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경제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가 약세에서 강세로의 대반격에 나섰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의 흐름이 '환율로 물가를 잡는 환(換)전쟁'에 본격 돌입한 것으로 관측된
다.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강(强) 달러
' 발언에 힘입어 약세를 마감하고 2주간 신고가를 기록하며 초강세로 전환됐다.
버냉키 FRB 의장은 3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국제통화 컨퍼런
스에서 "달러화의 가치 하락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다"
며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이같은 발언에는 미국이 성장보다 물가 안정을 중시할 때이며 물가를 잡기 위해
그동안 약세에 허덕이던 달러화의 가치 하락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
하게 배어 있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이와관련, 4일 오전 7시5분 현재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유로당 1.543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0.6% 가까이 급등세를 보였다.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강세
를 보여 전거래일 대비 0.6% 오르며 달러당 105.11엔을 기록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컨퍼런스에서 "달러를 강하고 안정적인 통화로 남게 하는데 있어
물가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FRB의 정책 방향이 핵심 요인"이라며 "FRB는 주어진 의
무를 다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현 금리는 미국경제의 성장과 물가 안정을 모두 달성할 수 있을 만큼
적절한 수준"이라고 언급, 금리 인하 기조에서 벗어나 적절한 시점에서 금리 인상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자 국제유가를 비롯한 상품가격도 급락세를 기록했다.
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7월물)은 전일대비
배럴당 2.7% 하락한 124.3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22일 사상 최고치인 135.09달러
를 기록한 뒤 10일여만에 10달러 이상 급락한 것이다.
알라론 트레이딩의 필 플린 거래전문가는 "버냉키 의장이 비로소 달러화 약세가 문제
라는 점을 인정한 것 같다"며 "달러화 강세 전환의 수순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 상품
시장도 점차 고개를 숙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달러화 강세와 더불어 수급 문제가 불거지며 소맥 가격은 4% 가까이 폭락했고 설탕가
격도 5.8% 폭락했다.
이밖에 금과 은, 플래티넘 등 귀금속 가격도 하락세로 전환했다.
특히 국내 정부당국도 물가를 잡기 위해 원화 강세를 용인하는 정책기조의 변화를 보
였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오전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예
전의 노력을 경주하고 정해진 계획에 따라 차질없이 서민경제 활성화에 노력하겠다"
고 밝혔다. 강 장관은 "최근 국내 경제의 물가가 5개월째 오르고 있고, 경상수지는 5
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중"이라며 "고유가에 따른 서민고통 해소를 위한 단기적 처방
과 장기적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최중경 기획재정부 제1차관도 지난 3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서민생활안정 태스크
포스 회의에서 "유가가 급등하면서 서민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정부는 물가 안
정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10시 현재 원ㆍ달러 환율은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전일 보다 달러당 3.2원 떨어진 1013.7원에 거래되며 7거래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코스피지수는 미국 금융기관 신용등급 하향과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겠다는 당국의
의지와 맞물려 10시 현재 전일보다 3.59포인트 떨어진 1815.80포인트에 거래되고 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