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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는정치적으로동원된이념

김영준 |2009.07.18 13:48
조회 92 |추천 1
사람들은 “지역주의 때문에 발전을 못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너도나도 목소리를 높이지만, 막상 선거철이 되면 지역주의가 전혀 해소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각 당 후보들의 득표율 그래프에 아주 선명하게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지역주의를 역사적으로 접근해 살펴보기도 하고, 정치경제적 분석도 열심히 하지만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정치학 박사이자 출판사 후마니타스 대표인 박상훈 씨는 ’만들어진 현실’(후마니타스 펴냄)에서 그동안의 역사적ㆍ정치경제적 분석을 떠나 ’이데올로기적’으로 지역주의를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에게 지역주의 문제란 “실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위해 창조되고 동원된 것”이다.

지역감정이 역사적으로 뿌리깊은 것이라는 주장도 많지만, 저자는 근대 이후 새로 만들어진 근대적 현상으로 보고 접근한다. 특히, 산업화 시기인 1960∼1970년대에도 호남에 대한 차별의식은 영남보다 충청과 서울ㆍ경기 지역에 오히려 더 많았으며, 민주화 직후 영ㆍ호남의 거리가 멀어졌다고 본다.

물론 지역주의를 촉발한 계기는 이전부터 있었다. 1971년 대통령 선거는 ’호남 대 영남’ 구도로 치러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상적인 선거를 통한 재집권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깨닫고 유신 체제로 돌아선 계기가 됐다. 유신정권은 “반대 세력을 분열하려고 호남에 대한 편견을 동원하려는 욕구”를 드러냈다.

민주화 직후 야당은 지역주의를 볼모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이른다. 민주화 과정에 ’3김’이라는 지역 엘리트가 나타나고 서로 다른 정당으로 분열해 경쟁하는 정당체제가 굳어지면서 지역 구도가 확연해졌다.

주류 언론이나 지식인, 정치인들이 지역주의 때문에 나라가 망할 지경이라는 ’지역주의 망국론’을 들고 나온 일은 오히려 유권자들이 지역에 따라 투표를 한다는 주장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지역주의가 하나의 이념으로 굳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지역주의가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이 아니었는데도 지역성을 세력의 확산과 유지에 일부러 동원한 정치ㆍ사회적 의도로 퍼지고 굳어졌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는 ’호남의 역사적 한’을 들어 지역 대립을 구조화하고 호남의 피해의식을 강조해 봐야 정치 세력의 전략적 이해에 이바지할 뿐이라고 말한다.

“지역주의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국가, 정당체제, 시민사회로 확대되고 생활 세계로 넘쳐흐르는 효과를 통해 해소되는 다소 긴 시간의 변화를 거쳐 자연스럽게 사라지도록 해야 할 문제이지, 정치이념화된 반지역주의 내지 거꾸로 전도된 저항적 지역주의로 다시 부추기고 자극할 일은 아니다.”

260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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