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관리 허점 드러낸 외화채권 꼼수 매입
지난달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해외채권을 발행해 40억달러를 조달했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참 대견한 일을 했다 싶었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 이래 처음으로 이 두 은행이 해외에서 5년만기 장기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달러 가뭄 중에 단비와도 같았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돈보따리를 풀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해외에서 조달했다는 40억달러에는 ‘허수’가 섞여 있고, 조달 과정에는 ‘꼼수’가 끼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조달했다는 40억달러 가운데 6억달러는 새로 끌어들인 게 아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국내의 달러로 두 은행이 발행한 외화표시 채권에 ‘투자’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있던 달러가 서류상으로만 새로 조달된 것처럼 포장된 셈이다. 더구나 채권 매입 과정의 꼼수는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6억달러에는 외환당국이 달러 가뭄을 겪는 금융기관들을 지원하기 위해 시중에 낮은 금리로 푼 달러가 섞여 있다고 한다. 부족한 달러를 끌어들인다는 취지와 달리, 국내 기관투자가들만 앉아서 최소한 연 2%의 금리 차익을 보는 돈놀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우리의 외환관리에 구멍이 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이번 일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관행’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고, 기관투자가들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안일하고도 무책임한 처사다. 평시라면 몰라도 지금은 달러화 강세로 다시 환율 불안이 엄습하는 위기상황이다. 장롱속 달러까지 긁어 모아도 모자랄 판에 외환당국이 어렵사리 확보한 달러화가 돈놀이의 샛길로 빠진다면 외환관리의 부실과 기관투자가들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외환의 수급은 한국은행이 맡고 감독은 금감원이 하는 데서 비롯되는 외환관리의 허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2009년 2월 28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