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로 17살 여고생입니다.
8살차이로 연애로 결혼에 골인하신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께서 4살때 식도암 판정을 받으셨고
몇달 못 사신다는 의사의 말과는 달리 아버지는 3년이나 더 사셨죠.
그만큼 정신력 강하신 분이십니다....
성격도 워낙 권위적이시고 남성적인 아버지.
암때문에 아프고 항암치료를 못 견디셔서 술로 보내셨죠..
매일 밤 엄마를 때렸습니다.
저는 때리진 않았지만 엄마는 절 데리고 매일 밤 건물에 막 숨어있고 그랬죠.
당시, 5살이고 6살인 저는 숨바꼭질같아서 피식피식 웃었던 기억이나네요....
엄마는 정말 힘드셨을텐데..
하지만 어린 저도 엄마를 때리는 아빠가 정말 미웠나봅니다.
어린나이에 항상 아빠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병간호하시느라 젊은 나이에 퀭한 눈의 엄마를 보는것도 마음이 아팠구요..
나이에 비해 조숙했습니다.
아빠는 제 바램대로.. 7살때 돌아가셨어요.
항암치료로 기억상실증에 걸려셨는데도 돌아가실때 절 부탁한다고 피 흘리시며
엄마 손을 꼭 붙잡았다고 하더군요....
아빠 장례식장에 가서도 울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뭐 어리니까 모른다고 했겠지만
전... 엄마가 이제 괜찮으리라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친아버지께 죄송하단 생각이 들어 가끔 아빠가 보고싶을땐
혼자 아빠 산소에 찾아가 말동무도 해드립니다..
엄마는 절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도 있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였지만
절 버리지 않고 단 둘이서 생활보호자로 살았어요.
아침일찍 공장에 나가셔서 한푼두푼 모으시고.. 그렇게 단 둘이서 살았죠.
난 엄마보고 매번 남자친구를 만들라고 했어요.
난 솔직히 정말 아빠가 필요하진 않았어요. 엄마 하나로도 행복했거든요..
하지만
전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인데 제가 시집가고 나면 엄만 늙고 외로울까봐 많이 걱정됬거든요..
엄만 초등학교 5학년때 아저씨를 데리고 왔어요..
그 아저씨와 혼인신고를 해서 지금까지 새아빠로 살고있습니다.
새아빠는 현장소장으로 건축회사에서 일하다가 3년 전에
사고로 발목을 다치셔서 평소 생활하는데 지장도 없고 장애인처럼 보이지도 않지만
뭐, 직장을 잃으셨어요..
엄마는 공장일로 한푼두푼 모은걸로 새로 지은 멋진 아파트도 한채 샀고
노래방도 하나 하시고 계세요. 새아빠랑 같이요.
새아빠는 정말 착하고 저한테도 잘해주셔요.
매년 친아버지의 제사를 군말없이 챙겨주시고, 자신의 혈육인 아들하나 못 낳아주는 엄마한테도
잘 해주시고... 집안일도 하고 외도도 안 하시고
부끄럽지만
제가 중학교 1학년때 학교에서 사고도 치고 공부도 안 하고 담배도 피고 술도 마시고..
친구 때려서 치료비에 학교도 많이 옮기고 그랬거든요.. 가출하면 새아빠가 찾으러다니고
제가 나쁜길에 빠지지 않게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그 덕인지 모르게 전 중학교 3학년이 되서
성공하겠다, 효도하겠다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인문계고에 진학하고
3,4년 피운 담배도 끊고 친구도 가려가며 사귀며 학교생활도 원만하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서울 사립대에 가는것이 소원이였지만
엄마의 짐을 덜어드리려 국립대에 가려고 나름대로 착실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빤 위선자같아요...
저랑 엄마는 친아빠한테 당할때로 당해서 술 마시고 주정피우는 사람을 정말 싫어하는데
가끔 술을 몇일씩 마십니다..
낚시간다며 돈을 10만원씩 들고 나가서 연락을 뚝.. 끊으시죠.
주위 사람들은 새살림 차렸다니 그런 말도 해요...
새아빠가 홧김에 엄마를 때리면 전 가만히 안 있습니다.
키도 170이라 아빠보다 훨씬 크고 힘도 그닥 딸리지 않습니다..
엄말 때리면 전 아빠를 밀치고 엄마를 무조건 보호하죠.
심하게 때리는것도 아니라 엄마를 쥐어박지만 전 엄마가 다치는거 절대 못 봅니다.
엄마가 나가라고 이혼하자고 하자 돈 백만원주면 나간다며 버티더군요.
저 정말 화가나서 욕하고 당장 나가라고 돈 안 준다고 모질게 굴었습니다.
피 하나 안 섞인 자식 키우다가 혹시나 저한테 피 안 섞였다고
섭섭하게 생각할까봐 항상 아빠편에 서고 아빠를 친아빠처럼 생각했는데
엄마한테 그딴식으로 구니 열받더군요.
항상 이런식입니다.
나가라고 하면 잘못했다고 싹싹 빌면서 각서를 쓰겠다고 하고
매번 이렇습니다.
솔직히 아빠 밖에 나가면 할 거 없습니다.
돈도 없고, 엄마가 사준 차 한대 뿐입니다.
이런 생각하는 제가 냉정할진 몰라도 돈 없어서 엄마한테 빌붙어 있는거 같아서
꼴보기 싫습니다.
힘들게 저 하나만을 바라보며 키우셨던 어머니.
고생하는거 전 못 봅니다.
전 아빠가 필요없습니다. 다만, 나중에 늙고 불쌍해질 우리 엄마
보살펴주고 아껴줄 엄마의 남편이 필요한거죠...
학교 버스타고가다가 이른아침에 시장에 뭐 갖다팔러 행색 초라한
할머니들 앉아계시는거 보고 울컥 눈물이 난 적도 있습니다...
길에서 생선이니, 나물이니 파시는 행상 할머니들 보고
제가 열심히 안 살면 우리엄마 늙어서 저렇게 되는거 아닌가 해서
마음이 시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두 분 솔직히 이혼했으면 좋겠습니다.
술 먹고 홧김에 칼부림나고 때리고 이런 집안 지긋지긋합니다.
그나마 제가 성인은 아니지만 엄마를 지켜줄 수 있는 나이가 되서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전,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합니다.
엄마를 힘들게 하는 사람. 저한테 아무리 잘해주고 정성을 부어도 필요없습니다.
엄마도 정이 다 떨어졌다고 하고
저도 그런 아빠 필요없습니다.
저 이제 곧 있으면 성인이라 아버지가 없어도 될 나이고
대학 다니면서도 아르바이트로 어머니 짐 덜어드리고 졸업해서 취직하면
어머니 아무 일도 안 하시고 제가 편히 쉬게 해드리고 싶어요.
두 분 이혼하시는게 나을까요...?
.. 제가 끼일 일은 아니지만, 저 아니면 누가 엄마를 지켜줄까요..