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네사메이를 듣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글빨이 좀 써질 것 같군요.
저는 저번에도 썼다가 지웠지만 꿈에 귀신을 잡고는 했었습니다.
한 마디로 기가 센 거죠.
그런데 어느 날 제 직계가족에게 귀신이 장난을 쳤습니다.
가위눌림도 아니고 헛것을 보는 것도 아닌데
나의 4살 어린이의 귓속으로 귀신이 바람처럼 스며들었다는 것입니다.
4살이면 만 3살인데 어느 날 밤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는 꺅 울어대는 것이었습니다.
어깨 그러니까 등날개 부위가 아프다면서요... (아마도 심장쪽인 듯)
그런데 그날 밤 아마도 가위에 눌린 것이 분명합니다.
어린이는 아픈 것만을 말했지만 귀신의 장난이었는지
만 3살난 아이가 2틀을 굶고 일어나지 않은 채 징징거리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출근하느라 2틀동안 애가 굶은 것도 몰랐습니다.
할머니 말로는 2틀을 먹이려고 해도 안 먹어서 나더러 죽이라도 좀 쒀먹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어디냐 아프냐>고 묻자
<몰라, 몰라 난 이제부터 놀지도 않고 먹지도 않을 거야>하면서 징징거리기만 했습니다.
물론 누워서 일어나지도 않은 채 말이죠.
<왜 그러냐>고 묻자
<귀신이 내 귓속으로 들어와서 자꾸 약 올려> 그러는 겁니다.
그 소리를 듣자 지금 밥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싶더군요.
웬만한 아이 같으면 그 나이에 말도 미처 다 배우지 못했을 시긴데
워낙에 한글까지 다 깨친 아이라서
자기 생각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아주 여우같이 알아채고 의사소통도 하는 아이였습니다.
(나중에 할머니 말로는 그 어린 것이 너무 어려서 말도 못했으면 어쩔 뻔 했느냐는 것이죠.)
그 아이가 그렇게 밥도 먹지 않고 드러누운 채 귀신을 운운하며 징징거리니
온 가족이 쉬쉬하면서 (왜냐면 감기도 아니고 열병도 아니고 아이가 주장하는 말이 귀신인지라)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이 평일이었다면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또 출근을 해야겠지요.
그런데 다행이 그 날은 토요일이었습니다.
시간이 널럴해서 마음이 쫓기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아이에게 아주 진지하게 자세히 물어봤습니다.
<귀신이 네 귓속에 들어갔다구?. >
<응. >
<어떻게 들어갔는데?. >
<아무도 몰래 바람이 들어와서 남들은 안 들리고 나만 들리게 자꾸 말해서 약올려. >
<뭐라고 그러는데?. >
<말 타는 소리를 내고 아빠가 말에서 떨어져 죽는 소리를 내. 아빠가 죽는대. >
웬 HORSE냐구요?.
아이의 아빠가 실제로 승마를 즐긴 적이 있습니다.
이 애가 태어난 해에 실제로 말에서 떨어져서 업혀들어와서 한 동안 허리를 못 쓴 적이 있었죠.
그때 묻어 들어온 귀신이었을까요?.
아이가 갓난애였을 때 아빠가 말에서 떨어진 적이 있어도 애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데
만 3년된 애가 그렇게 말을 했습니다.
이 아이의 말을 내가 믿어주지 않으면 과연 그 누가 믿어줄 것인가?.
그래서 내가 그랬죠.
<그래?, 못된 귀신이니까 내가 쫓아내주겠다. 넌 걱정하지 마라. >
사실 그때 토요일이라서 2시에 끝나 4시까지 술을 마시고 귀가한 시각이 5시쯤이었습니다.
거의 申시쯤 되지요. 그땐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귀신을 쫓아내기엔 아주 좋은 시각이었습니다.
나는 무당도 아닌데다가 귀신을 접해본 적이 꿈 말고는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손에 애 아빠가 독일에서 직접 사갖온 식칼을 쥐고
<귀신아 나가라>고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목청이 좀 큽니다)
아이를 품에 안고 방 세칸과 화장실과 거실과 베란다를 다 돌아다니면서 구석구석 외쳤습니다.
두서너번 소리를 지르자 아이가 귀신이 귓속에서 뛰쳐나와 옷서랍 속으로 쪼르르 달려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방바닥을 가로질러 옷서랍쪽으로 뛰어간다는 것입니다.
<저기 도망가고 있어.>
<어디?. >
<서랍 속에 숨었어. >
내가 서랍을 왈칵 열어젖히고 <다 죽여버리겠다>고 이빨을 앙 다물면서
생각난 게 있습니다. 귀신을 쫓을 땐 창문을 열어둔다던 어느 목사의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쫓아낼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창문을 모조리 닫아버렸지요.
죽여버리겠다는 일념뿐이었습니다.
감히 이 아이를 건드리다니...
아이에게 물어봤지요. 지금은 귀신이 어디로 숨었느냐고...
그런데 그 후 아이가 귀신의 위치를 잃어버렸습니다.
어디로 도망갔는지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이제 좀 괜찮니?. >
아이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한결 편안하고 똘망똘망해져있었습니다.
5시쯤에 잠깐 두서너번 소리를 질렀는데 시각이 어느새 8시가 되었더군요.
<배고파>
이틀을 먹이려고 노력해도 먹지 않던 애가 별안간 밥을 달라고 해서
밥을 주니 한 그릇을 뚝딱 비웁니다.
그리고 밤 11시에 또 밥을 달라고 하는데 마치 굶은 것을 보충하려는 듯 했습니다.
창문도 다 닫고 작두도 없이 소리만 질러서 퇴마를 했는데
이상한 것은 현관문이 잠기지를 않는 것이었습니다.
잠금쇠가 혀같이 튀어나와서 문이 닫히지를 않았습니다.
아무리 돌려도 그 잠금쇠가 들어가지를 않으니 그날 밤은 걸쇠를 걸어두고 잤습니다.
귀신이 도망갈 구멍을 만들려고 문을 열어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귀신들은 벽도 뚫고 다닌다는데 왜 문을 못 닫게 했는지... 쯥...
식구들도 많이 놀랐지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내가 귀신을 죽인다고 설치니 안 놀랄 수가 없지요.
그 직후 바로 아이가 밥을 두번이나 먹는 것을 보고 또 놀라고
문이 잠기지 않는 것을 보고 놀라고
아침에 일어나니 문이 저절로 닫혀 있더군요.
그런데 나는 정체불명의 물체를 발견했습니다.
꿩의 양 날개였습니다.
날갑지 안쪽으로 살점이 붙어 있고 깃털이 그대로 붙어 있는 날개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부엌에 있길래 먹었던 정체불명의 고기가 꿩고기였구나 싶었죠.
<살생이 있었구만... >
나르는 새가 땅에 떨어져 죽고 날개가 뜯겼으니 말 타던 사람도 땅에 떨어뜨리고 싶었겠지요.
사람 귀신이 아니고 짐승의 귀신이었던 모양입니다.
그 날개를 창밖으로 던지는 게 아니고 아예 그냥 그릴에다 불 살러서 재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지금도 그 날개를 그냥 버린 게 후회됩니다.
그나저나 스크롤 압박이 조금 심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