워서 한유랑 오빠를 향해 달려갔다. 인어공주의 마음으로 사 입은 빨간 원피스를 살랑이면서 인어공주가 헤엄쳐가듯 한유랑을 향해 달려갔다.

  “ 오빠!”


  드디어 한유랑 오빠가 해진 앞에서 걸음을 팍 멈추었다.

  “얘, 너 누구니?”


  해진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중요한 순간 진짜 인어공주가 된 것만 같았다. 입술이 꽁꽁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어렵게 밤늦게까지 온통 클럽을 뒤져 찾아 온 해진 앞에 멈춘 한유랑 오빠는 해진이 민망하도록 차갑게 빤히 쳐다만 봤다. 친구들에게도 정말 모르겠다는 투로 말해버렸고 수십명의 다른 오빠들은 눈을 휘둥그레 하며 벙쪄 일제히 해진을 쳐다보았다. 해진은 그만 물거품이 되도록 창피해져 버렸다.

 

  “아! 네, 저는......... ”

  하는 수 없이 해진은 눈을 꼭 감았다.

  “안녕 하 세 요.”  

  그리곤 앞가르마 탄 찰랑한 머리가 휘날리도록 클럽을 투다닥 뛰쳐나왔다. 시험에서 빵점을 받아도 이보다 창피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 에이 씨! 몰라.”

  “ 뭘, 몰라?”


  “ 이모!”

  클럽 문 밖에서는 은영이 이모가 경찰 아저씨들을 대동하고 클럽 입구로 들어올려는 찬라였다. 정말 다행이었다. 이모까지 클럽에 들어왔더라면 한유랑 오빠에게 더 쪽팔릴 뻔했다.


  해진은 다행인지 몰라도 은영이 이모는 혈압이 팍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핸드폰 GPS를 돌려가며 파출소까지 부탁해 해진을 찾아다녔었기 때문이다. 해진의 이모 채은영은 너무 화가 나서 해진의 뺨따귀를 치려고 팔을 휘둘렀다.


  “ 그러지마, 한번 밖에 없는 중학시절의 꿈이었어.”

  해진은 지친 소녀의 맘으로 외치며 은영의 팔을 힘없이 잡았다.

  “ 지금 쪽 팔리게 다 깨졌단 말이야.”


  “ 너, 한유랑 오빠 만났어?”

  “ 얼른 타!”

  열 발자국 뒤에서는 새롬이 아버지 차에 끌려 쳐 박히며 해진에게 한유랑 오빠를 물어봤다. 새롬은 아직까지도 집에 안가고 해진의 한유랑 오빠 소식을 기다렸던 것이다. 어스름하던 저녁 하늘은 별들이 총총한 밤하늘이 되어있었다. 해진이 인어공주같이 물거품이 되고 새롬이 신데렐라 같이 기다리는 동안 총총한 밤하늘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새롬의 아버지는 은영에게 고맙다며 새롬을 태운 차를 붕하니 날렸고 은영은 함께 해준 경찰들에게 고맙다며 해진을 태운 차를 붕하니 날렸다.


  뻥하니 뚫린 야밤의 도로에는 여기저기 철없는 스포츠카들이 휭휭 날렸고 은영은 새롬과 해진이 혹시 철없이 저런 차들에나 얻어 타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을 생각하니 아예 말하기도 싫었다. 저런 애들이 뭘 원하겠는 가 생각하니 아무 말도 하기 싫었던 것이다.


  해진도 차에 올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잘못한 것도 알고 아쉬운 것도 창피한 것도 모두 다 알기 때문이었다.

  신호대기에 차가 걸렸을 때는 한 클럽의 오픈을 알리는 이벤트 폭죽이 튀어 올라 서로 한순간 얼굴만 멍하니 바라봤다.

  신호가 바뀌면서 은영이 핸들 쪽으로 얼굴을 다시 돌렸다. 은영은 엑셀을 쭈욱 밟고 무한질주로 도로를 정신없이 달렸다. 해진의 멍한 얼굴에는 은영이 있었고 은영의 멍한 얼굴에는 해진이 있었던 것이다. 은영은 어려서부터 하지 말라는 것을 한 적도 없고 일부러 반항 같은 것을 해 본 적도 없다. 그렇다고 남들보다 잘된 것이 있냐고 스스로에게 자문할 때 대답은 정확히 No였다. 인생낙오자를 갓 면한 것뿐이다.


  사실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간이 원하는 행복의 기준이라는 것도 시대에 따라 쭈욱 달라져왔지 일관되지는 않았었다. 


  “해진아, 오늘밤 네 인생의 답을 네 스스로 찾아보지 않을 래?”

  “인생의 답?”


  은영은 집으로 가려던 핸들을 휙 꺽어 연세대학 쪽으로 달렸다.

  “네가 강남역으로 달려간 다음 나도 연대 공대생들 다음카페에 가봤어. 오늘이 걔네들 무슨 날이더구나. 남학생들은 남학생들대로 강남역에서 파티가 있고 여학생들은 여학생들대로 학교에서 따로 파티가 있더구나.”


  그러고 보니 해진이 본 강남역 나이트클럽Z에서 오빠들 테이블에 언니들은 없었던 것 같았다. 다음카페에서는 한유랑 오빠 관계된 것들만 관심없어 공대 언니들 메모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었다.


  은영이 핸들을 꺽어 도착한 연세대학에는 아주 불이 환히 켜져 있었다. 입구에 바로 있는 공대 건물은 더욱 그랬다.

  “ 알았어. 내가 너무 오빠들 이야기에만 솔깃해서 그런 거지?

    멋진 오빠들만큼 멋진 언니들도 많이 있겠지 뭐.

   내릴 께.”


  “ 그 답이 한유랑에게 원 없이 대쉬해 보자는 아니겠지?”

  “ 치이!”


  연세대학에 도착하자마자 해진은 내려서 총총 공대 건물로 걸어 들어갔다. 은영도 바랬다. 해진이 스스로 인생에 대해서 답을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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