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메일로 날아온 카드내역서를 꼼꼼히 보고있는 순딩이신랑과
그 옆 침대에 뒹굴거리는 각시가 안방에 함께 있습니다
" 음~이번엔 양가부모님모시고 저녁대접한돈이 좀 되는구나 "
일일이 카드내역서를 보며 이건 그때쓴돈 이건 이때쓴돈 하며 혼자서
가계부를 쓸 준비를 하고있습니다
이집부부 워낙꼼꼼한 신랑과 워낙 덤벙이 각시가 만났기에
가계부까지 신랑이 써야하는 상황이 되었던거죠 뭐 그렇다고해서
마트가서 콩나물얼마 파한단얼마 이렇게 쓰는 가계부는 아닙니다 단지 모든걸
카드로쓰는 이 부부 한달 정산을 하는거죠 둘이합쳐 얼마월금에 공과금얼마
식비얼마 각시용돈 얼마 적금얼마 부모님앞으로 들어논 펀드얼마 등등등.....
큼지막한 덩어리들만 엑셀에 저장시켜논 가계부에 기록하는겁니다
"어 이것저것떼고나니 이번달 내용돈이 또 적자 잖아 "
가계부를 열심히 쓰고있던 신랑 아쉬운소리를 합니다
혼자 침대에 뒹굴거리던 각시를 보며 애교섞인 웃음을 날리는 신랑
" 뭐야? 왜그래?
그웃음의 이유는? " 눈치빠른 각시 바로 방어태세를 취합니다
" 울각시 용돈이얼마지?"
"
응 당연 25만원 "
"
이번달은 20만원하면 안될까?"
"
우쒸 말이 되는소리를 ......."
"
그래 알았어 울각시 용돈 이.십.오.만.원 "
가계부에 정확하게 25만원이란 자판을 두드립니다 그리고 비어있는 한칸 바로
신랑용돈은 패스
저번달에 양쪽집다니며 긁은 카드값과 또 부산나들이때 쓴 돈이 좀 과했습니다
그 카드값과 보험료가 신랑용돈 30만원을 또 감봉시킨 모양입니다
" 랑이 용돈 없어?"
" 좀 모자라 "
" 내가 가끔 맛난거 사줄께 넘 절망하지마 원래 가계부쓰면 쓰는사람 돈은 늘 모자른거야 "
이것도 위로라고 침대에서 띵까 거리며 얄미운 각시의 한마디입니다
신랑 다시 공과금용지를 집어들고 세금난에 이번달 공과금들어갈것을 미리 기록합니다
"음 전기세가 좀 더 나왔네.....그래도 여름이라 도시가스는 캬~이번달기록이다 7천9백원
겨울에 몇만원씩 나오던게 ㅋㅋㅋㅋ"
혼자 궁시렁 거리며 열심히 가계부 자판을 두두리고있습니다
옆에서 불량주부 각시는 에헤라 디여
여전히 침대를 뒹굴거리며 무슨생각을 하는지
천장만 뚫어지게 처다보고있습니다
" 랑이 난 갑자기 드라이브가 싫어졌어.... "
" 응??"
각시의 또하나의 주특기 나옵니다 뒹굴거리다 혼자 생각한거 정리없이 그냥 막 쫑알거리기
가계부에 바쁜 신랑 귓등으로 듣습니다
" 드라이브가 싫어졌다고 드라이브하면 랑이는 늘 운전하고 아무리 좋은데가도
솔직히 옆에풍경도 잘 못보고 눈도같이 자주 못맞추고 졸려도 운전하는 랑이 미안하니까
잠도 못자고 기차여행이 좋은것같아 "
"응...갔다왔잖아 저번에"
여전히 성의없는 대답 아무리 각시가 쫑알거려도 지금 가계부에만 집중한 신랑
ㅋㅋㅋㅋㅋ 남자는 한번에 두가지일을 못한다고합니다
가계부쓰랴 각시 말대꾸해주랴 정신이 없으니 대답이 정성스레 나올리가 없습니다
뭐 각시도 잘아니 신랑의 성의없는 대꾸에도 아랑곳하지않고 계속쫑알거립니다
" 맞아 맞아 그때 기차여행 좋았잖아 같이 풍경도 보고 랑이 어깨에 기대서 잠자면
랑이도 같이 기대서 잘수있고 서로 얼굴보며 수다도떨고 맛난것도 먹고 ㅋㅋㅋㅋ
난 드라이브보단 그런게 더 좋더라 물론 짐이 있어서 그래? 그치? 짐있으면 차가편하지 "
뭘 이렇게 혼자 쫑알거리는지 신랑은 벌써 이것저것 계산기까지 두들겨가며
정신이 없습니다
" 근데 랑이?"
" 응 말해 "
모니터앞에서 씨름중인 신랑에게 또 뭘 물어볼께 있다고 이집각시 뒹굴거리다 발딱일어나
신랑옆모습을 뚫어지게 처다봅니다
" 랑인 결혼하니까 좋아?"
"............................................."
" 결혼하니까 좋냐고? 왜 대답을 못해?"
" 응 좋지 "
여전히 귓등으로 들은 대답
" 뭐가 좋아?"
"....................................."
"뭐가 좋은지 왜 말을 못해?"
" 응 네가 있으니까 너랑 함께하니까 좋아 "
" 칫 넘 포괄적이잖아 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봐 아니 공대나와 수학잘했단 사람이
논리정연하게 응? 그렇게 말을해야지 수학에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데 딸랑
답만 내오면 그게 다야? "
또 왜 시비를 거는지 어지간히 심심했던 각시인가 봅니다
그순간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판기에 손을뗀 신랑
"아~다했다 그래도이번달 괜찮네 ㅋㅋㅋㅋㅋ 그래도우리 점점 아껴쓰는것같아 "
신랑표 가계부가 완성되었나 봅니다
각시의 쫑알거림에도 웃는걸보니 결론은 전혀 안듣고있었다는거죠
에효
~ 그려려니 해야지요
" 랑이 내말 안들었지 ㅋㅋㅋㅋㅋ "
"어? 방금 빨래 다 돌아간 소리 났지 앗싸 빨리 빨래 널어야겠다 "
빨래다 돌아간 소린 어찌들었는지 ㅋㅋㅋㅋㅋ 아님 이 순간을 모면하기위한수단인지
후다닥 거실로 뛰어나가는 신랑입니다
가계부에 집안일에 하루가 바쁜신랑에게 잘해주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딴지를 거는각시
"어? 그럼 나 잠깐 컴한다 " 하며 냉큼 컴퓨터 앞에 앉네요
바로그때 거실로 나간줄만 알았던 신랑 또다시 후다다닥 들어옵니다
그리곤 컴퓨터자판을 두드리고있는각시의 의자를 반바퀴뱅그르르르 돌려
자신앞에 앉혀두곤 비장한 얼굴로 이렇게 말합니다
" 그럼 각시 넌 결혼하니좋아?"
"
응??? 응???"
순간 당황하는 각시 갑자기 이게 뭔소린지
" 왜 바로 말을 못해?"
"응? 조.....좋......지 당연 좋...지 "
신랑의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해 말까지 더듬는 각시
" 그럼 결혼해서 뭐가좋아 ?"
조금전 각시가 갑작스럽게 질문한 바로 그내용이네요
" 응? 응? 왜 좋긴 랑....랑이랑 있으니까......"
그러자 신랑
"그건 너무 포괄적이야 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봐 각시가 그렇게 좋아하는구체적 "
이렇게 말하곤 씨~~~익 웃으며 안방을 유유히 빠져나갑니다
순간 멍하게 한대맞은것같은 각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뒤늦게야 신랑의 짓궂은 복수임을 알고 ㅋㄷㅋㄷ 거립니다
하기사 그렇고보면 조금전 신랑의 대답이 명답이였군요
갑자기 그렇게 질문을 받으니 역시 생각나는말이라곤 " 랑이가 있으니까 " 이말밖에 안나옵니다
사랑이란 그렇게 구체적인게 아닌가 봅니다
괜히 열심히 가계부적고있던 신랑에게 딴지걸다 되려 한방 먹은 날이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