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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나의도시>, 니코틴 찬석은 어디로

김현수 |2008.07.17 14:54
조회 290 |추천 2

 

전에도 얘기했지만 니코틴 찬석은, 유희에게는 참 백해무익한 인간이었다.

그는 말만 번지르르하게 내지르고 수습 안되는, 위기감이 조성될 때만 잠깐 변명하느라 입근육이 움직이고 다시금 안정됐다 싶으면 언제그랬냐는 듯이 쏙 들어가버리는 인간이었다.

나는 찬석이가 너무 싫었다. 이혼까지 하고서 애도 딸려 있는데 찾아온 것 자체만으로도 찬석이란 인간은 한순간도 유희를 배려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한 번 더 할 수 있을까. 혹은 이 순간을 모면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만 답하는데 급급한 놈일 거라고 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찬석이 하는 짓은 뭐 별로 비중도 없고 묘사도 별로 없지만 여전했다.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과연 니코틴 찬석은 유희의 앞길을 어떻게 더욱 더 가로막을 것이며, 어떻게 더욱 더 비겁하고 이기적으로 변해갈 것이며 유희는 또 거기에서 얼마나 더 힘들고 괴로워야 하는 걸까. 라는 나의 의문에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전형적인 대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찬석은 유희에게 제대로 차였다. 유희는 단단히 각오했나보다. 나는 그 순간의 찬석이가 너무 긍금했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산을 따라 올랐을까. 아직까지는 그렇게까지 될 줄 몰랐겠지. 그런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겠지,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내 눈 앞에 유희가 그렇게까지 돌변할거라고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겠지.

정도의 마음상태였을 것만 같다.

아니, 내 머릿 속 찬석이의 이미지라면 이 정도 생각도 정말 속 깊은 거다. 그는 유희의 끝내고 싶다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또 이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가를 궁리하고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찬석이란 인물은, 혹은 그와 비슷한 성향의 남자들이란, 지나간 시간에 대해서 그 정도로밖에 예우할 수 없는 마음의 그릇을 가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제대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혹은 넘치게 받아서 유희와 같은 한없이 퍼주기만하는 사랑에 길들여져 버려서 그 자체로 아이가 되어버린 것일 수도 있고, 주는데 익숙치 못한 태생적으로 이기적인 인간일 수도 있다. 자기애가 굉장히 강하다거나 소유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떼를 쓰고 떠나보내는 것이 뭔지 어떤 의미인지 어떤 무게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그로 인해 자기가 다치지 않도록 강하게 보호기제를 발동하는 그런 인물일 것이다.

 

반면에 유희는 그런 찬석의 마지막까지 너무나도 존중해주고 아껴주려고 노력했다.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찬석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줬고 유희 스스로 변화를 꾀하고자 할 때 찬석은 이제 제자리를 확실히 잃게 되었다.

찬석은 자기에게 돌아온 그 마지막 기회가 기회였음을 아직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유희가 어떤 마음으로 다시 그를 만났는지도 모를 것이다. 뭐 유희를 하도 입이 닳도록 칭차해서 그런지 이제는 더 할 말도 없다. ㅋ

 

어쨌든 유희는 마지막까지 찬석을, 진정 자기 인생에서 한 몫 뚝 떼어줘도 아깝지 않을 사람으로, 추억으로, 기억으로 간직하고 이제는 가슴 속 깊숙이 집어 넣어 꺼내지 않기록 마음먹었다. 그런 유희의 결정에 감동먹었다.

아, 실제로 여자들이란, 저래 강한 사람들이구나. 나는 참 못났다. 그래 생각이 들면서 찬석이도 어서 깨닫고 제대로 된 사랑 찾아 자기 딸도 잘 키우고 더이상은 다른 사람한테 피해주면서 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마 찬석이 유희를 떠나보내는 과정이 쉽지 않을 거다. 드라마에서는 물론 나오지도 않겠지만. ㅋ 유희는 그래도 찬석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테고 찬석은 여전히 혹시나 하는 마음을 지울 수 없겠지.

많은 여성들이 이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에 공감하고 반응할 때, 혼자서만 니코틴 찬석에 반응하고 남유희를 무한 응원하고 있자니, 나도 아직 참 덜 컸나 싶다. ㅎ

 

어서 떠나보내야 하는 것은 훌훌 떠나보내고 새로이 시작할 수 있도록, 모두 모두 화이팅~!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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