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를 마치고..선생님들과 간단한 뒷풀이를 마치고..
집에 왔습니다.
(하아..허리가 안좋아서 침맞아야 하는데 놀다보니 야간진료는 이미 끝났다는..-_-)
제가 겪는 세번째 운동회군요.
시간이 참 빠릅니다.
작년에는 율동준비까지 하느라 너무너무 바빴어요.
게다가 울반 애들이랑 자리 지키지도 못한 상태에서 방송까지하는..
도대체 이 큰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은 몇명이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일년을 보내고
이번엔.. 율동은 다른 훌륭한 선생님께서 맡아 해 주시고
저는 울반 아이들과 다른 경기장을 오고가는
아마추어 찍사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어쩌면 당연해야 되는 거지만) 아이들의 얼굴을 많이 살피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축제..라고 하는 운동회.
과연 즐거웠을까요?
운동회는, 아이들을 위한 축제였겠죠?
우리학교가 어땠는지 이야기 해 드리려고 합니다.
운동회날 아침..
저는 선크림과 선글라스, 모자로 무장하고 학교에 갔습니다.
(그래봤자 또 까맣게 탈테지만요..)
아이들은 이미 몇주동안 해댄 운동회 연습으로 지친 상태지만 나름 들떠있었구요..
운동회에 나가기 전에 교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밖에선 선생님들께서
운동장 셋팅에 한창이셨거든요.
저는 그 사이에 잠시 카메라를 가지러 들어왔다가
애들을 젤 먼저 찍어줬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시간이 다가오는군요.
만국기도 펄럭였고..
날씨도 좋았고..
(좀 다소 허접한 만국기??^^)
내빈들도 많이 참석하였습니다.
시의원..도의원.. 운영위원회.. 녹색어머니.. 노인회..
참 많은 분들이 참석하셔서 축사를 날려주셨죠. 뿅뿅뿅!
아이들은 국민체조를 하기전에 이미 지쳐버렸습니다.
그리고 교장선생님의 훈화..
국민체조.. (아이들 표정은 이미 ㄷㄷ)
운동회 노래 제창.. 등등
그리고 아이들은 그들을 수용하기엔 부족하기가 서울역에 그지없는
천막 안으로 들어가서..
차례를 기다립니다.
(시골 장터를 연상시키는 저 천막에 1400여명의 아이들이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학년마다 율동 1개, 단체경기 1개, 개인달리기를 합니다.
학생 한명당 총 3개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거죠.
그게 안내장에 순서대로 쭉 나와있습니다.
교사들은 그걸 보고 그때그때 아이들을 소몰듯 데리고 가서 줄을 섭니다.
그러면 방송이 나옵니다.
"다음 순서는 6학년이 준비한..."
그러면 미리 학년별로 받아서 준비한 음악을 틉니다.
아이들이 입장을 하죠. 게임 혹은 율동을 3~5분정도에 걸쳐 합니다.
끝났죠? 연습한대로 퇴장합니다.
또 천막 안으로 들어갑니다.
다음차례를 기다리죠.
우리반 아이들입니다.
더운가봐요~
이제 나름대로 노는 방법을 모색중입니다..ㅎ
달리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입니다~
우리반 꽃미남인데..
얘네는 사실 원래 무지 친한 애들입니다.
*우리 애들이 원래는 참 잘웃거든요..
사진 많이 찍어주려고 했는데.. 난감할 정도로 피곤해하더군요..*
제가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은 그거였습니다.
"선생님~ 언제 끝나요?"
"선생님~ 우리 언제 해요?"
누구나 그렇듯이 자기가 참가하는 게 아니면.. 솔직히 관심없고 지루하고 그렇습니다.
5~6시간동안 풀타임으로 쉴새없이 진행되는 운동회 속에서
아이들이 참가하는 시간은 합쳐서 30분이나 될까요?
나머지는 응원석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는 일인데..
(경기하는건.. 솔직히 시끄럽고 잘 보이지도 않거든요)
지루했을겁니다.
학부모님들이 많이 오셨는데.. 솔직히 그 모든 프로그램을 감상하러 오셨겠습니까?
자기 아이들이 얼마나 즐겁게 체육활동에 참가하는지.. 그걸 보러 오신걸텐데..
카메라에..간식에 바리바리 들고 말입니다.
그 모습에 괜히 제가 다 죄송한 마음이 들정도로..아이들이 참가하는 시간은 짧았습니다.
제 느낌이 어땠느냐구요?
그냥 전 좀 씁쓸했습니다.
아이들을 동원하여 조회대 앞에 먹을것을 놓고 앉아있는 교장님 이하 여러 "내빈"들을 위한
"쇼"를 진행하는 느낌이었달까요.
아이들은 간식먹는 시간, 아이들이랑 떠드는 시간이 즐거웠다는군요.
체육행사를 한게 즐거워야 되는데.. 휴우.
그냥 제 느낌은 그랬다는 겁니다.
저도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했지만..
참 여전히 운동회는 땡볕에서 아이들을 <힘들게> 하면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운동 되게 싫어하는 저로써는.. 운동회 별로 안좋아했죠.
게다가 유일하게 상품 걸린 달리기는 도맡아서 꼴등이었으니.
저같은 아이들도 분명 오늘 있었을겁니다.
그러나.. 그건 그네들 사정이라고 치더라도!
제가 본 운동회는 "쇼"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2004년 즈음이었습니다. 학생때 봉사활동을 갔었는데
아이들이 진짜 즐거워할 수 있는 "열전"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모두가 같이 즐길 수 있게 저녁시간에 진행하는 운동회도 있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쉴새없이 체육교과서를 재구성해서 만든 게임을 청백으로 나누어서 10개 정도 하고,
2~3시간에 걸쳐 땀흘려 놀다가,
대동놀이를 하면서 모든 교육가족이 운동장에 모여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사물놀이 장단에 맞추어 신들린듯 뛰어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들이 특히 많이 오셔서 너무 즐거워하셨던 운동회가 생각나는데..
참 비교되더라구요.
오늘은..
솔직히 아이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자신이 즐거웠다면 참 다행이지만..지루하고 힘들었다면..
그건 시간낭비잖아요.
사진을 찍어주면서도 이게 무슨의미인가 싶었습니다.
제가 학교 홍보 담당이라서
사진과 간단한 글이 아마도 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라갈겁니다.
여기저기서 이루어진 크고 작은 한 컷들이
아마도 인터넷에서는 <대단한 행사>로 포장되어
교육청 홈페이지에 소개될겁니다.
신명나는 운동회였다고..저는..그렇게 쓰겠죠.
진짜 즐거웠던 사람은 누구일까요?
물론..
저도 "잘 지나갔구나" 하고 뿌듯한건 있습니다.
그러나,
that's all.
내년 운동회는 뭔가 달라졌으면 하는
힘없고 짬 안되는 2년차 교사의 초등홀릭이었습니다.
이제
부스터 가동해서!
진짜 교실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다시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