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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⑦④

이은정 |2009.01.31 19:38
조회 67 |추천 0

오랜 친구에서 애인이 된지 이제 겨우 일주일째

두 사람은 아직 서로가 애인이란 사실이 어색합니다

친구였을 땐 서로 얼굴에 난 여드름까지 짜주던 사이였는데

어떻게 된 게 애인이 되고 나니 오히려 손도 한번 잡기가 힘들어졌죠

 

지금도 그렇습니다

어색한 데이트를 마치고 여자의 집으로 바래다주는 길

어쩐지 그래야할 것 같기도 하고 분위기도 잡고 싶고

그래서 일단 여자의 손을 잡긴 잡았는데

 

한 5m쯤 걸었을까

한걸음 한걸음 뗄 때마다

두 사람 귀에 발자국 소리가 이렇게 들리는 듯 했쬬

타박타박타박 이게 어색어색어색

 

가끔 헛걸음을 디딜 때는

어색어색어새색어색

 

결국 여자가 먼저 슬쩍 손을 빼며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호들갑을 떱니다.

 

아 참 나 가방에 껌 있는데

 

그 말에 남자도 얼결에 반색을 하며

 

어 어 정말? 잘됐네 나도 껌 씹고 싶었는데

 

부랴부랴 가방을 뒤지던 여자

앗 근데 껌이 없습니다

 

이마엔 진땀이 바짝바짝 나고 눈밑엔 세로로 빗금이 그어졌는데

입만 웃으면서 하는 말

 

하하 껌이 없네 이상하다 있었는데 참 신기하다 그치

 

다시 어색하니 길을 걷는 두 사람

하늘에 떠 있는 달님이 보다못해 한숨을 쉬는 것만 같았죠

쯧쯧쯧쯧

 

다시 손을 잡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매몰차게 주머니에 손을 넣지도 못하고

서로 어색하니 걸어서 여자의 집앞에 다다랐을 때

두 사람의 머리 속엔 비슷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 남들은 이럴 때 뽀뽀하고 헤어지던데 우린 이제 어떡하지

 

서로 얼굴도 못 보고 괜히 다른 데만 쳐다보고 있던 두 사람

여자가 먼저 용기를 내서 말합니다

 

근데 우리 좀 웃기지 옛날에는 서로 목도 조르고 놀았는데

이젠 손 잡는 것도 막 부끄럽구 어색네

 

그 말에 남자가 살았다는 표정으로

 

그치 야 나도 미치겠어 우리 왜 이렇게 어색하지?

하루 이틀 본 것도 아닌데 우리 이래 가지고 뽀뽀는 언제하냐 하하하

 

남자의 너스레에 여자도 덩달아서 웃어보입니다

여자의 그런 모습이 참 예뻐보였던 남자

이러다 또다시 어색해질 새라 남자는 침 한번 꿀꺽 삼키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뒷걸음질 치면서 서둘러 인사를 하죠

 

그래 그러면 오늘은 그냥 갈게 들어가 전화할게

 

말까지 더듬는 남자

그런 남자가 참 귀여워보였던 여자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말고 남자에게 총총총 뛰어와서는 그럽니다

대단한 결심이라도 한듯

 

우리 내일은 꼭 뽀뽀해보자 어색하면 눈 감으면 되잖아 그치?

 

사랑이라는 말이 끼어들면 관계는 완전히 새로워집니다

불편하고 어색하고 떨리고 그리고 두근두근해지죠

친구에서 애인으로

처음부터 다시

 

사랑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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