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2005년) 6월
그동안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로 지내오던 제가 드디어 첫 직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공고를 보고 들어간 곳은 "00여행사"
10평 남짓한 사무실에 직원은 사장님과 저를 포함해서 3명 뿐이었지만
제게는 첫 직장이었던 만큼 소중했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중국 비자를 발급 대행해주는 여행사였기 때문에 내근 보다는 외근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엔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영사업무가 이뤄졌기 때문에 주로 종로에서 업무를 봤었습니다.
그러다가 중국대사관이 남산으로 이전했습니다. 때문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주로 대중교통과 튼튼한 두 다리를 이용했었는데,
하루에도 2번 많으면 3번씩 사무실, 거래처, 대사관을 왔다갔다 해야하는 제 업무인데
대사관이 대중교통이 아주 불편한 곳으로 이전했기 때문에 다니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그렇다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는 일이기에 힘이 닿는데 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더운 여름에 여권 짊어매고 강남-종로-남산을 하루에 2~3번씩 오고간다는게 쉬운일이
아니더라구요..덕분에 살은 쪽쪽 빠져들어가고..다이어트도 하고 좋긴 좋았지만 힘들었답니다
차비도 엄청나게 많이 들더라구요..많을때는 하루에 6천~7천원씩 들었답니다.
그래도 꼬박꼬박은 아니지만 차비를 챙겨주시는 사장님이 그 땐 무척 감사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사장님이 걸어다니기 힘들지 않냐며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 어떻겠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회사 처음 오던 날부터 현관 앞에 세워져있던 오토바이가 한 대 있었는데,
전 그때까지 그 오토바이가 저희 회사것인줄은 몰랐습니다.
아무튼 저는 오토바이를 타 본적이 없고, 100cc오토바이를 몰 수 있는 면허증도 없었기 때문에
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도 사장님은 그 오토바이를 제 이름으로 등록시키더군요.
암튼 그래서 구청가서 번호판까지 받아오고 그랬습니다..
너무 오래된 오토바이라 밧데리가 방전되서 시동이 걸리지 않더군요..
그래서 낑낑거리며 오토바이샾까지 끌고가서 점프시켜서 밧데리를 일단 충전시켰습니다.
샾에서는 밧데리가 너무 오래 됐으니 한번 갈아주는게 좋겠다고 했는데,
오토바이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저로서는 그냥 장사하는 사람이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겠거니
하고 괜찮다고 하고는 몰 줄 모르기에 다시 낑낑대며 끌고 사무실까지 왔습니다.
사장님도 괜히 하는 소리라며 시동만 걸리면 되는거라고 무슨 밧데리를 가냐고 그러셨습니다.
일보다 그놈의 오토바이땜에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았었지요
충전도 시키고 번호판도 달아서 오토바이는 이제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았습니다.
문제는 면허가 없는 저였지요..
견물생심이라고, 오토바이를 모르고 살 던 시절에는 그냥 그렇게 살았는데
돌아다니는게 너무 고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오토바이를 타면 편할거라는 생각을 하게되고
자연스레 오토바이에 관심을 갖게 되더군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골목에서 천천히 몇 번 당기는 연습한 후에 바로 로드로 나갔습니다.
면허도 없는 채로요...참 겁도 없죠...
사장님도 면허없이 탄다고 말릴줄 알았는데 말리진 않더군요. 대신 빨리 면허를 따라고만...
당분간은 신이 났었죠.. 재미있기도 하고, 위험한 일인줄은 알지만 몸이 일단 편해졌기 때문에
계속해서 위험한 도박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러다가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는데 면허가 없는 저는 도망가기에 바빴답니다..
택시가 잘 못 해서 뒤에서 박은건데도 전 무조건 도망갔죠..ㅜㅜ오른쪽 다리가 쓸렸는데도요..
며칠 전 부터 핸들 조작감이 이상했는데 알고 보니 앞바퀴에 바람이 많이 빠졌더라구요..
그것도 모르고 계속 타고다녔다니...
사장님은 타이어 새건데 왜 그러냐고 그러시는데 오토바이 샾에서 확인한 결과 이미 몇 번 때운
자국이 있는 타이어였습니다. 타이어는 일단 새것으로 갈았지만...
그 사건 이후로 오토바이 타는게 무섭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면허도 없어서 안탔습니다.
당연히 기동력은 반이상 줄었죠..그랬더니 사장님이 답답한가 봅니다. 왜 오토바이 안타냐고..
자기도 막 타라고 강요할 입장은 못되니까 말을 너무 얄밉게 합니다.
면허 왜 안따냐고 빨리 면허 따라고 아직까지 면허도 없냐고 면박주고,
힘들면 니가 힘들지 내가 힘드냐고 오토바이 안타면 많이 힘들거라고,....
그래도 저는 오토바이의 위험성을 감지하고 되도록 안타는게 낫겠다 싶어서 그냥 꾹 참고
평소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정 급한일이 생겼을 때만 가끔 어쩔 수 없이 탔고요..
정..급한일..그게 문제가 됐습니다 또..경찰한테 걸린 거지요..
그래서 경찰서가서 조서쓰고 오토바이 압수 당하고 벌금도 20만원 맞았습니다.
이젠 정말 타기 싫어지더라구요. 어차피 이젠 탈 수도 없게 됐지만..
차라리 잘 됐다 싶어서 압수당한 오토바이는 면허 가지고 있는 동생한테 부탁해서 집까지
가지고 왓고, 절대 안타기로 다짐하고 주차해놨습니다.
그렇게 1년정도 일하다가 이직을 준비하면서 회사를 나오게 됐는데요,
새로 일할 사람이 늦게 구해지다보니 제가 예정보다 한 10일정도 일을 더 하게 됐습니다.
마지막 근무날 인사드리고 나오는데 오토바이 어떻게 할거냐고 물으시길래,
전 이제 또 몰다가 걸리면 일 복잡해지니까 아는 동생한테 부탁해서 원하시는 곳으로
가져다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10일치 월급은 주중에 통장으로 입금시켜 주겠다고 말씀하셨고
전 조만간 인사드리러 다시 한 번 찾아 뵙겠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오토바이가 시동이 안걸리더군요..
또 낑낑대고 샾으로 가져갔는데 아예 나가버려서 충전도 안되더군요..
일단 샾에 맡겨놓고 돈 입금되면 배터리 사서 갖다드릴려고 했지요..
근데 일주일 이주일 한달 두달이 지난 지금도 입금은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 30만원 정도 되는 돈인데..그래도 기분이 찜찜합니다.
한 2주일 전부터 계속해서 전화가 옵니다.
문자로 우리집에 찾아오겠다고 막 협박합니다.
처음부터 이럴려고 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그분이 참 밉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오토바이,,,제가 가지고 있을 생각도 추호도 없고, 그분께 언젠가는 갈 물건이지만,
자꾸 자기 실속만 챙기려는 그 사람이 괜히 얄미워서 몇 자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