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남양주의 어느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습니다. 아침에 보면 경비 아저씨들이 출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단지 입구에서 친히 배웅을 나와주시지요. 마치 집안 어르신이 출근하는 자녀들을 배웅하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 한켠이 흐뭇해진답니다. 그런데 거기까진 좋은데, 배웅하는 형식이 거수경례라 마음의 다른 한켠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그분은 출근 시간 즈음에는 출입구 차단기 바로 앞에 서 계십니다. 그러니까 경비실 옆이 아니라 들고나는 길 한 복판에 서 계신 거지요. 모자는 눈섭까지 푹 눌러 써서 어떻게 보면 진짜 군인 같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출근하는 차량을 발견하는 즉시 그분은 소위 '부동자세'를 취하십니다. 누가 옆에서 '차렷!'이라는 구령이라도 붙이는 것처럼요. 적당한 거리로 다가서면 마치 '충성!'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처럼 절도 있게, 심하게 절도 있게 경례를 올려붙입니다. 그리고 표정 또한 얼마나 뿌듯하신지요. 장소만 달랐지 위병 근무하는 초병이 사단장에게 붙이는 경례에 결코 뒤지지 않을 군기를 보여주신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왜 군대 분위기를 내가 사는 집에서 느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난 군인관사에 살기는 싫은데 말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경비 아저씨가 나름 주민을 위해 '자기 방식' 대로 최선을 다해 배웅하는 것을 두고 뭐라 하기도 난감하구요. 또 어떻게 보면 그 연배의 어르신들이 사셨던 세상이 바로 군인들이 지배했던 때라 그분들의 군문화에 대한 동경을 나무랄 수만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기왕이면 어르신이 자녀들 배웅하듯이 그냥 눈 맞추고 미소지으면서 살짝 목례 하는 정도가 어떨까요? 그게 제일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기왕이면 손을 흔들어주시는 것도 좋을 거 같구요.
이런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눠봤더니, 경비아저씨들이 모자를 쓰고 있기 때문에 거수경례를 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도 꽤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모자쓰고 머리 숙이는 것도 이상하고, 또 인사할 때마다 모자를 벗는 것도 번거로울 것 같아 충분히 타당한 주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백보 양보해 거수경례를 붙이더라도, 꼭 그렇게 군대처럼 부동자세로 사단장에게 하듯이 해야 할까요? 그냥 눈 맞추면서 모자 창에 살짝 손을 대는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