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천지개벽 맥주 집에 모인 그들은 일년 전 그 사건에 대해 말을 하고 있다.
“말 마라...지원이 녀석도 꽤 애 먹었지? 미지 때문에?”
“그랬지...미지도 나중에 알고...”
지원이 말을 하다 말고는 주위 친구들을 살펴본다.
“누가 말한거냐?”
게슴츠레 그들을 보던 지원이 묻는다.
“누가 말하기 이전에 벌써 들었겠다. 그 뒤로 승현이랑 희수랑 냉전 때문에 쉬쉬했어도 다 알았지..안 그러냐?”
“그렇기는 하지.”
정훈의 말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진짜 아무 일 없었어요?”
애경이 지원을 보며 묻는다.
“너 그게 무슨 말이냐?”
애경의 버릇없는 질문에 그가 빈정대며 묻는다.
“사실 그 물음에 답한 적 없잖아요? 버릇처럼 희수 언니 좋다고 말했었고”
“됐어 그만해라 애경아”
정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애경은 대답을 요구하며 쳐다본다. 하지만 모두 듣고 싶었는지 더 이상 말을 하는 사람은 없고 지원만을 바라본다.
“...내가 유빈이냐?”
지원은 유빈을 보며 꼽게 말한다. 유빈은 얼굴값을 하는지 유독 여자 문제가 복잡했다. 그런 것을 애경이 모를리 없었다. 또한 그것을 증명하듯 유빈은 지원이 처음 사귀었던 여자와도 그런 일이 있었었다.
“뭐야 자식아!”
유빈이 지원이 머리를 치며 언찮게 말했고, 분분하게 성격을 과시하는 그들에게 걸어오는 승현이 보이자 그들이 행동을 멈췄다. 그리고 뒤를 따라 들어오는 한 여자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승현이 자리를 만들어 여자가 앉았고, 이어 승현도 앉았다. 모두 말 없이 여자를 쳐다봤고, 여자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유지영이라고 합니다.”
쾌활한 목소리인 지영은 그들보다 두 살은 어려 보였다. 그녀의 출연에 모두 난감한 표정으로 승현과 지영을 번갈아 쳐다본다. 승현은 맥주 잔에 술을 혼자 따라 주욱 들이마신다.
“든자리 있고, 난자리 있다더니...그새 자리 채우는거냐?”
유빈이 승현을 보지 않은 채 말을 했다.
“미지 나가고, 희수 나가고, 남희 들어오고, 지영이 들어오는 거냐?”
빈정거리는 유빈의 어투에 반감이 있는지 승현이 잔을 세게 내려놓는다.
“이제 누가 또 나가려나?”
그런 유빈이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였다. 몇 년을 사귄 희수였고, 금새 여자를 사귈 것이라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럴만한 인물이 아닌데다 승현이 마치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 같아 들으라고 빈정댄다.
그 사이 지영도 승현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다. 그러자 그런 지영을 지켜보던 정훈이 유빈의 옆구리를 쳤고, 그들은 다시 침묵이 되었다.
“저...같은 회사 동료일 뿐이예요. 사귀는거 아닌데요”
“그럼 왜 따라 왔어요?”
역시 애경이 다운 질문이였다. 순식간에 지영의 시선이 애경에게 머물렀다.
“제가 오고 싶었어요. 승현..오빠 좋아하니까요.”
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당함이 나쁘지도 밉게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지영의 말에 애경도 함구한다.
그때 지영의 빈 술잔을 보던 승현이 잔을 가득 채웠고, 소리를 내며 끌린 의자를 거세게 밀치며 지원이 일어섰다.
그들의 시선은 엇갈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보던 지원이 외면한 채 술집을 빠져 나오고 있었다.
계속 그들을 지켜보던 술집 주인이 멀리 지원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한 이십 분 정도가 지나 종호와 남희가 들어섰다. 썰렁한 분위기를 감지한 그들은 난데없는 지영을 보고 당황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