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희는 힘주어 걸어가며 되도록이면 두 사람의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시선은
아래에 두고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들었고, 고개를 숙인 채 그에게 쉽게 볼 수 없었던
밝은 웃음으로 다른 사람들에 시선일랑 아랑곳없다는 듯 그렇게 혼자서 웃고 있는 동민
의 모습이 보였다.
'좋기다 하겠다.... 곰탱이...'
승희는 동민의 웃음이 미진으로부터 나온 웃음이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있어 쉽게 찾을 수
없었던 밝은 웃음. 그의 그녀가 여기에 있다는 이유로... 그는 저렇게 웃을 수 있다는 것으
로... 씩씩하게 걸어가던 승희의 걸음이 조금씩 느려졌다. 그리고 힘을 주었던 그녀의 몸도
어느 새 그 기운이 빠져나갔는지 그녀의 몸은 조금씩 처져갔다.
'사랑이란.. 저런 것일까... 옆에 그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웃게 만들 수 있는
것?..."
그런 생각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승희는 다시금 고개를 들어서 동민을 보았다. 그때까지
도 동민은 웃고 있었다.
'그래... 웃자. 어쩌면 나도 저 사람으로 웃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몰라. 저 사람 옆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웃는 거야. 몰라준다 해도 아니 모르게 좋아하는 것이라 해도.. 좋아
하는 사람 옆에 있다는 것.. 그 사람 옆에 있을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거야..'
어둡고 무거워지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승희는 살며시 미소 짓고는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시금 힘주어 걸어갔다.
'그래 난 행복한 거야...'
미진은 믿을 수가 없었다. 언제나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만 보이던 그가 자신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아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실없는 사람처럼 그것도
아이에 천진함이 배어 있은 그런 환한 웃음으로 웃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 앞에서 이렇게 환
하게 웃고 있는 사람이 정말 자신이 알고 있는 동민이 맞는 것인지... 미진은 믿을 수가 없었
다. 하지만 그런 동민의 환한 웃음을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그녀 자신도 행복해 지는 것
같았다. 미진에 입가에도 미소가 띄워졌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동민의 입에서 나온 소리를
듣게 되었다. 동민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을...
"흣흐흐흐 빨간 내복이라..."
미소가 띄워졌던 미진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지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지금 상황에서 저
렇게까지 그를 환하게 웃을 수 있게 만드는 요인은 아무것도 없었다. 미진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씩식하게 걸어오는 그의 새 코디가 보였다. 추위에 움츠리고 있는 사람들에 비
해 그녀는 달랑 니트 하나만을 입고 있으면서도 동민의 말처럼 내복이라도 입은 사람처럼
어깨를 쫙 펴고 씩씩하게 걸어오는 것을...
굳어지는 표정에 맞게 그녀의 눈도 차갑게 변해갔다. 참을 수가 없었다. 저런 모습에 여자
때문에 그가 환하게 웃고 있다는 것이... 미진은 승희가 가까워지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커피 따르는 일에 열중하는 척했다. 속으로는 화를 억누르면서...
"안녕.. 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선.. 배님."
미진은 그녀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모르는 척 커피만을 따랐다. 그러다 자
신에게 인사를 건네는 승희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때서야 고개를 들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차가운 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어깨를 쫙 펴고 서 있는 그녀가 보였다.
'훗 선배님?!... 난 너 같은 후배 둔적 없는데... 자기의 분수도 모르고 설쳐 되는 그런 너 같
은 후배는...'
미진은 자신 앞에 서 있는 애송이 코디에게 그렇게 말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 앞
에 있는 이 애송이 코디에게 자신은 동민의 연인으로 보여야 했기 때문에 속으로 꾹꾹 눌러
참았다. 그리고는 더 없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
"누구?! 아 동민씨의 새로운 코디군요. 반가워요. 서 미진이에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능청스럽게 미진이 말했다.
"네.. 차 승희라고 합니다."
"승희.. 이름 참 예쁘네요... 앞으로도 우리 동민씨 잘 부탁해요."
미진은 우리 동민씨라는 말에 더 힘주어 말하고는 자신 앞에 서 있는 애송이 코디에게 그의
연인으로서의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곤 그녀에 대해 별 관심도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는 듯 다시 종이컵에 커피를 따르기 시작했다. 승희는 처음에 잠시 고민했었다. 동민
과 미진 두 사람 중에 누구에게 먼저 말을 걸어야 할지 또 미진에게 먼저 말을 건다고 해도
잘 알지도 못하는 그녀에게 어떠한 호칭을 써야 할지... 동민은 자신이 온 것도 모른 채 그때
까지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그녀는 자신이 준비해 온 듯한 무언가를 열심히 종이컵에 따
르느라 자신이 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승희는 용기를 내서 미진에게 먼저
말을 걸기로 했다. 아무래도 첫 대면이고 사실상 미진이 일에 있어선 선배였으니깐... 받아들
이고 싶지 않은 그의 연인일지라도 후배 된 도리로서는 그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여잔데... 자신감이 대단하시군...'
승희는 속으로 그렇게 비꼬았다. 그리고...
'훗 우리 동민씨... 그래 저 곰탱이에 연인인 걸... 당연한 표현이지... 훗'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다. 승희는 그냥 피식 웃고는 아무 생각 없이 동민에게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할 말을 잃었다.
"..."
동민은 승희가 옆에 와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웃고 있었다. 그러다 승희의 목소리가 들렸고
감정을 수습한 다음에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씩씩하게 걸어오던 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입
술이 파랗게 변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자신의 온기로 그녀를 따뜻하게 해 주
고 싶은 충동이 일었고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확 당겨서 자신의 품에 안을 뻔했다. 그런데
그런 것도 잠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꼿꼿하게 서서 미진에게 말을 걸고 있는 그녀의 모습
을 더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화가 일기 시작했다.
'바보 같으니라고... 추우면 춥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티라도 내지 그렇게 강한 척하면 누가
박수라도 쳐 줄줄 알고 있나 보지?! 멍청이!'
그런 생각으로 표정이 굳어지고 있을 때 그녀가 자신에게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고 갑자기 변해 있는 자신의 표정 때문인지 당황해 하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하고 있는 그녀였다. 동민은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는 미진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미진
이 따라 놓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종이 컵을 집어 들었다. 손 안으로 따뜻함이
전해졌다.
"자..."
"..."
"너 졸리지?! 눈에 졸음이 가득하다. 이거 마시고 정신 좀 차려."
컵에 따뜻함 때문인지 자신도 모르게 들고 있던 컵을 승희에게 내밀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한심하다 할 정도에 그런 말을 갖다 붙이면서... 동민은 승희의 손에서 간이 의자를 빼어 들
고는 그 손에 종이컵을 건네주었다. 승희는 얼떨결에 종이컵을 받아드는 것 같았고 동민은
그것마저도 무시하며 그녀 앞에 의자를 펴서 앉았다. 그리곤 자신도 종이컵을 하나 집어 들
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렇게 종이컵에 들어있는 커피를 홀짝거렸다. 종이컵을 들고
있는 두 사람은 모르고 있었다. 커피를 따르던 미진의 손이 허공에 멈춰져 있다는 것을...
미진의 눈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미진은 그런 눈을 감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라
도 하지 않는다면 분명 동민에게 소리치고도 남았을 것이리라... 당신 바보 아니야?! 이렇게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무슨 놈에 졸음이야... 미진은 목구멍까지 차오르던 그 말을 힘주어
삼켰다. 그리곤 애써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혹시라도 그의 애송이
코디가 자신을 돌아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진은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이 유치한 일을
시작했다. 오로지 그의 애송이 코디에게 자신이 그의 여자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래서
자신으로 하여금 그에게 조금에 기대도 갖지 못하게 하려고... 이미 시작된 이 유치하다 할 수
있는 일을 질투로 인해 변해 있는 자신의 표정 때문에 여기에서 그르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미진 자신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미진으로서는 더 이상에 버릴 자존심이 없었기 때
문에... 미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종이컵에 커피를 따르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애송
이 코디에게 보였던 그 미소를 지으면서...
승희는 황당했다. 졸음이 가득한 눈이라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실없는 사람처럼 웃고 있더니
갑자기 바뀐 표정으로 사람 할 말을 잃게 만들고 이젠 졸음이 가득하다며 그의 그녀가 그를 위
해 준비해 온 커피를 자신에게 먼저 주면서 이거 마시고 정신을 차리란다. 승희로서는 그의 의
도를 알 수가 없었다. 승희는 동민이 건네준 커피를 내려다보다 동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커피를 홀짝이고 있는 그였다. 승희는 다시 종이컵을 내려다보다 천천히 그의
그녀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았다. 조금은 차가워진 듯한 표정이었지만 여전히 미소를 지
으며 커피를 따르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승희는 그런 그녀를 보며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버렸다.
'자신을 위해 정성 들여 준비해 온 그녀의 커피를 내게 먼저 준다... 이... 나쁜 인간... 나를 이용해
서 그녀의 질투심을 불러일으키려고 했던 의도였군. 잘났어. 증말...'
못마땅하다는 듯 승희의 표정도 굳어져갔다. 그렇게 세 사람은 각자의 다른 생각들과 다른 감정들
로 어색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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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셨는지요? 새끼송꾸락임다.
송꾸락 오늘 알았슴다. 이것 저것 쓸데없이 마구 눌러대면
한 순간에 싹다 날라갈수도 있다는 것을...에구 송꾸락 힘이 다 빠졌슴다.
이것 저것 눌러보다 한순간에 싹다 날려버리고 다시 올리는 것임다.. ㅠ.ㅠ
이번 내용 읽어보시면서 느끼셨겠지만 좀 정신이 없으셨을 것임다.
써서 올린 저도 뭐가 어케 돌아가는 건지 헷갈림다. 항상 두 사람 정도만
등장시켜서 올렸었는디 이번엔 세 사람을 올리려니ㅎㅎㅎ
글고 요즘 이슬이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내기를 좀 했더니 그것 땜시도
정리가 잘 안됨다. 이러면 안되는디... (혹시라도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이 있으시다면 접으십쇼. 이슬이란 넘 고넘.. 이길수 없슴다.
적당히 마셔주는 것이 이기는 것임다. ㅎㅎㅎ)
요즘들어 왜이리 주절 되는 것인지... 송꾸락 또 염치 없는 말을 드리고
이만 물러감다.^^ 담편은 맑은 정신으로 좀더 신경써서 올리것슴다.
그럼 남은 올 하루 즐겁게 보내시기를 바라면서...
행복하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