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다가오면 언뜻 생각나는 것이 "가곡의 밤"이다. MBC 가을맞이 "가곡의 밤"이 시작된지 벌써 37주년이라고 하니 가곡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그럴 법하다. 특별히 이번엔 73년 이후 우리 가곡의 대중화를 이끈 순수 국내파 엄정행(65), 뇌경색으로 쓰러져 7년만에 무대에 선 미성의 신영조(65), 그리고 '향수'(정지용 시, 채동선 곡)를 불러 우리 가곡을 대중가수와 접목시킨 박인수(70) 교수 등 소위 국내 Big 3 Tener가 무대에 나란히 서는 것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달려갔다. 그들이 벌써 65세, 70세이기 때문이다.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박상현)의 반주와 과천시립합창단(지휘 김희철)의 '울산아가씨'(경상도 민요), '산들바람'(정인섭 시, 현제명 곡), '선구자'(윤해영 시, 조두남 곡)로 문을 연 이번 공연에서 놀라운 것은 대부분 관람객이 5060 세대라는 점이었다. 옛 추억때문인지 아니면 우리 가곡이 안겨주는 삶의 애환이 그리움으로 남겨진 세대여서인지는 몰라도 거의 대부분 반백의 세대들이고 중년의 여성들이나 노년의 부부동반이 눈에 띄였다.,
우리나라의 최초의 가곡은 1920년 홍난파의 '봉숭아'(김형준 시, 홍난파 곡)로 나라 잃은 민족의 설움을 그렸고 6.25라는 동족상존의 아픔을 그린 '비목'(한명희 시, 장일남 곡)과 이산가족의 그리움을 담은 '그리운 금강산'(한상억 시, 최영섭 곡)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의 산 증인이었다.
첫번째 솔로로 등장한 베이스 양희준이 부른 '명태'(양명문 시, 변훈 곡)는 새로운 맛이나 아무래도 오현명 선생보다는 그 맛이 덜하다. 그러나 그가 부른 산아(신흥철 시, 신동수 곡)는 떠나온 고향을 그리는 곡으로 감동적이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바리톤 김동규의 '보리밭'(박화목 시, 윤용하 곡)이나 '박연폭포'(경기민요)는 그의 폭넓은 음색을 마음껏 발휘했고 이어 부른 테너 강무림의 '내 맘의 강물'(이수인 시, 곡)은 아름다운 가락과 노랫말의 서정성은 우리 가곡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중간에 등장한 아카펠라 그룹 메이트리, 재즈보컬밴드 그린티는 젊은 대중가수들로 하여금 가곡의 대중화를 위해 편안하게 접목시키려 했지만 '옥의 티'라할 만큼 우리 가곡의 깊은 멋을 오히려 떨어트렸다. 차라리 젊은 성악가들에게 기회를 안겨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을 정도였다.
이어서 등장한 금년 특별무대의 엄정행, 신영조, 박인수 등 Big3를 위한 관람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는 오랜 기다림이었다. 얼굴은 늙어졌어도 여전히 청아한 엄정행의 '목련화'(조영식 시, 김동진 곡), 황혼의 서린 우수를 노래한 신영조의 '산노을'(유경환 시, 박판길 곡), 우리 가락에 다양한 새소리의 흥을 돋은 박인수의 '새타령'(남도민요)은 가곡 애호가들에게 영원히 남을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겨졌을 듯 싶다.
Big 3들은 이별의 아픔을 가슴에 묻은 여인을 그린 '이별의 노래'(박목월시, 김성태 곡), 김연준 작사, 작곡한 '청산의 살으리라', 현제명이 작사, 작곡한 '희망의 나라'로 오랫 가곡의 향기를 안겨주었다. 앵콜곡으로 부른 '고향의 봄'은 한 순간 옛 추억을 불러 일르켜 관중이 스스럼없이 합창을 이끌었다. 이어 모든 출연진과 관중들이 '그리운 금강산'을 합창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인간에게 가장 변치 않는 것이 목소리라고 했다. 그러나 Big3에게도 세월은 어찌할 수 없다고 했더니 옆자리의 아내는 네게 "저 분들이 한 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감사한다"고 속깊은 말을 속삭였다. 이런 감동과 추억의 무대에 우리 강남포럼 회원들이 단체 관람할 수 있는 때를 기대해 보면서 짧은 글로써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