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 무더운 봄날 서울대학교 연구실에서 반가운 후원자 조국 님(서울대법학대학 이하 조)과 나눔의집 백미선 선생님(이하 백)의 인터뷰가 있었다.
백 : 반갑습니다. 어떻게 후원하시게 되었나요?
조 : 나눔의집에서 한 달간 머물며 연재기사를 쓰신 한겨레 신문사 김기태 기자님의 기사를 보고 마음 먹었습니다. 상계동은 오래전에 허병섭 목사님과 한달 정도의 인연이 있었던 곳이라 남달랐고요. 20년 전이나 어려운 사람들의 삶은 변한 게 없는데,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에 나눔의집으로 전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백 : 기사로 접한 나눔의집은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하시나요?
조 : 저는 빈민운동을 했던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종교적 차원의 시혜나 계도 활동은 아니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기사에서 나눔의집은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일어서도록 하는 관점을 잘 잡고 가는 곳이라 느꼈습니다.
백 : 저희 또한 그런 점에 대해 자부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은 보여준다고 보이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또, 잘 드러낼 만한 이목을 끄는 일들도 아니고... 결국, 볼 수 있는 사람이 보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국가지원 보다는 후원의 힘으로 활동을 하는 곳이 나눔의집인데 일상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소식지뿐이라 안타깝네요.
조 : 돈 내는 것 밖에 못해서 죄송합니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후원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수업 때 학생들한테 동참할 것을 권하기도 했는데, 얼마나 했는지(웃음) 후원 문화는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진 듯해요. 돈이 많은 후원자를 찾는 것 보다 중고등학생 때 부터 후원을 이끌었으면 해요. 후원을 단지 돈의 흐름이 아니라 지역공동체, 네트워크 차원에서 보아야할 것 같습니다. 돈을 통한 네트워크가 활동에 관심을 불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더 적극적으로 후원자를 늘리고 소식을 알리는 게 좋겠구요.
백 : 공감이 갑니다. 인적네트워크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20년 전 나눔의집과 비교할 때 지금 나눔의집은 활동가도 많아지고 활동영역도 전문화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가 부분적인 전문화이긴 한데 빈민이나 빈곤문제를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 극복해 보고자 하는 후원개발은 아직도 어렵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기사를 접하고 나눔의집과 뜻을 같이 해주신 조국 교수님께 감사인사를 드려야겠어요.
백 : 지역공동체 활동을 하는 나눔의집 일을 하다보면 주변에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지역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계속관심을 갖지만 계속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있지요. 대안을 추구하는 지역활동에 대해서 조국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조 : 저도 제 지역의 일상은 잘 모릅니다. 생활의 공간이기는하지요. 지역활동 경험이 있지 않은 터라 특별한 의견을 드리진 못하겠네요. 다만, 주변에 함께했던 분들을 보면 ‘중앙지향적 욕망’이 있지만 국회보다는 지역의회, 지방자치의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하더군요. 한국사회는 시민들조차 과도하게 관심을 갖는 특성이 있지요. 위든 아래든,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마찬가지다. 몸은 지역에 있는데 머리는 중앙에 있는...... 중요한 건 결국 이를 담보할 사람이 있어야 겠지요. 과거에 비해 이런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을 보긴 합니다.
조 : 그리고 지역, 지방에 전망이 있어야 할 것인데, 이건 전문가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네요. 지역의 관심과 이해관계도 잘 알면서 지역이기주의에 빠지지 않아야하는데 주민들은 공동체에 대한 관심도 있지만 개인들의 ‘욕망’에 관심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고민이지요.
백 : 정치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지역정서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지역전망을 세우기 어려운 점 중에 하나가 이들의 활동방식 때문인 것도 같고요.
조 : 짧은 시간에 승부를 내야 하는 정치지향적 사고와 긴 전략을 갖는 지역운동의 사고방식은 다른 것 같습니다. 지역활동은 다른 것에 비해 티가 나지도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좌우 이념을 떠난 문제이지 않습니까?. 합리적으로 해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진보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듭니다.
백 : 지역활동의 모델을 찾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냥 섞여 사는 게 지역운동이고 언젠가 질적인 변화를 주리라 믿고 있지요.
조 : 지방과 도시의 구분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고, 지방도 의식은 도시와 같다고 생각되요. 시골로 활동지역을 옮긴다 해서 어려움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연고지에서 활동이 중요하리라 생각되요.
백 : 경제나, 정치권이나 재미있는 일들이 없는데, 요즘 재미있으신가요?
조 : 산에 꽃이 피어 좋습니다. 여가로 등산을 자주하고요. 새 정부 들어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요. 치러야 할 과정이고, 또 버틸 수 있다고 봅니다. 단지, 버팀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를 잘 설계해야 하는데 그 비젼을 만들지 못해서 스트레스 상태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 각자가 자기 영역에서 비젼을 만드는 게 중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백 : 나눔의집 활동에서 중요한 일 중에 하나가 아이들 문제인데요. 이건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어른의 문제이고 사회 구조의 문제이기도해요. 아이들은 다들 때가 있는 것 같고요. 부모입장에서 아이들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시고 계시나요?
조 : 아이를 키워보니 나누는 아이로 크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나눌 줄 아는 아이들로 이끌어주는 사회적 프로그램이 없어서인 것 같아요. 아이들은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 동안 학교(경쟁)문화를 훈련하는 데 보내요. 아이들에게 큰 저금통과 작은 저금통을 준 일이 있었어요. 큰 저금통은 용돈으로 쓰고, 작은 저금통은 나누는데 쓰라는 것이었는데 잘 안되더군요. 아이들에게 나눔을 실감하게 하는 게 아직은 안 되는 것 같아요. 더 커 봐야할 것 같습니다. 잘 챙겨주는 부모 밑에서 아쉬움을 못 느끼는 아이에게 ‘나눔’은 아직까지 머리로 판단하는 것이라 그런 것 같아요. 학교에 봉사점수 프로그램이 있죠. 아이들에게 나눔도 점수로 보게 하는 것 같아 답답해요. 하지만 그런 봉사프로그램이라도 있다 게 없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다 커서 느낄 수 있을 때 예전의 기억이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예요. 이런 차원에서 나눔의집 주변에 중고생들과 자매결연 등을 통해 나눔문화를 지속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백 : 교수님이신데,,, 일은 좋으신가요?
조 : 법공부가 재미있어요. 비유가 맞을지는 모르겠는데 법이나 제도는 실험용 쥐인 모르모트에게 미로가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 운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해요. 경쟁하는 공부도 다 제도가 그러한 탓 이구요.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맘껏 놀게 하고 싶어도 칸막이는 다르게 되어있어요. 결국 불안심리 때문에 아이들을 과외와 학원으로 보내는 것 이지요. 사회를 개조하는 새로운 운영원리를 만드는 게 제 공부입니다. 물론 제자들 중에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학생들도 있어서 우리나라 법조계의 앞날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백 : 끝으로 교수님께서 바라는 나눔의집의 활동이 있으신가요?
조 : 아이들에겐 꿈과 고통이 있습니다. 나눔의집이 만나는 저소득층 청소년들도 꿈이 있을 테지요. 모든 아이들에게는 허황 되 보일지라도 꿈이 있고, 또 고통도 있지요. 나눔의집이 만나는 아이들의 고통은 더 클 것이고요.
조 : 나눔의집이 첫째로 어떤 꿈들을 잘 들어주고, 살려주고, 실현되도록 돕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로 고통에 관한 것인데요. 아이의 고통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어요. 동정하거나 돕는 것이 있어도 고통의 담지자는 결국 아이들이지요. 아이들이 고통을 잘 견디고 해소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것은 인간의 문제 중에서도 중요한 문제이지요. 특히 저소득층 아이들에겐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